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 표면을 덮은 검은 그림자의 정체!

The Finch2026. 4. 17.

화성 표면을 덮은 검은 그림자의 정체!

화성 북반구의 유토피아 평원. ESA의 마스 익스프레스가 2024년 촬영한 영상. 왼쪽 밝은 황토색 지대와 오른쪽 어두운 지대가 뚜렷하게 대비된다. ⓒ ESA / DLR / FU Berlin (CC BY-SA 3.0 IGO)

지난 4월 중순, 유럽우주국⁠(ESA)⁠이 묘한 사진 한 장을 공개했습니다. 화성의 북반구에 있는 거대한 분지 '유토피아 평원'의 한 구역을 찍은 사진이었죠. 사진 왼쪽은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화성의 황토색이었고, 오른쪽은 새까만 진창 같은 어두운 색이었습니다. 마치 누군가 커피를 쏟아놓은 듯 경계가 선명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건 지금부터입니다. 같은 자리를 1976년, 그러니까 50년 전 NASA의 바이킹 탐사선이 찍은 사진과 나란히 비교해봤더니, 그 검은 얼룩의 면적이 눈에 띄게 넓어져 있었던 겁니다. 사람 한 세대 만에, 화성에서 '어둠의 파도'가 번져 나간 거죠.

화성은 지질학적으로 '느린 행성'이라고 합니다. 지구처럼 판이 움직이지도 않고, 바다나 강도 거의 다 말랐죠. 대개 화성의 표면은 수백만 년 단위로 변합니다. 그런 행성에서 50년 만에 눈으로 확인되는 변화가 일어났다는 건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닙니다.

50년 만에 다시 보게 된 풍경

이 이상한 검은 얼룩을 찍은 장비는 ESA 마스 익스프레스 궤도선의 고해상도 스테레오 카메라, 줄여서 HRSC입니다. 2003년에 발사돼 지금까지 20년 넘게 화성 주위를 돌고 있는 장수 탐사선이죠.

마스 익스프레스에 실린 고해상도 스테레오 카메라 HRSC의 지상 시험 장비. 화성 표면을 3차원 컬러 영상으로 찍는 유럽우주국의 주력 카메라다. ⓒ DLR (CC BY 3.0 DE)

이번 사진은 지난해 11월 9일, HRSC가 유토피아 평원 한가운데를 지나며 찍은 것입니다. 유토피아 평원이라는 지명은 마치 이상향을 뜻하는 단어처럼 들리지만, 이곳의 실제 지름은 자그마치 3300km. 화성 북반구의 거의 1/6을 차지하는 거대한 타원형 움푹팽이고, 중국의 주룽 로버가 2021년에 내려앉은 바로 그 분지이기도 합니다.

과학자들은 먼 옛날 이 분지에 얕은 바다가 출렁였을 거라고 봅니다. 지표 바로 아래에는 아직도 어마어마한 양의 얼음이 묻혀 있다는 증거가 쌓여 있죠. HRSC 사진에 찍힌 갈라진 틈과 구덩이들도 그 얼음이 부르는 지형이라고 분석됐습니다.

어두운 건 철이 아니라 화산재였다

그런데 궤도선이 밝혀낸 더 흥미로운 대목은 이 검은 색의 정체입니다. 화성의 '빨강'은 표면의 녹슨 철 가루에서 나오는 색인데, 이 어두운 얼룩은 전혀 다른 물질이라는 거예요. ESA가 발표한 성분 분석을 보면, 이곳의 검은 지대는 '고철질⁠(mafic)'이라 불리는 광물들로 가득합니다. 대표적으로 감람석⁠(olivine)⁠과 휘석⁠(pyroxene) 같은 것들이죠.

지구 현무암 표본. 검은 바탕에 박힌 초록빛 결정이 감람석, 덜 뚜렷한 짙은 입자가 휘석이다. 마그마가 굳을 때 만들어지는 대표적인 고철질 광물로, 화성의 '어둠의 파도' 역시 같은 성분을 품고 있다. ⓒ Shannon Heinle / Wikimedia Commons (CC0)

감람석과 휘석은 지구의 화산 현무암에서 흔하게 보이는 성분입니다. 녹은 마그마가 굳을 때 만들어지는, 말하자면 "용암의 발자국" 같은 물질이죠. 말하자면 유토피아 평원의 이 검은 띠는, 화성이 아직 펄펄 끓던 태고에 엄청난 화산활동으로 뿌려진 화산재가 굳어 만들어진 층이라는 뜻입니다.

그 위를 수십억 년 동안 화성 특유의 밝은 황토색 먼지가 얇게 덮어왔을 텐데, 최근 그 덮개가 벗겨지면서 밑의 검은 화산재가 다시 드러나고 있다는 겁니다. 혹은 화산재 자체가 어디선가 바람에 실려와 새로 쌓이고 있는 것일 수도 있죠. 둘 중 어느 쪽이든, 주인공은 결국 화성의 바람입니다.

바람이 옮기는 검은 그림자

화성에는 얇은 대기가 있고, 그 대기는 결코 얌전하지 않습니다. 1997년 패스파인더 이래로 우리가 꾸준히 관측해온 현상 중 하나가 '먼지 회오리⁠(dust devil)'예요. 평원을 스쳐 지나가는 지름 수백 미터짜리 회오리바람들이 밝은 표면 먼지를 걷어내고 그 자리에 어두운 줄무늬를 긋고 지나갑니다.

HiRISE 카메라가 찍은 화성 표면의 먼지 회오리 자국들. 구불구불한 검은 선들이 회오리바람이 밝은 먼지를 걷어내며 지나간 흔적이다. 사진 한 장에 수백 개의 흔적이 기록되어 있다. ⓒ NASA / JPL / University of Arizona (Public Domain)

2008년 NASA 마스 글로벌 서베이어 탐사선의 관측 결과를 보면, 이런 먼지 회오리는 봄과 여름에 특히 활발해지고, 그때마다 위성 사진 속 풍경이 몇 주 단위로 뒤바뀝니다. 지구에서 망원경으로 보면 화성의 어두운 부분이 계절에 따라 커졌다 작아졌다 하는 것처럼 보였던 이유도, 알고 보면 이 바람의 장난이었던 것이죠.

그러니 유토피아 평원의 어둠이 50년 만에 번진 것도 전혀 엉뚱한 얘기가 아닙니다. 지난 반세기 동안 그 구역을 주기적으로 휩쓸고 지나간 화성의 강풍이 표면의 밝은 먼지를 조금씩 벗겨냈거나, 혹은 멀리 화산 지대에서 날아온 검은 재를 쌓아올렸다는 거예요. 속도는 느리지만, 시계열로 놓고 보면 분명한 변화입니다.

'운하'와 '초목'의 착각

사실 이 '어둠의 파도'라는 말 자체가 굉장히 오래된 표현입니다. 약 150년 전, 망원경으로 화성을 관측하던 19세기 천문학자들은 벌써 이 현상을 알아차렸습니다. 특히 미국의 천문학자 퍼시벌 로웰⁠(1855~1916)⁠은 계절이 바뀔 때마다 화성의 극지방에서 적도 쪽으로 어둠이 '파도처럼' 번져가는 모습을 꼼꼼히 기록했죠.

퍼시벌 로웰과 E. C. 슬라이퍼가 1911년 여름에 그린 화성 지도. 표면을 가로지르는 수많은 직선이 그가 '운하⁠(canali)'라고 부른 구조물이다. 지금 보면 시력의 착시에 가깝지만, 그가 계절마다 관측한 '색의 변화'는 실제였다. ⓒ Percival Lowell & E. C. Slipher (Public Domain)

당시 과학자들은 이 현상을 생물학적으로 해석했습니다. 화성 극관의 얼음이 녹으면서 물이 적도 쪽으로 흘러내려가고, 그 물을 따라 식물이 쑥쑥 자라면서 지표가 녹색으로 어두워진다는 거였죠. 로웰이 화성 표면에서 '운하⁠(canali)'라는 인공 구조물을 봤다고 주장하면서, 이 가설은 20세기 중반까지도 꽤 진지하게 연구됐습니다.

이 착각을 깨부순 장본인이 바로 1971년 도착한 NASA의 마리너 9호입니다. 궤도선이 보낸 고해상도 사진을 보니, 운하도 없고 식물도 없었습니다. 있는 건 화산과 협곡과 사막뿐이었죠. 그 대신, 탐사선은 화성 전역에서 거대한 모래폭풍이 수시로 일어나 지표의 밝기를 뒤바꾸는 장면을 포착해냈습니다. '어둠의 파도'는 식물의 춤이 아니라 먼지의 이동이었던 겁니다.

50년짜리 타임랩스

마스 익스프레스의 2024년 사진이 흥미로운 건, 바로 이 오랜 수수께끼를 숫자로 찍어낸 드문 사례라는 점입니다. 1976년 바이킹 1·2호가 찍어둔 유토피아 평원 사진이 있기에, 우리는 같은 장소를 50년 차이로 맞대보고 "이만큼 번졌다"고 말할 수 있게 됐죠.

화성 크리세 평원의 '표면 변화'. 바이킹 탐사선이 1976년에 찍은 사진⁠(왼쪽)⁠과 그 이후 측정 결과를 나란히 놓으면, 화성의 바람이 수십 년 단위로 지형의 명암을 바꿔놓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 NASA / JPL (Public Domain)

ESA 과학팀은 이 사례가 화성 대기와 지표가 여전히 서로 활발하게 주고받고 있다는 증거라고 강조합니다. 화성은 '죽은 행성'이 아니라 '아주 느리게 숨 쉬는 행성'에 가깝다는 뜻이에요. 1930년대엔 아무도 이 검은 띠의 정체를 몰랐고, 1970년대엔 '먼지'라는 답까지만 알았다면, 이제 2020년대엔 "바람이 고철질 화산재를 수십 년 단위로 옮긴다"는 구체적인 시나리오까지 내려가 있는 겁니다.

마스 익스프레스는 설계 수명을 이미 한참 넘겼습니다. 그런데도 매번 새로운 한 장을 보내올 때마다, 우리는 화성이라는 행성을 조금씩 더 알게 됩니다. 50년 전의 사진과 오늘의 사진이 이렇게 한 권의 타임랩스가 될 줄은 당시엔 아무도 몰랐을 거예요.

붉은 행성의 어둠이 어디까지 번질지는, 50년 뒤 사진이 다시 답해줄 겁니다.

참고문헌

1. European Space Agency, "Mars Express captures dark ash covering Mars's Utopia Planitia", ESA Mars Express News, 2026. https://www.esa.int/Science_Exploration/Space_Science/Mars_Express/Ash_creeps_across_Mars

2. Cantor, B. A., "Mars Orbiter Camera observations of Martian dust devils and their tracks", Journal of Geophysical Research: Planets, 2006. doi:10.1029/2006JE002700

3. Szwast, M. A. et al., "Surface dust redistribution on Mars as observed by the Mars Global Surveyor and Viking orbiters", Journal of Geophysical Research: Planets, 2006. doi:10.1029/2005JE002485

4. Fenton, L. K. et al., "Global warming and climate forcing by recent albedo changes on Mars", Nature, 2007. doi:10.1038/nature05718

5. Howlett, J., "Mars orbiter watches mysterious wave of darkness spread across red planet's surface", Scientific American,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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