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크레이그 브룩 국립 부화장에서 기르는 대서양연어. 야생 개체들은 폐수 속 마약 성분에 노출된 채 수천 킬로미터를 회유한다. 출처: Wikimedia Commons (CC BY 2.0) / U.S. Fish and Wildlife Service - Northeast Region
스웨덴 한가운데에는 남북으로 길게 뻗은 거대한 호수가 하나 있습니다. 스웨덴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 베테른(Vättern)이죠. 길이 135km, 면적 약 1,893km²의 이 차가운 민물 속으로 2023년 여름, 새끼 대서양연어(Salmo salar) 105마리가 풀려났습니다. 한 마리 한 마리의 몸에는 초음파 추적 태그와 함께, 아주 특별한 물질을 천천히 방출하는 임플란트가 심어져 있었죠.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코카인이었습니다.
왜 연구진은 멀쩡한 연어에게 코카인을 넣었을까요? 그리고 약에 노출된 연어들은 어떻게 헤엄쳤을까요?

실험 무대였던 스웨덴 베테른 호수. 길이 135km의 이 거대한 민물 호수에서 새끼 연어 105마리가 추적됐습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 Ymblanter
사실 강이나 호수에 녹아 있는 마약은 생각보다 오래된 이야기입니다. 사람이 코카인을 복용하면 몸 안에서 대부분이 벤조일렉고닌(benzoylecgonine)이라는 대사산물로 바뀌어 소변으로 빠져나가는데요. 이 소변은 곧장 하수처리장으로 흐르고, 처리장의 활성 슬러지도 이 성분을 완벽하게 제거하지 못합니다. 결국 일부가 강으로, 바다로 흘러나가죠.
실제로 2024년 학술지 《파마슈티컬스(Pharmaceuticals)》에 실린 폴란드 포즈난 의과대학교의 피오트르 지만스키(Piotr Rzymski) 교수 연구팀의 리뷰를 보면, 전 세계 지표수의 평균 농도는 코카인이 1L당 105.1ng, 벤조일렉고닌이 257.4ng 수준입니다. 심한 곳의 최댓값은 각각 5,896ng, 3,582ng에 달하죠. 호주 일부 하천의 하수처리장 방류구에서는 벤조일렉고닌이 1L당 21,570ng까지 검출됐습니다. 묽은 화학 칵테일이라는 표현이 과장이 아닌 겁니다.
이 칵테일이 물고기에 실제로 영향을 주는가. 이 질문을 파고든 선구적 연구가 2021년 《실험생물학 저널(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에 실렸습니다. 체코 프라하 생명과학대학교의 파벨 호르키(Pavel Horký) 박사 연구팀은 갈색송어(Salmo trutta)를 두 달간 1L당 1μg의 메스암페타민(히로뽕)에 노출시킨 뒤, 약을 끊었죠. 그 결과 송어들은 약이 녹아 있는 물을 일부러 골라 머무르는 금단 반응 비슷한 행동을 보였습니다. 야생 어류가 인간의 불법 약물에 중독될 수 있다는 최초의 증거였죠.
그런데 이런 실험에는 한 가지 한계가 있었습니다. 지금까지는 전부 실험실 수조에서 관찰한 결과였거든요. 진짜 호수와 강은 수온, 먹이, 포식자, 물살이 계속 바뀌는 복잡한 공간입니다. 자연 상태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질까요?
이 질문에 답을 낸 연구팀이 스웨덴농업과학대학교(Swedish University of Agricultural Sciences)의 잭 브랜드(Jack A. Brand) 박사와, 같은 대학의 마이클 버트람(Michael G. Bertram) 박사였습니다. 이들은 호주 그리피스대학교의 마커스 미켈란젤리(Marcus Michelangeli) 박사, 미국 베일러대학교의 브라이언 브룩스(Bryan W. Brooks) 박사 등과 공동으로 2026년 4월 20일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이번 논문을 발표했죠. 무대는 앞서 말한 베테른 호수였습니다.
실험 설계는 꽤 꼼꼼했습니다. 연구팀은 양식장에서 기른 새끼 대서양연어 105마리의 몸 안에 약물을 서서히 내보내는 실리콘 임플란트를 심었습니다. 35마리는 코카인을, 35마리는 벤조일렉고닌을, 나머지 35마리는 아무것도 내보내지 않는 대조군이었죠. 그다음 각 연어의 등지느러미 부근에 초음파 송신기를 부착했고, 호수 곳곳에 잠겨 있는 수신기 네트워크가 이들의 이동 궤적을 분 단위로 기록했습니다.
인공부화장에서 자란 어린 대서양연어(Salmo salar). 연구팀은 같은 조건에서 기른 105마리를 세 그룹으로 나눠 호수로 방류했습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CC BY 2.0) / U. S. Fish and Wildlife Service, Northeast Region
결과는 명확했습니다. 벤조일렉고닌이 든 임플란트를 단 연어들은 대조군에 비해 일주일 동안 최대 1.9배, 약 14km를 더 헤엄쳤습니다. 방류 지점에서 멀어지는 분산 거리도 대조군보다 최대 12.3km나 더 길었죠. 단순 계산으로 60% 이상 넓은 영역을 돌아다닌 셈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코카인 자체보다 대사산물인 벤조일렉고닌을 넣은 그룹에서 더 강한 반응이 나왔다는 거예요.
도대체 왜 대사산물이 더 강했을까요? 벤조일렉고닌은 사람의 뇌에서는 거의 활성이 없다고 알려진 물질입니다. 그런데 물고기에서는 이야기가 달랐던 거죠. 브랜드 박사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환경 위해성 평가는 보통 원래 물질에만 초점을 맞춥니다. 그런데 벤조일렉고닌은 수중 환경에서 코카인보다 훨씬 높은 농도로 검출되죠. 우리는 틀린 물질을 보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어? 더 많이 움직이면 건강한 거 아닌가요?" 이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연어에게 이동은 공짜가 아닙니다. 새끼 대서양연어는 민물 하천에서 태어나, 일정 시기가 되면 바다로 내려가 몸집을 키우고, 다 자라면 다시 태어난 강으로 돌아와 산란하죠. 이 거대한 회유 일정표 위에서 연어는 1칼로리 단위로 에너지 예산을 짜야 합니다.
그런데 약물에 노출돼 평소보다 14km를 더 헤엄치면 어떻게 될까요? 먹이를 찾고 몸을 불릴 에너지가 쓸데없이 헤엄치기에 먼저 소진됩니다. 이동 경로가 바뀌면 낯선 수역으로 흘러들어 새로운 포식자와 마주치기도 하고, 원래 먹이사슬에서 벗어나 굶주릴 수도 있죠. 브라질 오스왈두크루스재단(Fundação Oswaldo Cruz)의 어류독성학자 라셸 앤 하우저-데이비스(Rachel Ann Hauser-Davis) 박사는 이번 실험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이 결과가 "처음으로 야생 상태에서 마약성 오염물질의 영향을 정량화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진전"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산란을 위해 둑을 뛰어넘는 연어. 회유성 어류에게 이동은 한정된 에너지를 쪼개 써야 하는 평생의 과업입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CC BY-SA 2.0) / Steve Daniels
대서양연어는 이미 여러 면에서 벼랑 끝에 서 있는 종입니다. 2023년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대서양연어의 적색목록 등급을 준위협종(Near Threatened)으로 상향 조정했죠. 기후변화로 민물 수온이 오르고, 댐과 양식장이 회유를 막고, 먹이인 작은 갑각류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폐수에서 흘러나온 약물까지 보태지는 겁니다. 브랜드 박사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런 스트레스가 연쇄적으로(cascading) 겹치면 결과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 있다"는 거죠.
더 걱정스러운 건 이 현상이 연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최근 연구들은 유럽뱀장어(European eel), 가재(crayfish), 그리고 바다의 포식자인 상어의 근육과 간에서도 코카인과 벤조일렉고닌이 검출됐다고 보고했는데요. 한쪽 끝에서 누군가 흡입한 가루가 하수도를 거쳐 하류의 뱀장어를 지나, 먼바다의 상어 뱃속까지 이어진다는 뜻이죠. 인간의 약물 사용과 자연 생태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짧은 거리로 연결돼 있는 셈입니다.

하수처리장에서 강으로 뻗어 나오는 방류구. 사람의 소변에 섞여 나온 약물 대사산물은 대부분 이 지점에서 강으로 흘러듭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CC BY-SA 2.0) / Robin Webster
브랜드 박사는 이번 연구의 끝에서 이런 말을 덧붙였습니다. "사람이 다니는 수로에 사는 많은 수생생물은 생물학적으로 활성이 있는 화학물질의 묽은 칵테일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표면을 겨우 긁기 시작한 단계일 뿐이죠." 우리가 모르는 사이 이미 수백 가지 약물 성분이 강물에 섞여 있고, 그중 대부분은 아직 어떤 동물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조차 연구되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도 연구팀은 안심할 만한 한 가지는 짚어둡니다. 연어 살점에 쌓인 코카인 농도는 사람이 영향을 받을 수준보다 훨씬 낮아서, 베테른 호수의 훈제연어 샌드위치를 못 먹게 되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고요. 문제는 물고기 자신입니다. 약에 취한 것도 모른 채, 14km를 더 헤엄쳐 엉뚱한 수역으로 떠밀려 가는 한 마리의 새끼 연어. 그 장면을 떠올리면, 우리가 변기에 흘려보낸 물이 어디까지 갔다가 어떤 얼굴로 돌아오는지가 조금 다르게 보이지 않나요?
1. Brand, J. A. Palm, D. Cerveny, D. Michelangeli, M. Bose, A. P. H. McCallum, E. S. Hellström, G. Fick, J. Brooks, B. W. Brodin, T. & Bertram, M. G. (2026). "Cocaine pollution alters the movement and space use of Atlantic salmon (Salmo salar) in a large natural lake." Current Biology, 36(8). DOI: 10.1016/j.cub.2026.03.026
2. Horký, P. Grabic, R. Grabicová, K. Brooks, B. W. Douda, K. Slavík, O. Hubená, P. Sancho Santos, E. M. & Randák, T. (2021). "Methamphetamine pollution elicits addiction in wild fish." Journal of Experimental Biology, 224(13), jeb242971. DOI: 10.1242/jeb.242971
3. Falfushynska, H. Rychter, P. Boshtova, A. Faidiuk, Y. Kasianchuk, N. & Rzymski, P. (2024). "Illicit Drugs in Surface Waters: How to Get Fish off the Addictive Hook." Pharmaceuticals, 17(4), 537. DOI: 10.3390/ph1704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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