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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할레 선사박물관의 네안데르탈인 복원 모형. 짧고 굵은 팔다리, 넓은 가슴이 특징이다. ⓒ Museum für Vorgeschichte Halle / Wikimedia Commons (CC0)
한 아기의 나이를 어떻게 잴까요? 보통은 하나만 세면 됩니다. 생일이 몇 번 지났는지. 그런데 고인류학자들이 5만 년 전 뼈를 들여다볼 때는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치아가 말해주는 나이와, 다리뼈가 말해주는 나이가 서로 다를 수 있거든요. 2026년 이스라엘 연구팀이 네안데르탈 아기 한 명의 뼈를 다시 들여다봤더니, 이 두 숫자가 거의 두 배 차이로 벌어져 있었습니다.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은 '암우드 7(Amud 7)'입니다. 1992년 이스라엘 갈릴리 호수 서쪽의 암우드 동굴에서 발견된 네안데르탈 유아 골격인데요. 약 5만 1천~5만 6천 년 전에 죽은 이 아기의 "이중 나이"가 네안데르탈이라는 사람 종의 발달 방식을 새로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우선 치아 쪽 달력부터요. 치아 에나멜은 태아 때부터 하루에 수 마이크로미터씩 얇은 줄무늬로 쌓이고, 그 사이사이에 "주말 같은 간격"이라 부를 만한 주기적 선도 생깁니다. 이 선을 현미경으로 세면 그 치아가 형성을 시작한 뒤 며칠이 지났는지가 정확히 나오죠. 그래서 치아는 고인류학에서 "생물학적 시계" 중 가장 신뢰받는 도구입니다.
반면 뼈 길이는 다른 이야기를 합니다. 대퇴골·경골·상완골 같은 긴뼈는 아이가 자라는 동안 꾸준히 길어지는데, 그 속도는 영양 상태·활동량·유전적 배경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현대 의학에서는 성장판 상태와 뼈 길이를 엑스레이로 찍어 "골 연령(bone age)"을 따로 따지고, 정상적인 아이라면 골 연령과 실제 나이가 대체로 비슷해야 한다고 봅니다.
암우드 7의 치아 달력이 가리킨 나이는 약 6개월이었습니다. 그런데 뼈 길이·비례·뇌 용량이 맞춰주는 숫자는 현대인 아기 기준 12~14개월쯤이었습니다. 아직 이도 덜 난 아기의 몸이 한 돌 지난 아기만 하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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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생 인류(왼쪽)와 네안데르탈인(오른쪽) 두개골 비교. 네안데르탈 쪽이 더 길고 낮으며 눈두덩이 뚜렷하다. 이런 형태적 차이는 성인뿐 아니라 유아기부터 이미 다른 궤적을 따라 발달했다는 뜻이다. ⓒ hairymuseummatt / DrMikeBaxter / Wikimedia Commons (CC BY-SA 2.0)
이런 해석에서 가장 먼저 의심해야 할 건 "혹시 이 아이만 유난히 컸던 것 아닌가"입니다. 한 개체의 특이 사례를 종 전체의 특징으로 일반화하면 안 되니까요. 연구팀은 이 점을 확인하기 위해 다른 두 개체를 나란히 놓고 다시 계산했습니다.
하나는 시리아 데데리예(Dederiyeh) 동굴에서 발견된 약 두 살짜리 데데리예 1호, 다른 하나는 프랑스 로크 드 마르살(Roc de Marsal) 동굴에서 발견된 약 세 살짜리 유아입니다. 세 개체는 지리적으로도 시기적으로도 꽤 떨어져 있죠. 그런데 같은 방식으로 분석했을 때 공통된 패턴이 나왔습니다. 세 아이 모두 치아가 말해주는 나이보다 뼈 길이가 한 단계 앞서 있었다는 겁니다.
세 점의 표본은 네안데르탈 유아 화석 가운데 "빠진 부분이 적어서 성장을 계산할 수 있는" 드문 자료입니다. 이 점들이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는 건, 암우드 7의 이중 나이가 개체 특이 현상이 아니라 종 수준의 성장 양식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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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로크 드 마르살 동굴에서 발견된 약 세 살짜리 네안데르탈 유아 골격의 두개골. 암우드 7과 같은 패턴—치아 나이보다 뼈 발달이 앞서는 양상—이 이 개체에서도 확인됐다. ⓒ Don Hitchcock /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여기서 당연한 질문이 생깁니다. 왜 빨리 자랐을까요? 뼈를 빠르게 만드는 일은 에너지가 꽤 드는 작업입니다. 단백질·칼슘·인·비타민 D 같은 재료가 많이 필요하고, 그걸 합성하고 옮기고 뼈에 붙이는 데에도 대사 비용이 듭니다. 현대인 기준으로도 유아 성장기는 기초대사량 대비 여분 에너지가 가장 많이 투입되는 시기죠.
네안데르탈인은 이런 비용을 지불할 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 이 종의 성체는 현대인보다 체중이 평균 10~15% 더 무겁고, 가슴이 넓고 팔다리가 짧은 몸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몸 표면적 대비 부피가 크고, 팔다리가 짧다는 건 북반구 빙하기의 차가운 공기에 체열을 덜 빼앗기는 형태입니다. 베르그만 법칙, 앨런 법칙이라고 부르는 고전적 원리가 잘 들어맞죠.
문제는 이런 "두껍고 무거운" 몸을 어느 시점엔가 완성해야 한다는 겁니다. 성체가 되고 나서야 체열 관리가 잘 되는 몸이 되면, 유아기·유년기에 치명적인 한랭 스트레스에 그대로 노출됩니다. 빠른 초기 성장은 이 간극을 줄이는 전략으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몸의 절대 크기를 키워 체표면적/체적 비율을 빨리 낮추는 거죠.
또 한 가지. 빠른 성장은 어미에게도 부담을 줍니다. 수유 기간 동안 이 "큰 아기"를 먹이려면 어미의 칼로리 수요도 함께 올라가죠. 네안데르탈 성체의 추정 일일 에너지 소비량이 현대 수렵채집인보다 상당히 높게 나오는 결과와도 자연스럽게 맞물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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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리아 빈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 네안데르탈 성체 골격. 짧고 굵은 사지, 넓은 가슴, 두꺼운 뼈 피질이 이 종의 성체 형태의 특징이다. 유아기의 빠른 성장은 이 "두꺼운 몸"에 일찍 도달하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 Archaeomoonwalker / Wikimedia Commons (CC0)
흥미로운 건 이 격차가 영원히 벌어지지는 않았다는 점입니다. 기존 네안데르탈 치아 에나멜 분석(2010년 Smith et al.)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약 7세를 넘어가면 네안데르탈 어린이와 현생 인류 어린이의 성장 곡선이 점차 가까워집니다. 성체에 도달하는 나이 자체는 두 종이 크게 다르지 않았던 겁니다.
이걸 풀어 말하면 이렇게 됩니다. 네안데르탈은 "전체 성장 기간을 늘리는" 전략 대신 "초반을 몰아 쓰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생의 맨 앞자락, 즉 체온 조절과 포식 위험이 가장 큰 시기를 짧게 지나가도록 뼈와 근육을 집중적으로 만든 뒤, 나머지 유년기는 현생 인류와 비슷한 속도로 마무리하는 방식이죠.
이 차이는 사소해 보여도 인구학적으로는 묵직합니다. 유아 사망률이 높았을 5만 년 전 환경에서, 생후 6개월짜리 몸이 현대인 기준 12개월짜리라면 추위·굶주림·외상에서 생존할 확률이 유의미하게 달라질 수 있거든요. 작은 표본 몇 점을 다시 잰 숫자 하나에서, 한 종이 어떻게 살아남으려 했는지가 드러나는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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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안데르탈 성체 골격 캐스트. 현생 인류와 같은 속(屬)에 속하지만, 몸을 키우는 속도와 순서가 달랐다는 점에서 "다른 사람 종"이었음을 보여준다. ⓒ Paul Hudson / Wikimedia Commons (CC BY 4.0)
고인류학에서 흔히 듣는 이야기는 "네안데르탈도 결국 우리랑 비슷한 사람이었다"입니다. 도구를 만들고, 불을 쓰고, 장례를 치렀다는 증거들 때문이죠. 맞는 말이지만, 성장이라는 축에서는 같은 그림이 나오지 않습니다. 뼈를 빠르게 만들고, 체열을 지키는 몸을 일찍 완성하고, 그러고 나서야 유년기 속도를 늦춘다는 리듬. 이건 현생 인류와 구별되는 네안데르탈 고유의 발달 모드입니다.
작은 아기 한 명의 뼈에서 출발해 두 종의 인생 사이클 차이까지 도달한 연구입니다. 나이를 재는 데 자를 두 개 대봤을 때 답이 달라졌다는 것. 그 간격이 이 종이 어떤 식으로 세상에 맞섰는지 말해 주는 거죠.
5만 년 전 작은 뼈가 여전히 말하고 있습니다.
1. Been, E. et al., "Rapid growth in a Neandertal infant from Amud Cave in Israel", Journal of Human Evolution, 2026.
2. Smith, T. M. et al., "Dental evidence for ontogenetic differences between modern humans and Neanderthals", PNAS, 2010.
3. Ponce de León, M. S. et al., "Neanderthal brain size at birth provides insights into the evolution of human life history", PNAS, 2008.
4. Froehle, A. W. & Churchill, S. E., "Energetic competition between Neandertals and anatomically modern humans", PaleoAnthropology, 2009.
5. Collard, M. & Cross, A., "Thermoregulation in Homo erectus and the Neanderthals: a reassessment using a segmented model", in Assaf & Marom, Human Paleontology and Prehistory, Springer,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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