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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가 책상에 앉아 한 권의 노트에 또박또박 글을 써 내려가는 사람. 이런 단일 과제 몰입이 점점 드물어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우리 두뇌의 집중 능력 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닙니다. 출처: Unsplash (Unsplash License) / Hannah Olinger
2004년 미국의 한 사무실에서, 사람들은 모니터 한 화면에 평균 2분 30초씩 머물렀습니다. 그러다 2010년대 중반에는 75초로 줄었고, 2023년에는 47초까지 떨어졌습니다. 채 1분도 안 되는 시간이죠. 한 직장인이 하루 종일 화면을 갈아타는 횟수만 따져 보면 수백 번 단위가 됩니다.
그러면 우리 두뇌의 집중 능력 자체도 그만큼 망가진 걸까요. 더 충격적으로 들리는 이야기도 떠다닙니다. 인간의 평균 주의 시간이 2000년 12초에서 2013년 8초로 줄어, 금붕어보다 짧아졌다는 주장이죠.
그런데 이 모든 숫자에는 큰 함정이 숨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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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미국 신경과학자 포스너와 피터슨이 정리한 주의력의 세 가지 신경 네트워크. 깨어 있기를 담당하는 각성망, 어디를 볼지 정하는 지향망, 목표에 맞게 주의를 조종하는 실행망이 함께 작동해야 우리가 한 가지에 집중할 수 있습니다. ⓒ The Finch
이른바 8초 금붕어 이야기는 2015년 마이크로소프트 캐나다의 마케팅 보고서가 출처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학술 연구가 아니라 광고 시장 분석 자료죠. 보고서가 인용한 통계도 알고 보면 25명이 마음에 안 드는 웹사이트를 빨리 닫더라는 2008년 데이터 한 토막에 기대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정작 마이크로소프트 보고서 본문은 8초도, 금붕어도 직접 언급하지 않습니다. 누군가 헤드라인을 뽑는 과정에서 살이 붙은 거예요.
금붕어 쪽도 억울합니다. 미국의 동물학자들이 거듭 보여 줬듯, 금붕어는 몇 주에서 몇 달간 학습한 내용을 기억하는 동물입니다. 9초짜리 머리는 어디서도 측정된 적이 없죠. 8초 대 9초의 비교 자체가 마케팅 카피로 만들어진 신화에 가까운 셈입니다.
그렇다면 진짜 데이터는 뭐라고 말할까요. 2026년 5월, 영국 과학기자 데이비드 애덤(David Adam)이 《네이처》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정리한 리뷰가 한 가지 답을 줍니다. 심리학과 신경과학이 지난 30여 년간 누적해 온 결론은 분명합니다. 사람들이 과제를 더 자주 갈아타는 것은 사실이지만, 두뇌가 한 가지에 몰입할 수 있는 능력 자체는 줄지 않았다는 거죠.
이 결론을 가장 강하게 뒷받침하는 자료가 2024년 학술지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에 실린 데니즈 안제예프스키(Denise Andrzejewski) 박사와 동료들의 메타분석입니다. 연구팀은 32개국에서 1990년부터 2021년까지 31년간 누적된 287개 표본, 총 21,291명의 d2 주의력 검사 결과를 한데 모았습니다. d2 검사는 줄지어 늘어선 d, p 글자 중 두 개의 짧은 선이 위아래에 붙은 d만 표시하는, 일종의 노가다 같은 사무용 집중력 테스트죠. 결과는 의외였습니다. 어린이의 점수는 변동 없이 일정했고, 어른의 점수는 오히려 살짝 올랐습니다.
이 결과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 미국 미주리대학교의 심리학자 넬슨 코완(Nelson Cowan) 교수는 인간 생물학이 변한 게 아니라 습관이 변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두뇌의 하드웨어가 망가진 게 아니라, 그 하드웨어를 굴리는 환경과 습관이 달라졌다는 얘기죠.
그 변화의 핵심을 가장 정밀하게 측정한 사람이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 캠퍼스의 심리학자 글로리아 마크(Gloria Mark) 교수입니다. 마크 교수 연구팀은 20년에 걸쳐 사무직 근로자들이 컴퓨터를 어떻게 쓰는지 카메라와 디지털 추적 도구로 관찰했죠. 2008년 학회 논문에서 마크 교수는 한 번 주의가 끊긴 뒤 원래 일로 돌아오는 데 평균 23분 15초가 걸린다는 사실을 보고했습니다.
여기에 그가 2023년 펴낸 저서 《Attention Span》에 정리한 시계열 데이터를 합치면 풍경이 더 또렷해집니다. 한 화면에 머무르는 시간은 2.5분 → 75초 → 47초로 줄었고, 끊긴 집중을 회복하는 데 드는 시간은 거의 30분 가까이 길어졌습니다. 같은 두뇌가 더 자주 갈아타고, 한 번 갈아타면 더 오래 헤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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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마크 교수 연구가 정리한 주의 전환의 인지 비용. 화면 전환이 잦아질수록 오류와 스트레스가 함께 오르고, 끊긴 집중을 회복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 The Finch
그렇다고 두뇌가 멍청해진 건 아닙니다. 미국 신경과학자 마이클 포스너(Michael I. Posner) 박사와 스티븐 피터슨(Steven E. Petersen) 교수가 1990년에 처음 제안하고 2012년 《Annual Review of Neuroscience》에서 갱신한 모델에 따르면, 우리의 주의력은 세 가지 신경 네트워크로 이뤄져 있죠. 깨어 있기를 담당하는 각성망, 어디를 볼지 정하는 지향망, 목표에 맞게 주의를 조종하는 실행망입니다.
중요한 건 이 세 시스템이 한 번 설정된 뒤 그대로 굳는 회로가 아니라는 점이에요. 실행망은 전두엽이 평생에 걸쳐 다듬는, 학습 가능한 시스템입니다. 즉 47초마다 화면을 갈아타는 우리의 손가락은 두뇌의 능력 부족이 아니라, 두뇌가 학습한 새로운 습관에 가깝다는 얘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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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손과 선택적 초점 촬영. 알림 한 번, 새 탭 하나가 어떻게 47초짜리 집중을 깨뜨리는지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출처: Unsplash (Unsplash License) / freestocks
그래서 더 무서운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마크 교수가 관찰한 직장인들의 주의 전환 중 절반가량은 외부 알림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가 일으킨 것이었습니다. 카톡이 울려서 갈아탄 게 아니라, 그냥 자기가 손가락을 새 탭으로 옮긴 거죠. 외부 방해가 줄어들면 내부 방해가 늘어나는 패턴도 함께 관찰됐고요. 이 정도면 산만함 자체가 일종의 습관으로 학습됐다고 볼 만한 결과입니다.
같이 따라오는 비용도 만만치 않습니다. 마크 교수의 2008년 실험은 인위적으로 잦은 방해를 받은 사람들이 일을 더 빨리 끝내기는 했지만, 그 대가로 더 많은 노력감, 좌절, 스트레스, 시간 압박감을 보고했다는 사실을 보여 줬죠. 자주 갈아탈수록 같은 일을 하는 데 더 큰 정신적 부담이 든다는 얘기입니다.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의 인지신경과학자 닐리 라비(Nilli Lavie) 교수는 한 가지를 더 짚었습니다. 주의를 잘 다루는 사람일수록 전전두엽의 회백질 부피가 더 컸다는 거예요. MRI로 뇌의 구조를 잰 결과인데, 그는 이 부피가 유전과 함께 평생의 사용 패턴이 함께 만든 결과일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운동을 안 하면 근육이 줄듯, 집중을 거의 안 쓰면 그 회로도 위축될 수 있다는 거죠. 다만 이 가설은 아직 장기 추적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그는 솔직히 인정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47초의 굴레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요. 미국 시카고대학교의 심리학자 모니카 로젠버그(Monica Rosenberg) 박사는 의외로 단순한 답을 내놓습니다. 우리 자신을 바꾸기보다 환경을 바꾸는 쪽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거예요. 휴대전화를 같은 방에 두기만 해도, 심지어 무음 상태로 주머니 속에 있기만 해도 인지 과제 성적이 떨어진다는 실험 결과가 잇따라 보고됐기 때문이죠.
마크 교수의 처방도 비슷합니다. 이메일 알림과 메신저 팝업을 꺼두고, 한 번에 한 가지 일에만 손대는 블록 시간을 만들어 보라는 거예요. 마음챙김 같은 훈련이 주의가 떠나는 순간을 알아차리는 능력을 키워 준다는 연구도 함께 인용했고요.
흥미로운 건 마지막 한마디입니다. 라비 교수와 로젠버그 박사는 입을 모아, 우리가 무언가에 집중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그 일에 대한 보상의 크기에 따라 결정된다고 말합니다. 47초마다 휴대전화로 손이 가는 이유는, 거기에 알림 한 통, 좋아요 한 번, 새 댓글 하나 같은 작은 보상이 끊임없이 들어오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일 쪽 보상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리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거죠.
한 가지 묘한 사실이 있습니다. 우리 두뇌의 집중력 자체는 30년간 멀쩡했고, 어른의 집중력 점수는 오히려 살짝 올랐습니다. 다만 그 두뇌가 사는 환경이 손바닥 안에 알림 천 개를 들고 다니는 시대가 됐을 뿐이에요. 47초의 책임은 두뇌가 아니라 우리가 만든 환경에 있다는 얘기. 다행히 환경은, 두뇌보다 훨씬 빨리 바꿀 수 있습니다.
1. Andrzejewski, D., Zeilinger, E. L., & Pietschnig, J. (2024). "Is there a Flynn effect for attention? Cross-temporal meta-analytical evidence for better test performance (1990-2021)."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s, 216, 112417. DOI: 10.1016/j.paid.2023.112417
2. Petersen, S. E., & Posner, M. I. (2012). "The attention system of the human brain: 20 years after." Annual Review of Neuroscience, 35, 73-89. DOI: 10.1146/annurev-neuro-062111-150525
3. Mark, G., Gudith, D., & Klocke, U. (2008). "The cost of interrupted work: more speed and stress." Proceedings of the SIGCHI Conference on Human Factors in Computing Systems (CHI '08), 107-110. DOI: 10.1145/1357054.13570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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