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엘리베이터는 늘 반대 방향이 먼저 오는 것처럼 느껴질까?

The Finch2026. 4. 22.

왜 엘리베이터는 늘 반대 방향이 먼저 오는 것처럼 느껴질까?

유리와 대리석으로 꾸며진 현대식 엘리베이터 로비. 이 무심한 공간에는 70년 묵은 확률 퍼즐이 숨어 있다. 출처: Unsplash (Unsplash License) / Aalo Lens

1956년 여름,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항공우주기업 콘베어⁠(Convair)⁠의 6층짜리 사무동에서 한 물리학자가 엘리베이터 앞을 서성이고 있었습니다. 주인공은 빅뱅 이론의 초기 주창자로 유명한 조지 가모프⁠(George Gamow) 박사였죠. 그는 2층 사무실에서 5층에 있는 동료 마빈 스턴⁠(Marvin Stern) 박사를 만나러 자주 위층으로 올라갔는데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버튼을 누를 때마다 맨 처음 도착하는 엘리베이터는 거의 항상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였습니다.

가모프는 이걸 친구 스턴에게 이야기했고, 스턴은 정반대 경험을 토로했습니다. 5층에서 아래로 가려고 버튼을 누르면 제일 먼저 오는 건 늘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라는 거였죠. 두 사람은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엘리베이터가 건물 중간 어디선가 계속 제조되어 위아래로 뱉어지는 게 아닐까 하고 웃었는데요. 하지만 이 장난스러운 관찰이, 훗날 엘리베이터 역설⁠(elevator paradox)⁠이라는 이름으로 확률 교과서에까지 실리는 유명한 문제가 되었습니다.

현대식 사무 빌딩의 엘리베이터 홀

도착할 엘리베이터는 정해져 있지 않지만, 우리는 이상하게 반대 방향의 엘리베이터가 더 자주 오는 것처럼 느낍니다. 출처: Unsplash (Unsplash License) / Aalo Lens

30층 건물의 2층에 서 있다면

가모프와 스턴이 1958년에 낸 책 《퍼즐-매스⁠(Puzzle-Math)》의 서문에는, 이 문제가 꽤 구체적인 수치로 등장합니다. 30층짜리 건물의 2층에 서 있다고 가정해 볼까요? 엘리베이터 1대가 1층과 30층 사이를 계속 왕복하고 있다고 생각해 봅시다. 이때 엘리베이터가 어디에 있는지 랜덤한 순간에 관측한다면, 이 엘리베이터는 여러분의 머리 위 28개 층⁠(3층⁠~30층) 중 어딘가에 있을 확률이 높을까요, 아니면 여러분 발밑 1개 층⁠(1층)⁠에 있을 확률이 높을까요?

답은 뻔하죠. 28대 1, 그러니까 약 97%⁠의 확률로 엘리베이터는 여러분 위쪽에 있습니다. 그리고 위쪽에 있는 엘리베이터가 2층까지 내려오려면, 당연히 내려가는 중에 지나가야 하죠. 반대로 이 엘리베이터가 위로 가려면, 일단 1층까지 내려간 뒤 방향을 바꿔 올라와야 합니다. 그러니 2층에서 여러분이 보는 첫 엘리베이터는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일 가능성이 훨씬 크다는 얘기인데요. 5층에서 아래로 가려는 스턴 박사의 경우는 정확히 그 반대가 됩니다.

참 신기하지 않나요? 이건 엘리베이터가 고장 났거나, 사람들이 유달리 꼭대기 층을 좋아해서가 아닙니다. 순전히 당신이 서 있는 위치와 엘리베이터가 있을 수 있는 공간의 비대칭성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죠. 가모프는 이걸 관측 시간의 편향이라고 설명했고, 수학자들은 뒤에 이걸 공간 분포 문제로 정리했습니다.

미국 사무용 빌딩의 엘리베이터 로비

여러분이 저층에 있으면 머리 위 공간이 훨씬 넓고, 그만큼 엘리베이터가 위쪽 어딘가에 있을 확률이 커집니다. 출처: Library of Congress / Carol M. Highsmith Archive (Public Domain) / Carol M. Highsmith

크누스 박사의 반격

그런데 여기서 이야기가 끝났다면 재미가 없겠죠. 1969년, 컴퓨터과학의 거장인 스탠퍼드 대학교의 도널드 크누스⁠(Donald Knuth) 교수가 학술지 《저널 오브 리크리에이셔널 매스매틱스⁠(Journal of Recreational Mathematics)》에 한 편의 짧은 논문을 발표합니다. 제목은 가모프-스턴 엘리베이터 문제⁠(The Gamow-Stern Elevator Problem)⁠였죠.

크누스 박사는 가모프와 스턴의 설명이 엘리베이터가 딱 한 대일 때만 성립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여러 대가 되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진다는 것이죠. 크누스의 계산에 따르면,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엘리베이터가 2대 있을 때 2층에서 처음 도착하는 엘리베이터가 내려가는 중일 확률은 약 13/18, 즉 72% 정도입니다. 엘리베이터가 아주 많아지면 이 확률은 50%⁠에 수렴하죠. 그러니까 고층 빌딩에 엘리베이터 뱅크가 대여섯 대씩 있는 요즘 건물에서는, 실제로는 반반에 가까운 겁니다.

그럼 우리는 왜 여전히 늘 반대 방향으로 온다고 느끼는 걸까요? 크누스 박사의 후속 논의와 그 뒤의 확률 연구자들은 여기에 대해 인간의 선택적 기억을 꼽습니다. 원하는 방향의 엘리베이터가 바로 왔을 때는 별생각 없이 타고 올라가지만, 반대 방향 엘리베이터가 먼저 도착해 문이 열리고 닫히는 걸 지켜볼 때는 그 짜증이 뇌에 강하게 각인된다는 거죠. 즉, 역설의 절반은 수학이고, 절반은 심리학이라는 얘기인데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아르데코 양식 엘리베이터들

뉴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로비의 엘리베이터들. 엘리베이터 수가 많아질수록 반대 방향 편향은 줄어들지만, 대기 시간 자체는 또 다른 문제가 됩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 Fletcher6

그럼, 대기 시간 자체는 왜 이렇게 긴 걸까?

사실 가모프-스턴의 역설보다 더 현실적인 문제는 왜 이렇게 오래 기다려야 하느냐입니다. 여기서 현대 수학이 다시 등장하죠. 2004년, 미쓰비시 전기연구소⁠(Mitsubishi Electric Research Labs)⁠의 다니엘 니코프스키⁠(Daniel Nikovski) 박사와 매튜 브랜드⁠(Matthew Brand) 박사는 《IEEE 트랜잭션스 온 오토매틱 컨트롤》이라는 제어공학 저널에 중요한 논문을 한 편 실었습니다. 엘리베이터 여러 대가 동시에 움직이는 엘리베이터 군 제어⁠(group elevator control) 문제를 마르코프 연쇄⁠(Markov chain)⁠로 모델링한 연구였죠.

마르코프 연쇄라는 이름이 낯설게 들릴 텐데요. 쉽게 말하면 미래 상태가 바로 직전 상태에만 의존하는 확률 시스템입니다. 엘리베이터가 지금 몇 층에 있고, 어느 방향으로 움직이며, 몇 명이 타고 있는지를 하나의 상태로 보고, 다음 순간 어느 상태로 넘어갈지를 확률로 계산하는 방식이죠. 니코프스키 박사팀은 이 방법으로 8층에서 30층까지, 엘리베이터 2~8대가 있는 20,000가지 건물 시나리오에서 승객 대기 시간을 정확히 계산했습니다.

그 결과는 꽤 충격적이었는데요. 기존에 널리 쓰이던 가장 가까운 엘리베이터를 보낸다는 단순한 방식 대비, 마르코프 연쇄 기반 스케줄링으로 바꾸면 평균 대기 시간이 약 20% 줄어들고, 특히 출근 시간처럼 붐비는 러시아워에는 최대 70%⁠까지 단축된다는 겁니다. 아침마다 우리가 왜 이렇게 안 와라고 투덜거리는 그 시간의 상당 부분은, 엘리베이터가 승객 도착 확률 분포를 모르기 때문에 낭비되는 시간이었던 거죠.

대기행렬 이론이 말해주는 것

조금 더 거시적으로 보면, 엘리베이터는 대기행렬 이론⁠(queueing theory)⁠의 전형적인 문제입니다. 대기행렬 이론은 20세기 초 덴마크 수학자 아그너 얼랑⁠(Agner Erlang)⁠이 전화 교환기의 통화 대기 문제를 풀기 위해 만든 수학 분야인데요. 손님이 무작위 간격으로 도착하고, 유한한 서버가 이들을 처리할 때 평균 대기 시간이 얼마냐를 계산하죠.

엘리베이터에 이걸 적용하면 재미있는 결과가 나옵니다. 승객이 도착하는 시간을 무작위 분포⁠(푸아송 분포)⁠로 가정하고 계산해 보면, 건물이 살짝만 붐벼도 대기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는 사실이죠. 즉, 평소엔 10초 만에 오던 엘리베이터가 점심시간 5분 전에는 1분, 2분이 되는 건 단순한 우연이 아닙니다. 수학적 필연입니다.

그리고 여기서 또 하나의 반전이 있는데요. 우리가 흔히 엘리베이터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길다고 느끼는 건, 실제 시간이 길어서가 아니라 관측 편향 때문이라는 연구도 있습니다. 엘리베이터가 빨리 와서 바로 탄 날은 뇌가 기억하지 않지만, 유난히 오래 기다린 날은 오늘 엘리베이터 왜 이래라며 기억에 남죠. 평균을 따져보면 30초인데, 우리 머릿속엔 2분처럼 저장되는 겁니다.

가모프와 스턴이 1956년 여름에 주고받았던 농담은, 알고 보면 우주의 팽창이나 원자핵 반응 같은 거창한 주제가 아니라 엘리베이터는 왜 늘 딴 데서 오지라는 지극히 일상적인 의문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의문에 답하기 위해 확률, 마르코프 연쇄, 대기행렬 이론이 총출동했고, 70년이 지난 지금도 연구자들은 AI와 강화학습으로 이 문제를 더 정교하게 풀고 있죠.

그러니 다음번에 사무실 엘리베이터 앞에서 5층짜리 숫자판이 애먼 방향으로 움직이는 걸 보며 한숨이 나올 때는, 한번 떠올려 보세요. 그 짧은 기다림 안에는 빅뱅을 계산했던 물리학자의 장난스런 관찰과, 컴퓨터과학의 거장이 남긴 반론, 그리고 지금도 수많은 수학자가 씨름하고 있는 확률의 세계가 함께 들어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리 지루하지만은 않은 기다림이죠.

참고문헌

1. Gamow, G. & Stern, M. (1958). Puzzle-Math. Viking Press, New York, pp. 23-25.

 2. Knuth, D. E. (1969). "The Gamow-Stern Elevator Problem." Journal of Recreational Mathematics, 2(3), 131-137.

 3. Nikovski, D. & Brand, M. (2004). "Exact calculation of expected waiting times for group elevator control." IEEE Transactions on Automatic Control, 49(10), 1820-1827. DOI: 10.1109/TAC.2004.835583

 4. Georgiou, L. (2024). "Stern, Gamow, and the Shabbat Elevator Effect." Recreational Mathematics Magazine, 11(18), 1-12. DOI: 10.2478/rmm-2024-0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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