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억 년 전 '알 속 아기' 화석의 충격적 정체

The Finch2026. 4. 17.

2.5억 년 전 '알 속 아기' 화석의 충격적 정체

남아프리카공화국 카루⁠(Karoo) 분지의 붉은 퇴적암 사이에서, 아주 작은 동물 한 마리가 2억 5천만 년 동안 웅크려 있었습니다. 몸집은 돼지만 했지만 아직 세상에 나오지 못한 '알 속의 아기'였죠. 이 아기의 작은 뼈 하나하나가, 우리 포유류의 먼 조상에 대한 오래된 질문 하나를 풀어줬습니다.

2026년 4월, 남아프리카 비트바테르스란트 대학의 쥘리앵 브누아⁠(Julien Benoit) 교수 팀은 이 조그만 화석을 세밀한 X선 영상으로 들여다본 결과, 포유류 조상들이 실제로 '알'을 낳았다는 최초의 직접 증거를 찾아냈다고 발표했습니다.

리스트로사우루스 골격 마운트

호주 멜버른 박물관에 전시된 리스트로사우루스⁠(Lystrosaurus georgi) 골격. 짧고 다부진 몸, 아래턱에서 튀어나온 두 개의 엄니, 그리고 앵무새처럼 생긴 부리가 특징입니다. 사진=Ethmostigmus/Wikimedia Commons (CC BY-SA 4.0)

90%⁠가 사라진 '대멸종' 이후에 살아남은 동물

2억 5,200만 년 전, 지구 생명의 역사에 전대미문의 재앙이 닥쳤습니다. 페름기 말 대멸종⁠(Permian mass extinction). 바다에서는 81%⁠의 종, 육상에서는 척추동물의 70%⁠가 사라졌습니다. 공룡도 출현하기 전이었던 이 시대, 지구 생명의 약 90%⁠가 증발해 버린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이 거대한 죽음의 파도 속에서 유독 번성한 동물이 하나 있었습니다. 리스트로사우루스⁠(Lystrosaurus)⁠입니다. 흔히 '공룡의 친척'으로 오해받지만, 사실은 공룡이 아니라 포유류 계통의 먼 조상인 단궁류⁠(Synapsida) 중에서도 이빨 달린 도마뱀 모양의 수궁류⁠(Therapsida), 그 안의 디키노돈트⁠(Dicynodontia) 무리에 속합니다.

몸길이는 약 1m, 몸집은 돼지만 했습니다. 아래턱에서 위로 솟은 두 개의 엄니, 앵무새처럼 생긴 부리, 다부진 네 다리. 겉모습은 다소 기묘했지만, 이 동물은 당시 지구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견됩니다. 남아공, 인도, 중국, 러시아, 남극 대륙, 심지어 미국 애리조나까지. 대멸종 직후의 초기 트라이아스기에는 육상 척추동물의 약 90%⁠를 이 종 하나가 차지했을 정도였습니다. 어떻게 이토록 철저하게 살아남을 수 있었을까. 그것이 오랫동안 고생물학자들을 사로잡은 수수께끼였습니다.

리스트로사우루스의 복원도

리스트로사우루스 게오르기⁠(Lystrosaurus georgi)⁠의 복원도. 두 개의 엄니와 짧은 부리가 특징적입니다. 그림=Dmitry Bogdanov/Wikimedia Commons (CC BY-SA 3.0)

배아 화석이 품고 있던 비밀

남아공 비트바테르스란트 대학교⁠(Wits)⁠의 쥘리앵 베누아⁠(Julien Benoit) 연구팀은 2010년대 중반부터 리스트로사우루스 화석 표본들을 다시 뜯어보기 시작했습니다. 기존에는 어린 개체로 분류되어 수장고 한쪽에 잠들어 있던 작은 골격들이었는데, 크기가 보통 성체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아주 어린 개체들이 있었던 거죠.

연구팀은 이 화석들을 프랑스 그르노블에 있는 유럽 싱크로트론 방사광 시설⁠(ESRF)⁠로 가져가 고해상도 X선 단층촬영⁠(SRCT)⁠을 진행합니다. 돌을 자르지 않고도 내부 구조를 3차원으로 들여다볼 수 있는 기법인데, 여기서 결정적 단서가 하나씩 드러났습니다.

가장 어린 표본은 몸 길이가 고작 몇 센티미터. 주변 암석은 타원형 결절⁠(nodule) 모양으로 감싸여 있었고, 그 안에서 작은 뼈들이 머리부터 꼬리까지 동그랗게 말린 자세로 놓여 있었습니다. 척추와 갈비뼈가 서로 맞물려 있지 않고 어긋나 있었던 데다, 골반 뼈도 제자리를 찾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연구팀은 이 배치를 "연골이 아직 굳지 않아 몸을 스스로 지탱하지 못하던 단계"의 흔적으로 해석합니다.

결정타는 아래턱이었습니다. 포유류와 그 조상 계통에서 아래턱은 발생 후반부에 두 조각이 봉합선⁠(symphysis)⁠으로 합쳐지는데, 이 배아 표본의 아래턱은 양쪽이 완전히 분리된 채였습니다. 알을 깨고 나오기 전에 굳을 시간이 없었다는 뜻입니다.

리스트로사우루스 배아 화석의 싱크로트론 CT 재구성 이미지

베누아 연구팀이 공개한 리스트로사우루스 배아 화석의 3차원 재구성 이미지입니다. 말려 있는 작은 뼈들이 알 속 자세를 그대로 보존하고 있습니다. 이미지=Benoit et al./Wikimedia Commons (CC BY 4.0)

왜 '알'이라는 전략이 대멸종을 버텼을까

현생 포유류의 99%⁠는 새끼를 낳아 젖을 먹이며 기릅니다. 그런데 우리와 같은 단궁류⁠(Synapsida) 계통의 조상인 리스트로사우루스는 왜 알을 낳는 전략을 고수했을까요? 그것도 하필 지구 생명사 최악의 대멸종 직후에 말입니다.

연구팀은 알이 오히려 '위기의 지구'에서 쓸 만한 카드였다고 봅니다. 페름기-트라이아스기 경계의 지구는 평균 기온이 지금보다 훨씬 높았고, 바다는 산성화되었고, 육지는 건조하고 불안정한 '대사막의 시대'였습니다. 대부분의 종이 사라진 이 풍경 속에서, 비교적 크고 껍질이 두꺼운 알은 건조한 환경에서도 배아를 보호할 수 있는 작은 생명 보호함이 됩니다.

게다가 화석 증거는 리스트로사우루스의 새끼가 조숙성⁠(precocial), 그러니까 부화와 동시에 상당 수준으로 발달한 상태로 알에서 나왔을 가능성을 시사합니다. 몸이 어느 정도 다 만들어진 상태로 깨어나 스스로 먹이를 찾을 수 있다면, 부모가 오래 돌보지 않아도 되는 겁니다. 혼란스러운 환경에서 번식 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꽤 효율적인 시스템인 거죠.

현생 단공류인 오리너구리

오늘날 남아 있는 '알 낳는 포유류' 오리너구리입니다. 단공류⁠(Monotremata)⁠는 포유류 진화의 초기 형태를 짐작하게 해 주는 살아 있는 참고서로 꼽힙니다. 사진=Charles J. Sharp/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우리 계통의 '잊힌 장⁠(章)'이 다시 열립니다

이 한 장의 화석이 의미하는 바는 단순히 '포유류 조상이 알을 낳았다'는 교과서 한 줄의 확정이 아닙니다. 오히려 포유류 진화 이야기의 빈칸 하나를 채워 주고, 그다음 페이지를 쓸 단서까지 내어 놓는 발견입니다.

리스트로사우루스가 속한 디키노돈트⁠(Dicynodontia) 그룹은 고양이만 한 덩치부터 소만 한 덩치까지, 트라이아스기 지구의 여러 생태 지위를 채우며 오랫동안 번성했습니다. 알을 낳는 번식 방식이 단궁류 계통 초반의 기본 설정이었다는 해석이 힘을 얻고, 진짜 포유류다운 '젖으로 새끼를 기르는' 특징이 언제, 어떤 순서로 등장했는지는 더 뒤의 챕터에서 따져볼 문제가 됩니다.

베누아 연구팀은 이번 발견이 오늘날에도 읽히는 메시지가 있다고 말합니다. "우리 조상은 한 번의 대멸종을 '알'이라는 한 수로 버텨냈지만, 그때도 수많은 생물들은 이 풍경 안에서 사라져 갔다"는 얘기입니다. 리스트로사우루스의 작은 배아 화석은, 포유류라는 우리의 뿌리가 얼마나 오래되고 끈질긴 실험의 산물인지 말없이 보여줍니다.

리스트로사우루스 복원 모형

리스트로사우루스의 복원 모형입니다. 이 작은 몸집의 동물이 대멸종 직후 육상 척추동물의 약 90%⁠를 차지했다는 사실은, 오늘날까지도 고생물학자들의 놀라운 이야깃거리로 남아 있습니다. 사진=James St. John/Wikimedia Commons (CC BY 2.0)

참고문헌

Benoit, J., Browning, C., Fernandez, V., Rubidge, B. S. (2024). Evidence of oviparity in a Lystrosaurus from the Early Triassic of South Africa. Palaeontologia Africana.

Greshko, M. (2026). 250-million-year-old fossil proves mammal ancestors laid eggs. Scientific American.

Botha, J., Smith, R. M. H. (2020). Lystrosaurus species composition across the Permo-Triassic boundary in the Karoo Basin of South Africa. Lethaia.

University of the Witwatersrand (Wits) Evolutionary Studies Institute press materials on Lystrosaurus developmental biology (2024–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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