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윈도 풀지 못한 수수께끼, 척추동물의 눈은 외눈박이 조상에서 시작됐다

The Finch2026. 5. 13.

다윈도 풀지 못한 수수께끼, 척추동물의 눈은 외눈박이 조상에서 시작됐다

척추동물의 눈은 어떻게 좌우 두 개로 자리 잡았을까. 그 진화의 출발점이 머리 꼭대기의 외눈 하나였을 가능성이 새롭게 제기됐다. 출처: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 Горбунова М.С.

지금 눈앞에 있는 매, 망치상어, 그리고 거울 속의 자신을 떠올려 보세요. 척추동물은 거의 예외 없이 두 개의 눈을 가지고 있습니다. 너무 당연해서 의심해 본 적조차 없는 사실이죠. 그런데 약 5억 6,000만 년 전, 우리의 머나먼 조상은 머리 한가운데에 외눈을 하나만 달고 있었다면 어떨까요.

지난 2026년 2월 23일, 국제 학술지 《Current Biology》에 발표된 한 논문이 바로 그런 도발적인 그림을 내놨습니다. 척추동물 눈의 기원을 외눈박이 무척추동물에서 찾자는 가설입니다. 다윈조차 풀지 못해 등골이 서늘했던 문제. 이번 연구가 그 매듭에 한 가닥 실마리를 던졌습니다.

찰스 다윈은 진화론을 세우면서도 척추동물의 눈만 떠올리면 식은땀을 흘렸다고 합니다. 1860년 미국 식물학자 아사 그레이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는 “지금도 눈을 생각하면 오싹한 한기가 든다”라고 털어놓았죠. 수정체, 망막, 홍채 같은 수많은 정밀한 부품이 어떻게 자연선택만으로 한 덩어리가 됐는지. 다윈은 끝내 그 순서를 명쾌하게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이 답답함은 후대 진화론 반대자들의 단골 무기가 됐습니다. 1990년대만 해도 일부는 눈이 진화하려면 지구의 나이보다 더 긴 수십억 년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죠. 그 주장이 짜증 났던 스웨덴 룬드대학교의 신경생물학자 댄에릭 닐슨⁠(Dan-Eric Nilsson) 박사는 직접 계산기를 두드렸습니다. 1994년 동료 수잔 펠거와 함께 발표한 모델에서, 빛에 반응하는 세포 덩어리가 상을 맺을 수 있는 눈으로 바뀌는 데는 고작 수십만 년이면 충분하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 모델은 눈의 겉모양 변화만 다뤘습니다. 실제로는 수정체에서 빛을 굽히는 단백질, 망막에서 빛을 흡수하는 색소 단백질 같은 분자 수준의 변화가 함께 일어나야 했죠. 30년이 지난 지금, 그 분자 데이터가 손에 잡힙니다. 닐슨 박사는 영국 서식스대학교의 신경생물학자 톰 베이든⁠(Tom Baden) 박사 등과 손을 잡고, 척추동물 눈의 진화 시나리오를 본격적으로 짰습니다.

5억 6,000만 년 전 외눈 무척추동물 조상이 진흙 속에 몸을 묻고 머리만 내민 도식

약 5억 6,000만 년 전 척추동물 조상의 모습을 추정한 도식. 진흙 속에 몸을 묻은 채 머리만 내놓고, 정수리 한 점에서 낮과 밤을 감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출처: Finch 편집부 자체 제작 일러스트

이야기는 약 5억 6,000만 년 전, 바다 밑 진흙 속에서 시작됩니다. 당시 척추동물의 직접 조상은 아직 척추도, 뇌도 변변치 않은 무척추동물이었습니다. 이들은 진흙에 몸을 박은 채 머리만 빠끔 내놓고 떠다니는 먹이를 걸러 먹었죠. 연구팀은 이 조상이 머리 꼭대기에 빛을 감지하는 세포 한 무더기, 즉 외눈 하나를 가지고 있었다고 봅니다.

이 외눈은 단순했지만 쓸모는 분명했습니다. 낮과 밤의 주기를 읽어 생체 시계를 맞춰 줬고, 위쪽이 밝은지 어두운지를 통해 자기 머리가 잡아먹히지 않을 만큼만 모래 위로 솟아 있는지를 알려 줬습니다. 외눈박이라는 별명에는 어두운 어감이 따라붙지만, 우리 조상 입장에선 가장 합리적인 출발점이었던 셈이죠.

이후 일부 후손은 진흙에서 빠져나와 헤엄치기 시작했습니다. 단순한 외눈만으로는 부족했죠. 외눈의 양옆에는 컵처럼 움푹 들어간 구조가 생겼고, 그 컵의 안쪽 곡면을 따라 빛이 어디서 들어오는지를 구분하는 세포가 자리 잡았습니다. 연구팀은 바로 이 컵 모양의 구조가 오늘날 우리 망막의 시조라고 봅니다.

중앙의 외눈이 양쪽으로 분리되어 두 개의 측면 눈과 정수리 송과체가 되는 4단계 진화 도식

척추동물 눈 진화의 4단계 가설 도식. 중앙 외눈에서 컵 모양 구조가 생기고, 그것이 머리 양옆으로 분리되며, 정수리에는 빛을 감지하던 흔적이 송과체로 남았다. 출처: Finch 편집부 자체 제작 일러스트

방향을 감지할 줄 알게 되자, 헤엄치는 일도 한결 안정됐습니다. 닐슨 박사는 “시야의 어느 쪽이 어두워지는지를 알면, 자기 몸이 어느 쪽으로 기울고 있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라고 설명했죠. 수억 년에 걸쳐 이 작은 여과 섭식 동물은 뇌와 입을 갖춘 어린 물고기로 변해 갔습니다.

그리고 결정적인 변화. 컵 모양 구조가 머리 꼭대기에서 양옆으로 옮겨 갑니다. 연구팀은 눈이 양옆에 자리 잡으면서 신경 회로의 배선이 달라졌고, 그 덕에 훨씬 또렷한 상이 만들어졌다고 봅니다. 헤엄치며 흘러가는 주변 풍경을 읽고 장애물을 피하는 능력이 단숨에 좋아진 거죠. 다만 머리 꼭대기에는 옛 외눈의 흔적이 남았는데, 이것이 바로 지금 물고기 머리 위에 있는 송과체⁠(pineal gland)⁠의 기원이라는 게 이번 가설의 핵심입니다.

흥미롭게도 화석은 한 발 더 나간 그림을 보여 줍니다. 영국 브리스톨대학교의 고생물학자 야코프 빈테르⁠(Jakob Vinther) 박사 연구팀은 2026년 1월 《Nature》에 발표한 논문에서, 약 5억 1,800만 년 전 캄브리아기 척추동물 화석에서 무려 네 개의 카메라형 눈을 확인했다고 보고했습니다. 머리 양옆에 한 쌍, 그리고 정수리에 또 한 쌍. 모두 수정체와 망막을 갖춘 진짜 눈이었죠.

중국 청장 화석지 박물관에 전시된 미요쿤밍기아 화석

중국 청장 화석지 박물관에 전시된 미요쿤밍기아⁠(Myllokunmingia fengjiaoa) 화석. 약 5억 1,800만 년 전 캄브리아기에 살았던, 알려진 가장 오래된 척추동물 가운데 하나다. 출처: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 Yumeto

왜 굳이 네 개나 됐을까. 빈테르 박사는 “당시 이들은 거대 무척추동물의 먹잇감이었기 때문”이라고 답합니다. 먹이사슬 바닥에 있던 작은 척추동물에겐 사방을 동시에 살피는 넓은 시야가 절실했다는 거죠. 닐슨 박사는 여기에 한 가지 가능성을 더 얹습니다. 척추동물 진화 초기에 게놈 전체가 한 차례 복제됐다는 학설이 있는데, 그 덕에 눈을 만드는 유전자 묶음도 두 벌이 됐고 그래서 한 쌍이 더 늘었을 수 있다는 추정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머리 위에는 왜 지금 눈이 두 개밖에 없을까요. 척추동물이 점차 먹이사슬의 위로 올라가면서, 정수리 쪽 한 쌍은 쓸모를 잃고 사라졌다는 게 빈테르 박사의 추정입니다. 사방을 살필 필요가 줄어든 포식자에게는 사치였던 셈이죠. 하지만 그 흔적이 완전히 없어진 건 아닙니다. 송과체는 물고기에서 양서류, 파충류를 거쳐 우리 인간의 뇌 깊숙한 곳까지 따라왔습니다.

물론 사람의 송과체는 더 이상 직접 빛을 보지 않습니다. 뇌 깊은 곳에 묻혀, 우리 눈이 받은 빛 신호를 전달받아 시간대에 따라 멜라토닌 같은 호르몬을 분비하죠. 잠을 부르는 그 호르몬이 사실은 5억 년 전 외눈박이 조상의 마지막 유산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매일 밤 잠이 솔솔 오는 그 감각 뒤에, 진흙 속에서 머리만 내밀고 빛을 살피던 누군가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셈이죠.

물론 이번 시나리오는 아직 가설입니다. 미국 UC 버클리의 계산생물학자 카르틱 셰카르 박사는 “설득력 있는 새 아이디어이지만 결론은 아직 이르다”라며, 여러 척추동물의 송과체와 망막 세포가 분자 수준에서 얼마나 비슷한지를 더 비교해 봐야 한다고 평했습니다. 베이든 박사 연구팀은 이미 제브라피시를 대상으로 그 비교 작업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닐슨 박사는 인터뷰 말미에 농담처럼 한마디를 덧붙였습니다. 6억 년 전으로 단 한 시간만 시간 여행을 갈 수 있다면, 그때 그 동물의 눈이 진짜 어떻게 생겼는지 직접 보고 싶다고요. 인간의 눈으로 인간의 눈 진화의 시작점을 들여다보고 싶다는 그 욕망이, 어쩌면 5억 6,000만 년 전 진흙 위로 머리를 내밀던 외눈박이 조상에서부터 이어져 온 가장 오래된 본능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참고문헌

1. Kafetzis, G., Bok, M. J., Baden, T., & Nilsson, D.-E. (2026). "Evolution of the vertebrate retina by repurposing of a composite ancestral median eye." Current Biology, 36(4), R153-R170. DOI: 10.1016/j.cub.2025.12.028

 2. Lei, X., Zhang, S., Cong, P., Vinther, J., Gabbott, S., Wei, F., & Xu, X. (2026). "Four camera-type eyes in the earliest vertebrates from the Cambrian Period." Nature. DOI: 10.1038/s41586-025-09966-0

 3. Nilsson, D.-E., & Pelger, S. (1994). "A pessimistic estimate of the time required for an eye to evolve."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256(1345), 53-58. DOI: 10.1098/rspb.1994.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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