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에 타죽은 나무 5만 그루, 땅속 6m에 묻으면 탄소가 사라질까?

The Finch2026. 5. 14.

산불에 타죽은 나무 5만 그루, 땅속 6m에 묻으면 탄소가 사라질까?

2012년 오리건주 롱드로 산불이 휩쓸고 간 자리에 새카맣게 그을린 나무들이 서 있습니다. 출처: Wikimedia Commons (CC BY-SA 2.0) / Jeff Clark, Oregon Bureau of Land Management

2021년 여름, 미국 몬태나주 포버티 플랫츠에서 땅속 석탄층이 저절로 타오르며 마른 풀에 불이 옮겨붙었습니다. 산불은 267㎢를 태웠고, 그늘에서 소를 키우던 젠트리 목장의 폰데로사 소나무 5만 그루가 그 자리에서 죽어버렸죠. 시커멓게 그을린 나무들이 달 표면 같은 잿더미 위에 유령처럼 서 있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기는데요. 이 죽은 나무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요? 그냥 두면 쓰러져 사람과 가축을 덮치거나, 마른 장작이 되어 다음 산불의 연료가 됩니다. 그렇다고 더미로 쌓아 태우면 약 7,000톤의 이산화탄소가 한꺼번에 공기 중으로 풀려납니다. 두 선택지 모두 기후에는 최악이죠.

그래서 매스트 리포레스테이션⁠(Mast Reforestation)⁠이라는 회사가 전혀 다른 방법을 시도했습니다. 불도저와 거대한 집게가 달린 임업 장비로 죽은 나무들을 5,000㎡ 넓이 구덩이에 통째로 쏟아 넣은 거예요. 그 위를 흙과 자갈로 6m 두께로 덮고, 폴리프로필렌⁠(polypropylene) 천까지 깔았습니다. 회사 측은 이렇게 묻으면 나무가 수백 년 동안 썩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런 방식을 우드 볼팅⁠(wood vaulting), 우리말로 옮기면 "나무 금고에 넣기" 정도가 되겠습니다. 매스트의 그랜트 캐너리 대표는 "이것이 만능 해법은 아니지만, 숲에 관한 한 매우 강력한 도구"라고 말합니다. 살아 있는 나무는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이지만, 죽은 나무는 썩으면서 다시 그 탄소를 공기 중으로 내보내거든요. 그 분해 과정을 6m 흙 밑에 가둬버린 셈입니다.

우드 볼트 단면 도식

그림: 산불로 죽은 나무를 깊이 6m 구덩이에 쌓고 점토 토양과 폴리프로필렌 천으로 덮어 산소를 차단하는 우드 볼트 구조. ⓒ The Finch

그런데 정말 나무가 수백 년이나 썩지 않을 수 있을까요? 미국 메릴랜드 대학교의 닝 쩡⁠(Ning Zeng) 교수 연구팀이 그 가능성을 우연한 발견으로 확인했습니다. 2013년, 캐나다 퀘벡주에서 실험용 구덩이를 파던 중 한 통나무가 출토됐어요. 분석해 보니 약 3,775년 전에 묻힌 동부삼나무⁠(Eastern red cedar) 줄기였습니다.

놀라운 점은 이 나무의 상태였습니다. 거의 4천 년 동안 땅속에 있었는데 탄소 손실이 5% 미만이었거든요. 비결은 점토 함량이 높은 토양. 점토는 입자가 워낙 촘촘해서 공기와 물이 거의 통하지 않습니다. 나무를 썩히는 곰팡이와 박테리아는 산소·수분·온도가 모두 있어야 활동하는데, 점토층이 그 산소를 막아버린 거죠. 쩡 교수 연구팀은 이 결과를 2024년 9월 《사이언스⁠(Science)》에 발표했습니다.

숲 탄소순환 도식

그림: 살아 있는 나무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지만 죽은 나무는 부패하며 다시 방출합니다. 매장이라는 우회로가 탄소를 100년 이상 가둘 수 있다는 아이디어. ⓒ The Finch

매스트는 젠트리 목장의 죽은 나무들을 트럭 계량대에 올려 일일이 무게를 쟀습니다. 질소와 수분 함량을 빼고 계산하니 이산화탄소 환산량으로 약 7,000톤. 굴착기가 배출한 연료 배출량과 약간의 분해 가능성을 빼고, 푸로어스 인증을 받아 탄소 크레딧 4,277개를 발행했어요. 한 개당 1톤의 이산화탄소 제거를 의미합니다. 대량 구매 시 한 개에 약 200달러 수준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하나 더 생깁니다. 정말 모든 흙이 점토처럼 산소를 막아줄까요? 쩡 교수는 "미국 서부는 동부보다 점토가 적고 돌이 많지만, 빙하 퇴적층이나 다른 불투수성 토양을 가까운 곳에서 찾을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다만 어떤 조건에서 얼마나 잘 보존되는지에 대해서는 "실행 회사도, 과학자도 지금 당장 명확한 답을 줄 수 없다"고 인정합니다. 잘못된 환경에 묻으면 수개월 만에 분해가 시작될 수도 있거든요.

위험은 또 있습니다. 구덩이를 파는 데 연료가 들고, 표토를 걷어내면 그 안에 있던 토양 탄소가 풀려납니다. 만약 묻은 나무가 예상보다 빨리 썩는다면, 오히려 배출이 늘어나는 역설이 벌어질 수 있죠. 그래서 표토를 떠서 보관했다가 다시 덮는 식의 정교한 시공이 필요합니다.

그럼에도 산불은 점점 거대해지고 있습니다. 미국 서부에서 불에 타는 면적은 40년 전보다 약 10배 늘었어요. 이번 봄 기록적인 폭염으로 산악 적설량이 사상 최저를 찍었고, 또 한 번 혹독한 화재 시즌이 예고된 상태입니다. 캐너리 대표에 따르면 몬태나주 한 곳에만 접근 가능한 화재로 죽은 나무가 650만 톤. 매스트는 2030년까지 매년 15만 톤을 묻겠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3,775년이라는 시간을 견뎌낸 한 그루의 삼나무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사실은 단순합니다. 잘만 묻으면, 나무는 정말 오래 침묵할 수 있다는 것. 다만 그 "잘"의 조건을 아직 우리는 충분히 알지 못합니다. 죽은 나무 한 그루가 100년의 침묵으로 갈지, 몇 달 만에 다시 숨을 내쉴지는 결국 그 위를 덮은 흙이 결정합니다.

참고문헌

1. Zeng, N., Hausmann, H. (2022). "Wood Vault: remove atmospheric CO2 with trees, store wood for carbon sequestration for now and as biomass, bioenergy and carbon reserve for the future." Carbon Balance and Management, 17(1), 2. DOI: 10.1186/s13021-022-00202-0

2. Zeng, N., Liu, Y., Zhao, X., et al. (2024). "3775-year-old wood burial supports 'wood vaulting' as a durable carbon removal method." Science, 385(6716), 1454-1459. DOI: 10.1126/science.adm8133

3. Zeng, N. (2008). "Carbon sequestration via wood burial." Carbon Balance and Management, 3, 1. DOI: 10.1186/1750-068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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