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연 다이아몬드 원석. 우리가 보석으로 아는 다이아몬드 중 극히 일부는 지하 수백 킬로미터 깊이에서 만들어진 초심부 다이아몬드로, 지구 내부의 광물을 시료처럼 가두고 지표까지 올라옵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CC BY 2.0) / James St. John
1990년대 어느 날, 미국 와이오밍의 한 광산에서 캐낸 작은 다이아몬드 원석이 박물관 서랍 속에 조용히 자리를 잡았습니다. 30여 년이 지난 2020년대, 이 다이아몬드 한 알을 현미경 아래에 놓고 들여다본 한 과학자는 그 안에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광물 결정을 발견했죠. 결정의 크기는 머리카락 굵기보다도 작은, 단 수십 마이크로미터 수준이었습니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일까요. 지구 내부는 인간이 단 한 번도 직접 손에 쥐어 본 적 없는 영역인데요. 가장 깊이 들어간 시추공조차 12km 남짓에서 멈췄고, 맨틀의 상한선인 지각 아래 30km까지도 우리는 직접 닿지 못합니다.
![]()
그림: 지구 단면과 초심부 다이아몬드가 만들어지는 깊이. 일반 다이아몬드는 150~200km 상부 맨틀에서 생기지만, 초심부 다이아몬드는 410~660km의 전이대와 그 아래 하부 맨틀에서 형성되어 화산활동을 타고 지표까지 올라옵니다. ⓒ The Finch
그런데 자연이 보낸 작은 우편물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초심부 다이아몬드예요. 일반 보석용 다이아몬드는 지하 150~200km에서 생기지만, 초심부 다이아몬드는 그보다 훨씬 깊은 410km에서 660km 사이의 전이대, 그리고 그 아래 하부 맨틀에서 만들어집니다. 거기서 만들어진 다이아몬드가 화산을 타고 지표까지 올라올 때, 결정 속에는 그 깊이의 다른 광물 알갱이가 통째로 갇혀 함께 따라옵니다. 다이아몬드는 그 자체로 압력과 온도를 단단하게 차단하는 천연 압력 용기인 셈이죠.
2026년 5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은 미국 자연사박물관 연구팀이 이런 초심부 다이아몬드 두 알에서 지금까지 자연에서 본 적 없는 광물 두 가지를 새로 확인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름은 베른우다이트와 코필로바이트죠. 둘 다 국제광물학협회의 공식 등재 절차를 통과했습니다.
발견을 이끈 건 미국 뉴욕 자연사박물관의 박사후연구원 네스터 코롤레프(Nester Korolev) 박사와 큐레이터 케이트 키시바(Kate Kiseeva) 박사 연구팀입니다. 와이오밍산 다이아몬드 안에서 처음 코필로바이트를 알아본 사람도 코롤레프 박사였죠. 그 전까지 어느 누구도 자연 표본 속에서 이 광물을 본 적이 없었습니다.
코필로바이트는 흥미로운 이력을 가집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의 지구과학자 마야 코필로바(Maya G. Kopylova) 교수의 이름과, 러시아 물리학자이자 시인이며 정치 망명자였던 그의 부친 블라디미르 코필로프의 이름을 함께 따왔거든요. 지금까지 알려진 수천 종의 광물 가운데 여성 이름이 붙은 것은 단 3%에 불과합니다. 코필로바이트는 그 드문 3%에 들어가는 광물이 된 거죠.
화학적으로 코필로바이트에는 티타늄과 칼륨이 들어 있습니다. 이게 왜 중요할까요. 칼륨은 지각의 화강암류에 흔한 원소인데, 그게 상부 맨틀에서 만들어지는 광물 결정 안에 들어가 있다는 건 한 가지를 뜻하죠. 한때 지표 근처에 있던 물질이 섭입대를 타고 맨틀 깊은 곳까지 내려갔다가, 그곳에서 새 광물의 일부가 됐다는 얘기입니다.
![]()
그림: 다이아몬드가 맨틀 광물을 가두는 과정. 깊은 맨틀에서 다이아몬드 결정이 자라는 동안 주변의 작은 광물 알갱이가 함께 끼어들고, 다이아몬드의 단단한 결정 구조가 그 광물을 고압 상태 그대로 지표까지 안전하게 운반합니다. ⓒ The Finch
또 하나의 새 광물 베른우다이트는 더 깊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이 광물은 브라질에서 채굴된 다이아몬드 안에서 발견됐고, 410km보다 더 깊은 곳, 즉 전이대 또는 하부 맨틀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이름은 영국 지구과학자 버니 우드(Bernie Wood) 교수의 공로를 기린 명명이고요.
키시바 박사 연구팀이 주목한 건 베른우다이트의 형성 경로였습니다. 이 광물은 또 다른 심부 광물 데이브마오아이트가 전이대 쪽으로 올라오는 도중 분해되면서 생긴 것으로 추정됩니다. 데이브마오아이트는 미국 네바다대학교 라스베이거스 캠퍼스의 올리버 츠하우너(Oliver Tschauner) 교수 연구팀이 2021년 학술지 《Science》에 보고한 광물이죠. 화학식은 칼슘 규산염 페로브스카이트로, 지표의 보통 압력에서는 절대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없는 하부 맨틀 전용 광물입니다. 그 데이브마오아이트가 위쪽으로 천천히 올라오면서 모양을 바꿔 베른우다이트라는 새 광물이 된다는 시나리오예요.
흥미로운 건 베른우다이트의 결정 안에 알루미늄이 들어 있다는 점입니다. 알루미늄은 본래 지각에서 흔한 원소죠. 그게 하부 맨틀까지 끌려 내려간 흔적이 베른우다이트 안에 남아 있는 거예요. 키시바 박사는 "지표의 물질이 깊은 곳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오는 비교적 효율적인 순환이 존재한다"고 표현했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각과 그 까마득한 아래의 하부 맨틀이, 우리 생각보다 활발히 섞이고 있다는 의미죠.
여기서 잠깐 더 깊은 배경 이야기 하나가 필요합니다. 초심부 다이아몬드가 광물학자들에게 결정적 단서를 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에요. 2014년 캐나다 앨버타대학교의 그레이엄 피어슨(D. Graham Pearson) 교수 연구팀은 학술지 《Nature》에 큰 논란을 부른 한 편의 논문을 냅니다. 브라질 후이나 광산에서 캐낸 다이아몬드 한 알 안에서 자연 상태의 링우다이트 결정을 처음으로 확인한 거죠.
![]()
반으로 갈라본 라이트 브라운 다이아몬드 원석.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광물 알갱이가 이런 결정 내부에 갇힌 채 지하 수백 km에서 지표까지 함께 올라옵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 Carsten Slostad
링우다이트는 그 자체로 흥미로운 광물입니다. 지표에서 흔히 보는 감람석(올리빈)이 410~660km 깊이의 극한 압력에 짓눌리면 결정 구조가 다시 짜여 링우다이트가 되거든요. 이 광물의 결정 안에는 물 분자가 들어갈 자리가 있는데, 피어슨 교수팀이 분석한 표본은 무게의 약 1.4%가 물로 채워져 있었습니다. 이게 무엇을 뜻할까요. 지구 전이대 어딘가에 적어도 국지적으로는 물을 머금은 영역이 존재한다는 거였습니다. 만약 전이대 전체가 비슷한 상태라면, 그곳에 존재하는 물의 양은 지구 표면 바다 전체와 맞먹는 양일 수 있다는 추정도 가능했죠.
2021년 츠하우너 교수팀의 데이브마오아이트, 2014년 피어슨 교수팀의 링우다이트, 그리고 2026년 코롤레프 박사팀의 베른우다이트와 코필로바이트. 시간으로 이어 놓고 보면 한 가지 큰 그림이 떠오릅니다.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이 지구는, 단순히 차가운 지각이 위에 있고 뜨거운 맨틀이 아래에 있는 단단한 케이크가 아니라는 거예요. 지각의 알루미늄과 칼륨이 끌려 내려가 하부 맨틀 광물 속에 들어가고, 그 광물은 다시 천천히 올라오면서 모양을 바꿉니다. 그러다 운 좋게 다이아몬드 결정에 갇히면 그대로 지표까지 묻어 올라와, 박물관 서랍 속에서 30년 뒤 어느 과학자의 현미경을 만나는 거죠.
참 묘한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인류는 단 한 번도 맨틀에 직접 닿지 못했지만, 맨틀은 자신의 표본을 작은 다이아몬드에 넣어 차곡차곡 우리에게 보내고 있었습니다. 다음번 광물의 이름은 어디서 캐낸, 어떤 박물관 서랍 속 다이아몬드에서 나올까요. 답은 이미 우리 발 밑 어디쯤, 또 한 알의 작은 결정 안에 들어 있을 겁니다.
1. Tschauner, O., Huang, S., Yang, S., Humayun, M., Liu, W., Gilbert Corder, S. N., Bechtel, H. A., Tischler, J., & Rossman, G. R. (2021). "Discovery of davemaoite, CaSiO3-perovskite, as a mineral from the lower mantle." Science, 374(6569), 891-894. DOI: 10.1126/science.abl8568
2. Pearson, D. G., Brenker, F. E., Nestola, F., McNeill, J., Nasdala, L., Hutchison, M. T., Matveev, S., Mather, K., Silversmit, G., Schmitz, S., Vekemans, B., & Vincze, L. (2014). "Hydrous mantle transition zone indicated by ringwoodite included within diamond." Nature, 507(7491), 221-224. DOI: 10.1038/nature13080
3. Nestola, F., et al. (2018). "CaSiO3 perovskite in diamond indicates the recycling of oceanic crust into the lower mantle." Nature, 555(7695), 237-241. DOI: 10.1038/nature25972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이 필요합니다.
댓글을 불러오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