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바다의 5분의 1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는 진짜 이유

The Finch2026. 4. 20.

지구 바다의 5분의 1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는 진짜 이유

매일 밤 지구의 바다에서는 거대한 일이 조용히 벌어집니다. 해가 지면 수심 200~300m에서 낮을 보내던 작은 동물들이 일제히 수면 쪽으로 올라오고, 해가 뜨면 다시 어둠 속으로 내려갑니다. 요각류, 크릴, 등불고기 같은 이 작은 생물들이 수직으로 오르내리는 거리는 하루 수백 m. 개체 수로는 대략 1,000경 마리에 이르고, 생물량 규모는 수 기가톤에 달합니다. 이걸 '수직 일주 이동⁠(Diel Vertical Migration, DVM)'이라고 부릅니다.

이 이동은 규모만 큰 게 아닙니다. 지구 탄소 순환의 핵심 장치이기도 하거든요. 그런데 지난 20년 위성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 거대한 '펌프'가 서서히 느려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원인은 뜻밖에도 '바다가 점점 어두워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5년 영국 플리머스 해양연구소의 토머스 데이비스⁠(Thomas Davies)⁠와 팀 스마이스⁠(Tim Smyth) 연구팀은 20년 치 전 지구 위성 자료를 분석한 끝에 놀라운 그림을 내놓았습니다. 지구 바다의 약 5분의 1 — 면적으로 따지면 약 7,500만 km² — 에서 표층수가 빛을 덜 통과시키는 방향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지구 전체 육지 면적의 절반이 넘는 공간이 조용히 '어두워진' 겁니다.

'바다가 어두워진다'는 건 정확히 무슨 뜻인가

일단 용어부터 정리해보죠. 바다가 어두워진다는 건 밤하늘이 어두워지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지상에서 보면 바다 색이 어두워 보인다기보다는, '물속으로 내려가면서 빛이 얼마나 빠르게 줄어드느냐'가 달라졌다는 뜻입니다. 해양학에서는 이걸 '유광층⁠(photic zone)'의 깊이가 얕아진다고 표현합니다. 원래는 수심 100m까지 파고들던 햇빛이 이제 70m, 50m에서 사라지는 식입니다.

이 변화는 위성이 관측하는 '바다 색' 파장대의 기울기에서 드러납니다. 파란 빛은 물속으로 잘 파고드는 반면, 초록·노랑·빨강 빛은 빠르게 흡수됩니다. 그런데 최근 20년 동안 넓은 해역에서 파장별 흡수 패턴이 위쪽으로 밀려 올라갔습니다. 빛이 닿는 '조명 구간'이 수면 가까이로 얇아진 겁니다.

문제의 스케일은 두 가지 방식으로 드러났습니다. 첫 번째는 면적. 연안부터 외해까지, 대륙을 가릴 것 없이 넓게 퍼져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속도. 20년이라는 시간은 해양 순환 관점에서는 거의 눈 깜짝할 순간인데, 그 안에 이 정도로 큰 변화가 나타났다는 게 핵심입니다.

해양학에서 말하는 '바다의 층'. 햇빛이 광합성을 지탱할 수 있는 맨 위 구간⁠(유광층, photic zone)⁠은 보통 수심 200m 위까지다. 그 아래로 중층, 심해층이 이어진다. 바다가 '어두워진다'는 건 이 유광층이 점점 얕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 Chris huh / K. Aainsqatsi /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연안에서 벌어지는 일 — 강물이 나르는 '색'

연안 바다가 어두워지는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합니다. '강에서 흘러들어오는 물의 색'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지난 수십 년간 지구 곳곳에서 숲이 농경지로 바뀌고, 도시와 포장 도로가 늘어나면서 토양이 노출됐습니다. 비가 올 때 쓸려 내려가는 흙과 부엽토의 양이 폭증했고요. 여기에 산업형 농업이 뿌려대는 비료가 강을 통해 바다로 흘러듭니다. 질소와 인 같은 영양염이 연안에 도달하면 식물성 플랑크톤이 폭발적으로 증식합니다. 이런 블룸은 색이 짙어서 물을 탁하게 만들거든요.

또 하나의 변수는 용존 유기물입니다. 숲 토양이나 습지에 쌓여 있던 탄소 성분이 홍수로 쓸려 나오면, 바닷물에 갈색 기운이 도는 갈색 유기물⁠(Colored Dissolved Organic Matter, CDOM)⁠이 늘어납니다. 이 물질은 가시광선 중 파란 쪽 파장을 특히 잘 흡수합니다. 결과적으로 바닷속으로 가장 깊이 들어가야 할 파란 빛이 수면 근처에서 끊겨버리죠.

문제는 이 변화가 '바다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육지에서 하는 일의 결과'라는 점입니다. 바꿔 말하면, 육지 관리를 바꾸면 어느 정도 되돌릴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NASA MODIS 위성이 2022년 찍은 아마존 강 하구. 강물이 쏟아 내는 갈색 퇴적물과 용존 유기물⁠(CDOM)⁠이 대서양 표면을 수백 km 밖까지 짙게 물들인다. 지구 곳곳의 하천 유역에서 농업 확대·강수 증가가 이런 '연안 어두워짐'을 가속하고 있다. ⓒ NASA MODIS Land Rapid Response Team /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외해에서 벌어지는 일 — 따뜻해진 표면이 갇히는 이유

훨씬 더 까다로운 쪽은 육지에서 먼 외해입니다. 연안처럼 강물이 곧바로 영향을 주는 게 아닌데도 어두워지고 있거든요.

외해의 핵심 변수는 '성층화'입니다. 바다 표면층이 따뜻해지면서 아래 차가운 층과 잘 섞이지 않는 현상인데요. 원래 외해에서는 겨울철 폭풍이 표층수를 휘저어서 심층 영양염을 끌어올리고, 봄이 되면 태양빛을 받아 플랑크톤이 번성하는 주기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지구 전체 해양의 표면 온도가 올라가면서, 따뜻한 표층수와 차가운 심층수 사이의 밀도 차이가 커졌습니다. 두 층이 잘 섞이지 않는 겁니다.

여기에 해양 열파가 자주 찾아오면서 상황이 더 극단으로 갑니다. 2014~2016년 북태평양을 덮친 '더 블롭⁠(The Blob)'이 대표적인데, 당시 해수 표면 온도가 평균보다 2°C 이상 높게 유지됐습니다. 이런 고온 표층이 유지되면, 플랑크톤이 자라기 쉬운 얇은 층이 수면 바로 아래에 고정됩니다. 여기서 증식한 플랑크톤은 빛을 흡수해버리고, 결과적으로 그 아래쪽 수심으로 빛이 내려가지 못하게 가로막는 셈이죠.

쉽게 말하면 이렇습니다. 덥고 잔잔한 날씨 → 표층만 따뜻 → 층이 안 섞임 → 얇은 표층에서만 플랑크톤 번성 → 그 플랑크톤이 빛을 가림 → 아래쪽은 더 어두워짐. 이 과정이 전 지구에 걸쳐 동시다발로 진행되고 있다는 게 스마이스 연구팀 분석의 결론이었습니다.

'살 수 있는 층'이 수십 미터 위로 밀려 올라왔습니다

자, 이제 바닷속 생태계 이야기로 돌아와 봅시다. 바다가 어두워진다는 건, 빛에 의존해 살아가는 생물들의 활동 범위가 수면 가까이로 좁혀진다는 뜻입니다.

식물성 플랑크톤은 광합성을 하니까 당연히 빛이 닿는 깊이까지만 살 수 있습니다. 이 깊이가 얕아지면 생산 가능 공간이 통째로 줄어듭니다. 그 플랑크톤을 먹는 동물성 플랑크톤, 그리고 그 동물성 플랑크톤을 노리는 작은 물고기, 다시 그 물고기를 쫓는 큰 물고기 — 먹이사슬 전체가 같은 얇은 층으로 몰려들게 되는 거죠.

특히 요각류의 수직 일주 이동이 타격을 받습니다. 원래 요각류가 200~300m까지 내려가는 건 시각으로 사냥하는 포식자를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깊은 곳은 햇빛이 거의 안 닿으니까 안전 지대가 되는 거죠. 그런데 조명 구간이 얕아지면 '충분히 어두운' 깊이도 함께 얕아집니다. 요각류가 예전만큼 멀리 내려갈 이유가 없어지는 겁니다. 개체 하나하나 입장에서는 에너지를 아낀다고 볼 수도 있지만, 생태계 전체로 보면 이게 심각한 부작용을 불러옵니다.

해양 미소 동물⁠(micronekton)⁠의 낮·밤 수직 분포 모식도. 낮에는 수심 수백 m 깊이에 숨어 있다가 밤에는 먹이를 찾아 표층까지 올라오는 일일 수직 이동⁠(DVM, diel vertical migration)⁠을 보여 준다. 유광층이 얕아지면 이 이동 거리가 줄어들고, 먹이사슬 전체가 위쪽으로 '밀려 올라온다'. ⓒ Pavanee Annasawmy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탄소 펌프가 약해진다는 뜻

여기가 진짜 핵심입니다. 수직 일주 이동이 얕아지면, 바다가 대기에서 탄소를 빨아들이는 능력이 줄어듭니다.

바다는 지구 최대의 '탄소 저장고'입니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상당량이 결국 바다에 흡수돼 심해에 묻히는데, 이 과정을 '생물학적 탄소 펌프'라고 부릅니다. 어떻게 작동하냐면요. 수면 근처에서 플랑크톤이 광합성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몸을 만듭니다. 이 플랑크톤을 동물성 플랑크톤이 먹죠. 요각류 같은 동물성 플랑크톤은 밤에 표층에서 먹이를 먹고, 낮에 수심 200~300m로 내려가 배설하고 숨을 쉬고 — 또 일부는 죽어서 더 깊은 바닥으로 가라앉습니다. 이 과정에서 탄소가 표층 밖으로 '수직 이송'되는 겁니다. 한 번 깊은 바닥에 가라앉은 탄소는 수십 년에서 수백 년 동안 대기에서 격리됩니다.

문제는 수직 일주 이동이 얕아지면 이 수직 이송 거리가 짧아진다는 점입니다. 요각류가 100m만 내려간다고 생각해봅시다. 거기서 배설한 탄소는 심해까지 못 가고, 표층에서 다시 분해돼 이산화탄소로 대기로 돌아옵니다. 결국 탄소가 '장기 보관고'로 가지 못하고 '임시 창고'에서 맴돌다 다시 빠져나오는 셈이죠.

이게 전형적인 기후 양의 되먹임 루프입니다. 대기 온난화 → 바다 표면 온난화 → 성층화·어두워짐 → 수직 일주 이동 축소 → 탄소 펌프 약화 → 대기 이산화탄소 증가 → 온난화 가속. 이 루프가 얼마나 세게 돌고 있는지는 아직 정밀한 측정값이 없습니다. 위성은 표면까지만 볼 수 있고, 수심 수천 m 바닥에 탄소가 얼마나 내려가는지를 장기적으로 측정한 관측점은 전 세계에 손에 꼽을 정도뿐이거든요. 다만 적어도 방향은 분명합니다. 바다가 어두워진다는 건 기후 문제에 또 하나의 가속 페달이 걸렸다는 뜻입니다.

해양 생물학적 탄소 펌프⁠(biological carbon pump) 모식도. 표층 식물 플랑크톤이 광합성으로 CO₂를 붙잡고, 죽은 유기물·배설물이 깊은 바다로 가라앉으면서 탄소가 수백⁠~수천 년 동안 격리된다. 유광층이 얕아지면 이 펌프의 입구가 좁아지고, 대기 중 CO₂ 제거 효율이 떨어진다. ⓒ Brewin et al.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되돌릴 수 있는 곳, 수십 년을 기다려야 하는 곳

한 가지 다행인 건, 어두워짐이 전 지구에서 똑같은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문제의 절반은 육지에서 풀 수 있습니다.

연안 바다의 어두워짐은 앞서 본 대로 주로 강 유역의 토지 이용과 연결됩니다. 농지 주변에 완충식 식생대를 두거나, 비료 사용을 정밀 농업 방식으로 줄이거나, 유역의 홍수 유출을 천천히 빠지도록 관리하면 바다로 들어가는 탁도와 영양염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영국 생태수문학연구소⁠(UKCEH)⁠가 주도하는 AgZero+ 프로그램 같은 계획이 바로 이런 방향을 탐색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낙동강·영산강 유역에서 비슷한 과제를 이미 풀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외해 쪽은 훨씬 길고 어려운 싸움입니다. 외해의 어두워짐은 해수 온난화와 성층화에 기인하는데, 이 변화는 온실가스 배출이 오늘 당장 '0'이 되더라도 수십 년, 어쩌면 수백 년 동안 이어집니다. 바다라는 거대한 열 저장고가 이미 머금고 있는 열을 다 내놓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그렇거든요.

그럼에도 바다는 놀라운 복원력을 가진 곳입니다. 2014~2016년 '더 블롭' 해양 열파로 캘리포니아 연안의 대왕다시마 숲이 크게 줄어들었을 때, 해양 보호구역⁠(MPA) 안쪽 숲은 바깥쪽보다 훨씬 빠르게 회복됐습니다. 서식지 구조가 온전히 남아있었기 때문이죠. 즉 '생태계가 다시 숨 쉴 공간'을 남겨두기만 해도, 바다는 예상보다 빠르게 균형을 되찾곤 합니다.

지구에서 햇빛이 드는 공간의 70%⁠가 바다입니다. 그 표층에서 매일 수십억 톤의 생명이 오르내리고, 그 운동이 지구의 탄소 순환과 대기 산소 절반을 만들어냅니다. 그 조명이 서서히 꺼지고 있다는 건 단지 '바다 색이 변한다' 정도의 미적 문제가 아닙니다. 지구 기후 시스템의 가장 큰 엔진 하나가 출력을 조용히 줄이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우리가 이 신호를 20년 위성 자료에서 처음 읽어냈다는 사실 자체가 이미 많은 것을 말해줍니다. 바다는 생각보다 빠르게, 그리고 조용히 변합니다.

고문헌

1. Davies, T. W., Smyth, T., et al., "Darkening of the Global Ocean", Global Change Biology, 2025. doi:10.1111/gcb.70227

2. Siegel, D. A., DeVries, T., Doney, S. C., & Bell, T. W., "Assessing the sequestration time scales of some ocean-based carbon dioxide reduction strategies", 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 2021. doi:10.1088/1748-9326/ac0be0

3. Bianchi, D., Galbraith, E. D., Carozza, D. A., Mislan, K. A. S., & Stock, C. A., "Intensification of open-ocean oxygen depletion by vertically migrating animals", Nature Geoscience, 2013. doi:10.1038/ngeo1837

4. Boyd, P. W., Claustre, H., Levy, M., Siegel, D. A., & Weber, T., "Multi-faceted particle pumps drive carbon sequestration in the ocean", Nature, 2019. doi:10.1038/s41586-019-1098-2

5. Rogers-Bennett, L., & Catton, C. A., "Marine heat wave and multiple stressors tip bull kelp forest to sea urchin barrens", Scientific Reports, 2019. doi:10.1038/s41598-019-51114-y

6. Lewton, T., "Oceans are darkening all over the planet – what's going on?", New Scientist, 1 April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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