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가오리 엉덩이 속으로 숨는 물고기, 빨판상어가 들킨 비밀

The Finch2026. 5. 13.

쥐가오리 엉덩이 속으로 숨는 물고기, 빨판상어가 들킨 비밀

태국 힌무앙 해역의 쥐가오리⁠(Mobula birostris). 거대한 가오리의 몸 곳곳에는 빨판상어들이 매달려 함께 헤엄친다. 출처: Wikimedia Commons (CC BY-SA 2.0) / jon hanson

2010년부터 2025년까지 15년. 인도양과 태평양, 대서양 세 대양에서 쥐가오리를 따라다니던 연구자들의 카메라에 기묘한 장면 일곱 컷이 잡혔습니다. 거대한 가오리의 등쪽 뒷부분, 정확히 말하면 총배설강⁠(cloaca) 안으로 한 마리의 빨판상어가 머리부터 쏙 들어가 있는 모습이었죠. 어떤 사진에서는 꼬리 끝만 살짝 보였고, 또 어떤 사진에서는 가오리 몸집이 작아 빨판상어의 절반이 밖으로 비어져 나와 있었습니다.

왜 멀쩡한 물고기가 다른 동물의 항문 속으로 들어가는 걸까요? 그리고 가오리는 왜 가만히 있는 걸까요?

빨판상어가 쥐가오리 총배설강 안으로 들어가는 cloacal diving 행동 단면도

이른바 cloacal diving이라 부르는 행동의 단면 도식. 빨판상어가 머리부터 가오리의 총배설강 안으로 들어가면, 꼬리 끝만 외부에 노출된다. 출처: Finch 편집부 자체 제작 일러스트

빨판상어는 흔히 흡반상어라고도 불리는 물고기입니다. 머리 위쪽에 진공컵처럼 생긴 흡착 원반이 있어, 상어나 고래, 바다거북 같은 큰 동물의 몸에 척 달라붙어 함께 헤엄치죠. 보통 이들은 숙주의 피부에 붙은 기생충을 잡아먹고, 그 대가로 공짜 이동과 먹이를 얻는 사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생물학에서는 이런 관계를 두 종 모두에게 이득이 된다고 해서 상리공생이라 부르고요.

그런데 2026년 5월 11일, 학술지 《생태와 진화》에 발표된 한 논문이 이 점잖은 그림을 뒤흔들었습니다. 미국 마이애미대학교 상어 보전 프로그램의 캐서린 매도널드⁠(Catherine Macdonald) 박사가 이끌고, 같은 대학의 박사과정생 에밀리 예이거⁠(Emily Yeager)⁠가 제1저자로 참여한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이었죠. 제목은 '뻔히 보이는 곳에 숨다: 쥐가오리 숙주에서 관찰된 빨판상어과의 총배설강·아가미 잠수 행동의 증거.'

연구팀이 분석에 쓴 자료는 비영리 연구 단체 해양 거대동물 재단이 15년 동안 모아 둔 수중 사진과 영상이었습니다. 그 데이터베이스 안에서 일곱 건의 사례가 추려졌는데요. 흥미로운 점은 이 일곱 건이 알려진 모든 쥐가오리 종, 즉 거대쥐가오리, 산호초쥐가오리, 카리브쥐가오리를 모두 포함했다는 사실입니다. 게다가 서로 멀리 떨어진 세 개의 대양에서 발견됐죠. 한두 마리의 별난 행동이 아니라, 빨판상어 무리에 폭넓게 퍼져 있는 습성일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매도널드 박사는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보기에 쥐가오리가 그걸 좋아하는 것 같진 않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어떤 사례에서는 빨판상어가 너무 깊이 박혀 꼬리 끝만 겨우 보였고, 또 어떤 사례에서는 가오리 몸에 비해 빨판상어의 폭이 거의 같아서 총배설강 구멍을 그대로 틀어막고 있었거든요. 매도널드 박사의 연구실에서는 평소 상어 똥에서 식이 DNA를 뽑기 위해 면봉으로 총배설강을 채취하는데, 그때마다 상어가 싫어한다고 합니다. 빨판상어는 그 면봉보다 훨씬 큽니다.

빨판은 왜 그토록 강할까

여기서 잠깐, 빨판상어의 몸을 들여다볼 필요가 있는데요. 이 물고기의 등 위쪽에는 등지느러미가 변형돼 만들어진 흡착 원반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원반 안쪽에는 라멜라라 부르는 빗살무늬 판이 가로로 촘촘하게 늘어서 있죠. 숙주의 몸에 닿으면 이 라멜라가 일제히 일어서면서 미세한 진공 칸이 수십 개 만들어지고, 동시에 두툼한 입술이 가장자리를 봉합해 압력 차로 단단히 들러붙는 구조입니다.

2020년 학술지 《왕립학회 오픈사이언스》에 실린 미국 워싱턴대학교의 칼리 코헨 박사 연구팀의 논문은, 이 원반 표면에 사람의 손끝과 비슷한 촉각 수용기인 푸시폼 세포가 빽빽이 분포한다고 밝혔습니다. 빨판상어는 그냥 들러붙는 게 아니라, 표면의 굴곡과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감지하며 흡착 상태를 미세 조정한다는 거죠. 시속 수십 킬로미터로 헤엄치는 상어나 가오리에서 떨어지지 않는 비결이 여기 있습니다.

빨판상어 머리 위 흡착 원반의 라멜라 구조와 흡착 메커니즘 단면도

빨판상어 흡착 원반의 작동 방식 도식. 빗살 모양의 라멜라가 일어서면서 수십 개의 미세 진공 칸이 만들어지고, 가장자리의 두툼한 입술이 압력을 잠가 둔다. 출처: Finch 편집부 자체 제작 일러스트

이렇게 강력한 흡착 능력을 가진 물고기가,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가오리의 몸속으로 파고들 이유가 뭘까요? 연구팀은 가장 유력한 가설로 포식자 회피를 꼽았습니다. 빨판상어는 큰 상어나 돌고래 같은 포식자에게 종종 잡아먹히는 신세인데, 가오리의 총배설강은 갑작스러운 위협이 닥쳤을 때 몸을 통째로 숨길 수 있는 즉석 대피소 역할을 한다는 거죠. 마치 어린아이가 이불 속에 머리부터 파묻는 식으로요. 예이거 연구원은 "빨판상어의 폭이 그 입구를 거의 꽉 채울 정도"라며, 안에 들어가면 외부에서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공생이라는 단어가 흔들린다

이 발견이 단순히 "기묘한 물고기 행동" 한 줄로 끝나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빨판상어와 숙주의 관계가 어떤 종류인가는 해양생물학계의 오래된 논쟁거리거든요. 앞서 말한 상리공생 외에도, 두 가지 시나리오가 더 있습니다. 한쪽만 이득을 보고 다른 쪽은 손해도 이득도 없는 편리공생, 그리고 한쪽이 이득을 보면서 다른 쪽에는 해를 끼치는 기생. 빨판상어가 그저 함께 헤엄치는 손님인지, 아니면 가오리의 등을 빌리는 일종의 무임승차 기생자인지가 핵심 질문이죠.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미국 브라운대학교의 감각생물학자 엘리노어 케이브스 박사는 《뉴욕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행동이 "방정식을 거의 확실히 바꾼다"고 평가했습니다. 빨판상어가 머무는 시간이 짧더라도, 그 사이 가오리의 배설이나 생식에 지장을 줄 수 있고 점막에 상처를 낼 수도 있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어떤 순간에는, 평화로워 보였던 두 종의 관계가 기생 쪽으로 기울어지는 셈이죠.

매도널드 박사 연구팀이 2025년 12월 학술지 《해양생물학》에 발표한 또 다른 논문은, 같은 방향에서 흥미로운 단서를 제공합니다. 미국 남부 플로리다 해역의 카리브쥐가오리들을 추적한 결과, 빨판상어와 그 친척인 일반 빨판상어가 숙주를 따라 수심 1,500미터 아래까지 동행하는 모습이 확인됐다는 내용이었죠. 햇빛이 닿지 않는 깊은 바다까지 함께 내려가는 사이에서, 가오리의 몸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빨판상어 일상의 거의 모든 무대가 됩니다.

빨판상어 머리 위 흡착 원반의 클로즈업 사진

피지 베카 라군에서 촬영된 빨판상어⁠(Echeneis naucrates) 머리 위 흡착 원반의 클로즈업. 빗살 모양 라멜라가 또렷이 보인다. 출처: Wikimedia Commons (CC BY 2.0) / Richard ling

왜 이제야 발견됐을까

15년 동안 사진을 모으고도 일곱 건뿐이라는 사실은 또 다른 질문을 부릅니다. 이 행동이 정말 드문 걸까요, 아니면 우리가 못 본 걸까요? 예이거 연구원의 답은 후자에 가깝습니다. 그는 "물속의 이런 관계는 24시간 내내 이어지는데, 우리는 스쿠버다이빙으로 잠깐 지나가거나 어선에 한 마리 끌어올렸을 때의 단 1초 장면만 봅니다"라고 말했죠. 들어가 버린 빨판상어는 외부에서 보이지 않으니, 진짜 빈도는 짐작 이상일 가능성이 높다는 거예요.

이번 논문의 또 한 가지 시사점은 관찰 도구에 관한 것입니다. 일곱 건의 사례 모두 시민과학자나 다이브 가이드, 연구 보조원이 일상적으로 찍어 둔 수중 사진에서 발굴됐습니다. 거대한 해양 동물의 행동을 이해하려면, 학계의 정식 탐사 항해 못지않게 누군가의 휴가용 카메라가 중요할 수 있다는 이야기죠.

거대 쥐가오리는 현재 세계자연보전연맹 적색목록에서 위기종으로 분류돼 있습니다. 어업 혼획과 새우잡이 그물, 수온 상승이 이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죠. 거기에 평소엔 든든한 동반자처럼 보였던 빨판상어가, 사실은 가끔 신체 깊숙한 곳까지 파고드는 손님이라는 사실이 더해진 겁니다. 자연 속의 관계는 우리가 붙인 라벨보다 훨씬 복잡한 것 같습니다. 다음번 누군가의 카메라에 무엇이 더 잡혀 있을지, 조용히 기다려 볼 일이죠.

참고문헌

1. Yeager, E. A., Pate, J., Stevens, G. M. W., Turffs, B., & Macdonald, C. (2026). "Hiding in Plain Sight: Evidence of Echeneidae Cloacal and Gill Diving Behavior in Manta Ray Hosts." Ecology and Evolution, 16(5). DOI: 10.1002/ece3.73548

 2. Cohen, K. E., Flammang, B. E., Crawford, C. H., & Hernandez, L. P. (2020). "Knowing when to stick: touch receptors found in the remora adhesive disc." Royal Society Open Science, 7(1), 190990. DOI: 10.1098/rsos.190990

 3. Yeager, E. A., Pate, J., Saltzman, J., Pankow, C., & Macdonald, C. (2026). "Stability and spatial variance of Mobula yarae-associated fish aggregates in South Florida." Marine Biology, 173. DOI: 10.1007/s00227-025-047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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