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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카탄 반도 상공에 솟아오른 거대한 적란운. 인공강우 기술은 바로 이런 구름 속 과냉각 물방울을 노린다. 출처: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 Laredawg
2025년 11월의 어느 추운 밤,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북쪽 배녹 산맥 자락 농경지에서 4발 프로펠러 드론 한 대가 떠올랐습니다. 두꺼운 구름 속 4,000미터 상공까지 올라간 드론은, 등에 매단 통에서 노란 가루를 뿜어대기 시작했죠. 가루의 정체는 요오드화은(AgI). 인공강우 기업 레인메이커가 사라져가는 그레이트 솔트 레이크를 되살려보겠다며 시도한 작전이었습니다.
이 호수는 2012년 이래로 면적이 절반 가까이 줄었어요. 바닥을 드러낸 호수에서 비소 같은 중금속을 머금은 독성 먼지가 도심으로 날아드는 통에, 솔트레이크시티 주민 수백만 명이 호흡기 위협에 노출돼 있죠. 그래서 등장한 카드가 바로 인공강우입니다. 영어로는 클라우드 시딩(cloud seeding)이라 부르는, 구름에 무언가를 뿌려 비를 짜내려는 기술이에요.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깁니다. 정말 사람이 비를 만들 수 있을까요? 가뭄에 시달리는 50개가 넘는 나라가 이미 수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는 이 기술은, 과학일까요 아니면 그저 절박함이 빚어낸 환상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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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강우의 작동 원리 도식. 차가운 구름에는 요오드화은이, 따뜻한 구름에는 소금 입자가 씨앗 역할을 한다. 출처: Finch 편집부 자체 제작 일러스트
이야기는 1946년 7월의 한 무더운 날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 연구소의 빈센트 셰퍼(Vincent Schaefer) 박사는 더운 실험실에서 냉동고 온도를 더 낮춰보려고 그 안에 드라이아이스 한 조각을 던져 넣었어요. 그 순간 냉동고 내부가 떠다니는 얼음 결정으로 가득 찼습니다. 공기 중에 떠 있던 미세한 물방울이, 영하 35도에서도 액체로 남아 있는 이른바 과냉각 상태였다가, 차가운 충격을 받자 일제히 얼어버린 거죠.
같은 해 셰퍼의 동료였던 버나드 보네거트는 또 다른 발견을 했습니다. 결정 구조가 얼음과 비슷한 요오드화은 입자를 뿌리면, 드라이아이스를 쓸 때보다 더 따뜻한 온도에서도 과냉각 물방울이 폭발적으로 얼음으로 자란다는 사실이었어요. 그렇게 만들어진 얼음 결정은 주변 수증기를 빨아들이며 점점 무거워지고, 마침내 구름에서 떨어져 나와 눈이나 비가 되는 거죠. 인공강우의 원리가 바로 이 한 줄에 담겨 있습니다.
발견 직후 미군이 곧장 이 기술을 가져갔습니다. 1947년에는 드라이아이스를 허리케인에 퍼부어 진로를 돌려보려다 오히려 폭풍이 플로리다 해안을 두 번이나 후려쳤죠. 베트남전 때는 호치민 루트의 보급선을 진창으로 만들려고 비밀리에 구름에 약품을 뿌리기도 했습니다. 결국 1977년 미국과 소련이 군사 목적의 환경 변조를 국제적으로 금지하면서, 미국 정부는 효과를 입증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손을 뗐어요.
그러던 기술이 21세기 들어 화려하게 부활합니다. 지구온난화와 무분별한 지하수 사용으로 전 세계 40억 인구가 1년에 한 달 이상 물 부족을 겪는 시대가 됐거든요. 이란은 5년째 가뭄에 시달리며 혁명수비대까지 동원해 항공기로 구름에 약품을 뿌리고 있고, 아랍에미리트는 매년 수백 회 출격하는 소형 비행기 날개에 소금 발연통을 매답니다. 따뜻한 사막 구름에서는 요오드화은 대신 소금 입자가 공기 중 수분을 빨아들여 빗방울 씨앗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가장 야심 찬 곳은 중국입니다. 비행기와 로켓은 물론, 수천 대의 대공포까지 동원해 하늘에 약품을 쏘아대고 있어요. 중국 정부는 자국 영토의 절반이 넘는 약 500만 제곱킬로미터에서 인공강우 작전이 펼쳐진다고 발표했죠. 2016년부터는 인도 몬순이 머금은 수증기를 황하 상류로 끌어오겠다는 이른바 톈허(天河) 프로젝트도 가동 중인데, 산비탈에 설치한 수백 개의 연소실에서 요오드화은을 태우는 방식입니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게 정말 효과가 있을까요? 미국 와이오밍대학교의 대기과학자 제프리 프렌치(Jeffrey French) 교수 연구팀은 2018년 학술지 《PNAS》에 결정적인 답을 내놓습니다. 이른바 SNOWIE 실험이었어요. 연구진은 아이다호 소투스 산맥 위 구름에 비행기를 띄워, 바람과 직각으로 남북으로 왕복하면서 요오드화은 발연통을 떨어뜨렸습니다. 약품이 천천히 떨어지는 동안 동쪽 바람에 휩쓸려, 지그재그 모양 흔적을 남기도록 일부러 그렇게 비행한 거죠.
약 30분 뒤, 지상의 트럭 탑재 레이더는 똑같은 지그재그 패턴으로 얼음 결정이 형성되고 있는 모습을 포착했습니다. 자연 상태에서는 결코 나올 수 없는 무늬였죠. 프렌치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구름의 자연스러운 진화를 사람이 바꿀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답은 분명히 그렇다라고요. 인공강우가 단순한 미신이 아니라 과학이라는 사실이 처음으로 의심의 여지 없이 입증된 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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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별로 다른 인공강우 살포 방식 도식. 미국은 항공기에서 발연통을, 중국은 로켓과 대공포로 약품을 쏘아 올린다. 출처: Finch 편집부 자체 제작 일러스트
다만 한 가지 짚어야 할 게 있죠. 비를 만들 수 있다는 것과 가뭄을 끝낼 만큼 비를 만들 수 있다는 건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콜로라도대학교 볼더캠퍼스의 대기과학자 카탸 프리드리히(Katja Friedrich) 교수가 2020년 같은 《PNAS》에 발표한 후속 연구는, 인공강우로 늘어나는 강수량이 구름의 상태와 계절에 따라 들쭉날쭉하다는 점을 분명히 했어요. 같은 와이오밍에서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진행된 한 장기 실험에서는 강수량이 고작 1.5퍼센트 늘어났는데, 통계적으로는 의미 없는 수치였습니다.
그러니까 인공강우는 한 산맥에 평년보다 약간 더 두꺼운 눈 이불을 덮어주는 일은 가능해도, 말라가는 호수 하나를 다시 가득 채우는 일과는 거리가 멀다는 얘기죠. 프리드리히 교수는 한마디로 정리합니다. 인공강우는 모든 문제를 푸는 성배가 아니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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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란운 아래로 빗줄기가 떨어지는 장면. 구름 속 수분 가운데 실제로 비가 되어 떨어지는 비율은 의외로 작다. 출처: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 Famartin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묘하게 비틀립니다. 정말 효과가 들쭉날쭉하다는데, 왜 나라 사이의 분쟁이 끊이지 않을까요. 인도 정부는 티베트 쪽 강 하류에서 일어난 홍수의 책임을 중국에 돌리고, 이란은 자국에 올 비를 이스라엘과 튀르키예가 가로챘다는 이른바 구름 도둑질 의혹을 공식 제기했죠. 미국에선 1996년 공군 보고서 하나가 빌미가 되어, 비행기 항적운이 정부의 화학 살포라는 음모론이 자리 잡았습니다. 2024년 두바이 홍수는 인공강우 탓이라는 소문이, 같은 해 미국 남부 허리케인은 바이든 정부의 작품이라는 헛소문이 인터넷을 휩쓸었어요.
과학자들의 답은 간결합니다. 구름은 머금은 수분 가운데 일부만 비로 떨어뜨리고, 나머지는 바람을 타고 흘러가거나 바다 위에서 그냥 비워집니다. 즉 비는 한정된 파이를 두고 다투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라는 거죠. 프리드리히 교수의 말마따나, 인공강우는 자연이 가진 물의 순환을 살짝 앞당기는 수준에 가깝습니다. 홍수를 만들 만큼 비를 쏟아붓는 일은 현재 기술로는 불가능합니다.
그럼에도 음모론은 정치로 번지고 있어요. 2025년 텍사스 커 카운티에서 일어난 치명적 홍수 직전, 레인메이커가 인근 지역에서 작전을 펼쳤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미국 하원에서는 인공강우 금지 법안 논의가 시작됐습니다. 이미 세 개 주가 기상 변조를 금지했죠. 하지만 가뭄에 시달리는 또 다른 다섯 개 주는 같은 회사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과학이 아니라 인식이 이 기술의 운명을 좌우하고 있는 셈이에요.
마지막으로 빠뜨릴 수 없는 게 하나 있습니다. UN 대학교 물·환경·건강 연구소의 카베 마다니 박사는 다른 해법이 훨씬 더 어렵기 때문에 사람들이 인공강우에 매달리는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농업용수 사용 제한, 새는 수도관 정비, 운하 대신 점적 관개로의 전환 같은 것들은 모두 돈도 시간도, 정치적 결단도 필요하죠. 게다가 물 공급이 늘어나면 오히려 소비가 따라 늘어버리는 이른바 제번스의 역설도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란의 한 하천에서는 수로를 두 배로 늘리자 농민들이 가축 사육을 접고 물을 더 많이 쓰는 복숭아와 아몬드로 갈아탔고, 결국 다시 물 부족에 빠졌어요.
그리스 신화에는 태양의 신 헬리오스의 아들 파에톤이 등장합니다. 그는 한 번만 아버지의 태양 마차를 몰아보겠다고 고집을 부렸다가, 말들을 통제하지 못해 지구 곳곳을 사막으로 태워버렸죠. 미국 콜비대학의 과학사학자 제임스 플레밍 교수는 인공강우의 역사가 바로 이 파에톤의 우화와 닮아 있다고 말합니다. 거대한 지렛대 하나로 세계의 날씨를 통제하겠다는 꿈, 그 안에는 늘 풀리지 않은 질문들이 함께 매달려 있다고요. 우리는 진짜 비를 만든 것일까요, 아니면 비를 만들었다고 믿고 싶었던 것일까요.
1. French, J. R., Friedrich, K., Tessendorf, S. A., et al. (2018). "Precipitation formation from orographic cloud seeding."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15(6), 1168-1173. DOI: 10.1073/pnas.1716995115
2. Friedrich, K., Ikeda, K., Tessendorf, S. A., et al. (2020). "Quantifying snowfall from orographic cloud seeding." Proceedings of the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117(10), 5190-5195. DOI: 10.1073/pnas.1917204117
3. Tessendorf, S. A., French, J. R., Friedrich, K., et al. (2019). "A Transformational Approach to Winter Orographic Weather Modification Research: The SNOWIE Project." Bulletin of the American Meteorological Society, 100(1), 71-92. DOI: 10.1175/BAMS-D-17-0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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