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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 중부 안티오키아 주의 한 호수에 나타난 '코카인 하마' 중 한 마리. 40년 전 한 남자가 들여온 네 마리의 후손입니다. ⓒ Alvaro Morales Ríos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아프리카 초원에 있어야 할 하마가 남아메리카의 열대 강에 떼를 지어 살고 있습니다. 그것도 40여 년 전 한 남자가 개인 동물원으로 들여온 단 네 마리가, 2026년 지금 170여 마리까지 불어난 채, 콜롬비아의 강을 점령하고 있는 겁니다. 결국 콜롬비아 정부는 지난 4월, 이 중 80마리를 안락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요.
1980년대 콜롬비아는 세상에서 가장 악명 높은 마약왕의 시대를 살고 있었습니다. 파블로 에스코바. 한때 미국으로 흘러들어간 코카인의 80%를 주무른 인물입니다. 그는 모은 돈을 상상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썼습니다. 그중 대표작이 콜롬비아 중부 안티오키아 주에 지은 거대한 사유지 '아시엔다 나폴레스(Hacienda Nápoles)'죠.
이 사유지에는 마약왕이 직접 수집한 사적 동물원이 있었습니다. 얼룩말, 기린, 코뿔소, 그리고 하마 네 마리. 에스코바는 1981년, 미국을 경유해 이 하마들을 불법으로 들여와 자기 땅 연못에 풀어놓은 겁니다. 암컷 세 마리에 수컷 한 마리. 이 넷이 훗날 콜롬비아 한복판의 생태계를 뿌리째 흔들어 놓을 줄은, 당시 아무도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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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블로 에스코바의 사유지 '아시엔다 나폴레스'의 정문. 이 뒤편의 동물원에서 네 마리의 하마가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 XalD / Wikimedia Commons (CC BY 3.0)
1993년, 에스코바는 경찰과의 총격전 끝에 사망합니다. 주인이 사라지자 나폴레스의 동물원도 함께 무너졌죠. 정부와 가족들은 얼룩말·기린처럼 값나가는 동물은 다른 동물원으로 옮겼지만, 하마만큼은 손을 대지 못했습니다. 그 큰 덩치를 안전하게 옮길 장비도, 그 짐을 받아줄 동물원도 없었던 겁니다.
네 마리의 하마는 그대로 방치됐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연못 울타리를 넘어 인근 강으로 내려가기 시작했죠. 그 강이 바로 콜롬비아의 젖줄로 불리는 마그달레나 강입니다.
하마의 번식력은 대단합니다. 암컷 한 마리가 평생 스무 마리 넘는 새끼를 낳을 수 있죠. 게다가 콜롬비아엔 천적이 없습니다. 아프리카에서는 사자나 악어가 어린 하마를 노리지만, 남아메리카에는 그럴 만한 포식자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먹이도 지천이죠. 4마리는 10마리가 되고, 10마리는 수십 마리가 됐습니다. 2023년 <Scientific Reports>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이 속도라면 2050년 안에 개체 수가 1,000마리를 넘을 수 있다고 합니다. 현재 콜롬비아 정부가 확인한 하마는 최소 169마리. 일곱 개 이상의 무리로 나뉘어 있는 상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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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코바 사후 방치된 나폴레스의 호수. 이 물가에서 네 마리의 하마가 처음 탈출해 콜롬비아 전역으로 퍼져나갔습니다. ⓒ Nathaly 1106 / Wikimedia Commons (CC BY 4.0)
하마 몸집은 어마어마합니다. 성체 한 마리의 몸무게가 1,500에서 3,000kg에 이릅니다. 낮에는 강물 속에 잠겨 있다가, 밤이 되면 육지로 올라와 풀과 작물을 뜯어 먹죠. 그리고 다음 날 다시 물속으로 돌아와 배설합니다. 먹은 것은 풀밭에서, 싸는 것은 물속에서 하는 겁니다.
이게 콜롬비아의 강에겐 치명적인 문제입니다. 2020년 생태학자 어맨다 수발러스키(Amanda Subalusky) 연구팀이 동아프리카 자료를 분석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하마 한 마리가 1년 동안 땅에서 강으로 옮기는 유기물과 영양염(탄소·질소·인)의 양은 건조 중량으로 약 750kg에 달합니다. 아프리카 생태계는 수백만 년에 걸쳐 이 흐름에 적응해 왔지만, 콜롬비아 마그달레나 강 생태계는 전혀 그렇지 않죠.
변화는 이미 눈으로도 확인됩니다. 콜롬비아 연구진이 하마가 사는 호수와 그렇지 않은 호수를 비교했더니, 하마가 있는 호수는 질소·인 농도가 크게 치솟아 있었고, 시아노박테리아가 폭발적으로 번식하는 녹조 현상이 빈번히 관찰됐습니다. 이 시아노박테리아 중 일부는 독소를 뿜어냅니다. 물고기가 떼로 떠오르고, 산소가 부족해져 바닥에 사는 생물까지 숨이 막혀 가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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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의 젖줄로 불리는 마그달레나 강. 이 강물이 지금 '코카인 하마'들의 서식지가 되어버렸습니다. ⓒ Bernard Gagnon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침입종을 관리하는 교과서적인 방법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중성화·불임수술로 번식을 끊거나,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그마저 안 되면 포획 후 도태하는 방법입니다.
콜롬비아는 이 순서대로 하나씩 시도해 봤습니다. 2022년부터 정부는 하마 불임수술 프로그램을 가동했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성체 하마 한 마리를 마취해 수술하려면 크레인 같은 중장비가 있어야 하고, 마취 도중 호흡이 멎을 위험도 큽니다. 작업하던 사람이 다치거나 목숨을 잃을 가능성도 있죠. 콜롬비아 북부대학교의 연구원 호르헤 모레노 베르날은 "강아지나 고양이 중성화와는 차원이 다른, 번거롭고 비용이 많이 들며 위험천만한 작업"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하마를 아예 다른 나라로 보내는 방안을 찾아 나섭니다. 7개 국가, 2개 국제 동물원·수족관 협회에 "우리 하마를 받아달라"며 공식 제안을 보냈죠. 결과는 모두 거절. 단 한 마리도 받아주겠다고 응답한 쪽이 없었습니다. 큰 덩치의 동물을 수송·사육하는 비용과, 입국·검역에 필요한 행정 절차를 감당할 기관이 아무 데도 없었던 겁니다. 그렇게 2년이 흘렀고, 그 사이 콜롬비아 하마의 수는 계속 불어나기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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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체 하마 한 마리의 몸무게는 많게는 3톤에 가깝습니다. 마취와 수송 모두 일반적인 동물 관리 방식이 통하지 않는 거대한 짐승이죠. ⓒ shankar s. / Wikimedia Commons (CC BY 2.0)
2026년 4월, 콜롬비아 환경부 장관 이레네 벨레스는 기자회견에서 새로운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이번엔 직접적인 도태입니다. 전체 하마 중 80마리를 화학적 또는 물리적 방법으로 안락사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예산은 약 72억 페소,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대략 27억 원 규모가 배정됐습니다. 어떤 개체부터 처리할지는 크기, 사람이 사는 마을과의 거리, 개체의 공격성 같은 기준을 바탕으로 결정한다고 합니다.
반대 목소리도 거셉니다. 콜롬비아의 동물권 단체들은 오래전부터 "하마는 잘못한 게 없다, 들여온 건 인간이다"라고 외쳐 왔습니다. 게다가 이 하마들은 언제부턴가 콜롬비아 사회의 지역 마스코트 비슷한 존재가 됐죠. 관광지 굿즈로도 팔릴 정도입니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이제 더 버틸 시간이 없다고 말합니다. 모레노 베르날은 "누구도 '하마를 죽이라고 명령한 정치인'이 되고 싶어 하지 않았고, 그 사이에 문제는 계속 더 커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지금 속도대로 개체 수가 늘면 훨씬 많은 하마를 죽여야 하는 상황이 올 수 있고, 그보다 더 늦으면 마그달레나 강 생태계 자체가 회복 불가능한 수준까지 갈 수 있다는 경고입니다.
하마 네 마리를 연못에 풀어놓은 건 한 사람의 취미였습니다. 그 선택의 대가를, 35년이 지난 지금 콜롬비아의 강과 170여 마리의 하마가 함께 치르고 있는 겁니다.
네 마리가 만든 재앙의 대가는 네 배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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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간다의 한 호수에 몸을 담근 하마. 본래 이들이 수백만 년에 걸쳐 살아온 자리는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입니다. 남아메리카에는, 이 동물이 있어서는 안 됐습니다. ⓒ Diego Delso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1. Basilio, H., "Colombia will euthanize Pablo Escobar's invasive 'cocaine hippos'", Scientific American, 2026.
2. Castelblanco-Martínez, D.N. et al., "Rapid population growth and high management costs have created a narrow window for control of introduced hippos in Colombia", Scientific Reports, 2023. doi:10.1038/s41598-023-33028-y
3. Subalusky, A.L. et al., "A river of bones: wildebeest skeletons leave a legacy of mass mortality throughout the Mara River ecosystem", Frontiers in Ecology and Evolution, 2020.
4. Shurin, J.B. et al., "Ecosystem effects of the world's largest invasive animal", Ecology, 2020.
5. Gaviria Melo, A., "Colombia begins sterilizing its invasive hippos: what scientists think", Nature News, 2023.
6. 콜롬비아 환경부 보도자료,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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