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0년 9월, 남극 상공에서 역대 최대 규모로 관측된 오존홀(보라·파란색 영역). 이 이미지 한 장이 세계 각국의 환경 규제를 이끌어낸 상징이 되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 NASA·NOAA (Public Domain)
1985년 5월 16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단 세 페이지짜리 짧은 논문이 실렸습니다. 영국 남극조사단 소속의 조 파먼(Joe Farman), 브라이언 가디너(Brian Gardiner), 조너선 샹클린(Jonathan Shanklin) 세 사람이 쓴 글이었는데요. 남극 상공의 오존 농도가 1960년대에 비해 3분의 1 이상 사라졌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죠. 이른바 오존홀(ozone hole)이라는 말이 처음으로 과학의 세계에 등장한 순간이었습니다.
그 뒤로 20세기 후반의 뉴스는 환경 재앙 이야기로 가득 찼습니다. 오존홀, 산성비, DDT, 그리고 로스앤젤레스를 뒤덮은 스모그까지. 그런데 언제부턴가 이 단어들이 뉴스에서 슬그머니 사라져버렸습니다. 도대체 그 많던 재앙들은 지금 어디로 갔을까요? 정말로 해결된 걸까요?

2000년 9월, 역대 최대 면적으로 벌어진 남극 상공의 오존홀. 보라색 부분이 오존 농도가 극도로 낮은 영역입니다. 출처: NASA Goddard Space Flight Center (Public Domain) / NASA Ozone Hole Watch
이야기의 출발점은 1974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어바인(UC Irvine)의 마리오 몰리나(Mario Molina) 박사와 셔우드 롤런드(F. Sherwood Rowland) 교수는 그해 《네이처》에 한 편의 논문을 발표했는데요. 냉장고와 스프레이 캔에 흔히 쓰이던 프레온가스(CFCs, 염화불화탄소)가 성층권까지 올라가 분해되면 염소 원자를 내놓고, 그 염소가 오존 분자를 하나씩 깨뜨린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당시만 해도 이 가설은 업계의 맹렬한 반발을 샀습니다. 그러나 10년 뒤 파먼 연구팀이 남극 상공에서 실제로 오존이 줄어든 증거를 잡아내면서, 이론은 현실이 됐죠. 몰리나와 롤런드는 파울 크뤼천(Paul Crutzen) 박사와 함께 1995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습니다. 얼음같이 차가운 성층권에서 벌어지는 화학 반응이라는 누구도 본 적 없는 현상을 풀어낸 공로였습니다.
각국의 반응은 놀랄 만큼 빨랐습니다. 1987년 캐나다 몬트리올에 모인 세계 각국 대표들은 《몬트리올 의정서(Montreal Protocol)》에 서명했는데요. 이 조약은 지금까지 만들어진 모든 유엔(UN) 환경 협약 중 유일하게 모든 회원국이 비준한 기록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인류가 제대로 합의한 최초의 환경 조약인 셈이죠.
그럼, 그 후로 오존층은 정말 회복됐을까요? 답은 네, 천천히 그렇지만 확실하게입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대기화학자 수전 솔로몬(Susan Solomon) 박사 연구팀이 2016년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한 논문은 중요한 전환점이었습니다. 2000년대 들어 남극 9월의 오존 농도가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고, 오존홀의 면적이 400만㎢ 이상 줄었다는 걸 위성 관측과 대기 모델로 동시에 확인한 겁니다. 치유의 징후(emergence of healing)라는 표현이 논문 제목에 들어간 건 그래서였죠.
현재 전문가들의 예측에 따르면, 열대와 중위도 지역의 오존층은 2040년경 1980년 수준으로 돌아오고, 북극 상공은 2045년, 남극 상공은 2060년대 중반에 회복을 끝낼 전망입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샌타바버라(UC Santa Barbara)의 환경정책 전문가 더우드 제일키(Durwood Zaelke) 박사는 2025년 《사이언티픽 아메리칸》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몬트리올 의정서는 인류가 만든 역사상 최고의 환경 협약입니다."
체코 북부 이제라 산맥(Jizera Mountains)의 산성비 피해. 한때 유럽 중부의 가문비나무 숲을 누렇게 태운 주범은 석탄 화력발전소였습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 Lovecz
산성비 이야기의 공식적인 시작도 한 편의 논문에서 출발합니다. 1974년 미국 예일대학교의 진 라이켄스(Gene Likens) 교수와 다트머스대학교의 허버트 보먼(F. Herbert Bormann) 교수가 《사이언스》에 발표한 〈산성비: 심각한 지역 환경 문제〉라는 논문이었죠. 두 사람은 뉴햄프셔주 허버드브룩 실험림(Hubbard Brook)에서 10년 넘게 빗물의 pH를 측정했고, 화석연료를 태울 때 나오는 이산화황(SO₂)과 질소산화물(NOx)이 대기 중에서 황산과 질산으로 바뀌어 내린다는 사실을 정량적으로 증명했습니다.
이 빗물의 산도는 일반 빗물보다 훨씬 강했습니다. 정상적인 빗물의 pH가 약 5.6 수준인데, 산성비는 pH 4 이하까지 떨어졌죠. 그래서 호수의 물고기가 집단 폐사했고, 독일 중부 검은숲(Schwarzwald)과 체코 이제라 산맥의 가문비나무가 누렇게 말라 죽었으며, 유럽의 오래된 대성당 조각상들의 얼굴이 서서히 녹아내렸습니다. 이산화황과 질소산화물은 바람을 타고 수백 km를 이동하기 때문에, 한 나라에서 만든 오염이 다른 나라 숲을 죽이는 국제 문제가 돼버린 겁니다.
미국의 대응은 시장 방식이었습니다. 1990년에 개정된 청정대기법(Clean Air Act)은 발전소마다 배출할 수 있는 황산화물의 양을 할당한 뒤, 그 할당량을 서로 사고팔게 하는 배출권 거래제(cap-and-trade)를 처음 도입했습니다. 석탄 화력발전소들은 굴뚝 끝에 황을 걸러내는 장치(스크러버, scrubber)를 앞다퉈 설치했죠. 억지로 규제하기보다 깨끗하게 만드는 쪽이 이득이 되게 판을 바꾼 거예요.
결과는 어땠을까요? 미국 환경보호청(EPA)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이산화황 배출량은 1990년 대비 약 95%, 질소산화물은 약 89% 감소했습니다. 산성비의 지표인 황산염 습성 침착량도 1989~1991년 평균 대비 2020~2022년에는 70% 넘게 줄었죠. 재미있게도 지금 산성비가 심각한 곳은 미국이나 유럽이 아니라, 석탄 발전이 빠르게 늘고 있는 인도입니다. 문제는 사라진 게 아니라 무대만 옮긴 셈이죠.

1955년 미국 오리건주 파우더 강 일대에서 DDT를 살포하는 포드 3발기(Ford Trimotor). 30년 동안 미국에서만 약 13억 5,000만 파운드의 DDT가 뿌려졌습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 USDA Forest Service, R6 Forest Health Protection
세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살충제 DDT(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로에탄)와 한 권의 책입니다. 1962년 미국의 해양생물학자 레이첼 카슨(Rachel Carson)이 쓴 《침묵의 봄(Silent Spring)》인데요. 이 책은 DDT가 새의 둥지를 텅 비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을 대중에게 처음으로 알렸습니다. 봄이 와도 새소리가 들리지 않는다는 은유, 그게 제목의 뜻이었죠.
DDT는 1940년대 2차 세계대전 때 말라리아와 발진티푸스를 옮기는 모기와 이를 잡기 위해 쓰기 시작했습니다.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이 1944년에 "DDT의 전시 가치는 평시의 쓸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지 모른다"고 썼을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습니다. 그래서 1970년대 초까지 미국 한 나라에서만 약 13억 5,000만 파운드(약 61만 톤)의 DDT가 밭과 집, 잔디, 심지어 해수욕장과 애완동물에게까지 뿌려졌죠.
그런데 1968년 미국 위스콘신대학교의 조지프 히키(Joseph Hickey) 교수와 대학원생 대니얼 앤더슨(Daniel Anderson)이 《사이언스》에 결정적인 논문을 내놓습니다. 박물관이 수십 년 동안 모아둔 맹금류와 어식성 조류의 알껍데기 두께를 측정해봤더니, DDT가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1947년 이후에 알껍데기가 눈에 띄게 얇아졌다는 거였어요. 얇아진 껍데기는 어미가 알을 품는 순간 깨져버립니다. 이게 바로 대머리독수리(bald eagle, Haliaeetus leucocephalus)와 송골매의 개체수가 곤두박질친 이유였습니다.
원리는 이렇습니다. DDT는 자연에서 거의 분해되지 않아 먹이사슬을 따라 농도가 점점 높아지는데요. 이를 생물농축(biomagnification)이라고 부릅니다. 벌레 → 작은 물고기 → 큰 물고기 → 독수리로 올라갈 때마다 체내 농도가 수십, 수백 배씩 짙어지는 거죠. 먹이사슬 꼭대기의 새는 결국 껍데기를 만들 칼슘 대신 DDE(DDT의 분해산물)가 가득한 알을 낳게 된 겁니다.
미국 환경보호청은 1972년 DDT 사용을 금지했습니다. 그리고 50년이 지난 지금, 가장 반전 있는 결과는 대머리독수리 자체가 썼죠. 1963년 당시 미국 본토에 확인된 대머리독수리 둥지쌍은 고작 417쌍. 그러나 현재 그 수는 무려 7만 쌍 이상으로 불어났습니다. 조금 과장을 보태면, 한 권의 책과 한 편의 논문이 한 종의 국조(國鳥)를 멸종에서 구해낸 셈이죠.

둥지 위의 대머리독수리 가족. 1963년 미국 본토에서 단 417쌍뿐이던 둥지가 지금은 7만 쌍을 넘었습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CC BY 2.0) / USFWS Mountain Prairie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깁니다. 세 가지 재앙 모두 잘 마무리된 것처럼 보이는데, 정말 완벽한 해피엔딩일까요? 아쉽게도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오존층은 여전히 대형 산불에서 나오는 염소 화합물과, 재진입하는 인공위성이 대기 중에서 타며 뿜어내는 산화알루미늄에 새로 시달리고 있습니다. DDT는 지금도 토양에서 미량 검출되고, 과거에 고농도로 노출된 여성의 손자녀 세대에서 비만율과 초경 시기에 영향이 남는다는 연구도 나와 있죠. 산성비의 무대는 미국에서 인도로 옮겨갔을 뿐, 지구 어딘가에서는 여전히 누런 숲이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 세 이야기에서 공통적으로 눈에 띄는 건 이런 겁니다. 문제를 발견한 과학자가 있었고, 대중이 분노했으며, 정부가 규제를 만들었고, 산업이 대안을 찾아냈다는 것. 그러는 동안 지구는 스스로의 상처를 꾸준히 꿰매고 있었다는 것이죠. 오존층이 2065년쯤 1980년 모습으로 돌아가고, 미국 하늘에서 이산화황이 95% 사라지고, 국조 독수리가 417쌍에서 7만 쌍으로 늘어나기까지 걸린 시간은 길었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습니다.
오늘도 지구의 어느 구석에서 또 다른 오존홀이 조용히 자라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 이름을 맨 먼저 발견할 사람은 어쩌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일지도 모르죠. 과거의 해피엔딩이 우리에게 남긴 가장 중요한 교훈은 바로 그 점 아닐까요?
1. Farman, J. C. Gardiner, B. G. & Shanklin, J. D. (1985). "Large losses of total ozone in Antarctica reveal seasonal ClOx/NOx interaction." Nature, 315(6016), 207-210. DOI: 10.1038/315207a0
2. Molina, M. J. & Rowland, F. S. (1974). "Stratospheric sink for chlorofluoromethanes: chlorine atom-catalysed destruction of ozone." Nature, 249(5460), 810-812. DOI: 10.1038/249810a0
3. Solomon, S. Ivy, D. J. Kinnison, D. Mills, M. J. Neely, R. R. & Schmidt, A. (2016). "Emergence of healing in the Antarctic ozone layer." Science, 353(6296), 269-274. DOI: 10.1126/science.aae0061
4. Likens, G. E. & Bormann, F. H. (1974). "Acid rain: a serious regional environmental problem." Science, 184(4142), 1176-1179. DOI: 10.1126/science.184.4142.1176
5. Hickey, J. J. & Anderson, D. W. (1968). "Chlorinated hydrocarbons and eggshell changes in raptorial and fish-eating birds." Science, 162(3850), 271-273. DOI: 10.1126/science.162.3850.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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