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00년 전 인류는 어떻게 바다를 겄넜을까?

The Finch2026. 4. 20.

8,500년 전 인류는 어떻게 바다를 겄넜을까?

몰타 북서쪽 고즈⁠(Gozo) 섬의 해안선. 시칠리아에서 85km, 수평선 너머에 숨은 이 섬을 8,500년 전 석기시대 사냥꾼들은 카누 한 척으로 건넜다. ⓒ Diego Delso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지중해 한복판의 작은 섬 몰타. 가장 가까운 시칠리아에서 85km 떨어져 있고, 해수면에서 올려다보면 수평선 너머라 보이지도 않습니다. 오늘날이야 페리나 비행기로 몇 시간이면 가지만, 카누 하나로 건너려면 꼬박 24시간은 노를 저어야 합니다. 해가 지면 별빛만 보고 방향을 잡아야 하는 거죠.

솔직히 "석기시대 사람들이 이런 섬까지 왔겠어?" 싶잖아요. 그런데 왔습니다. 그것도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오래전에 말이죠.

2025년 4월 국제 학술지 『Nature』에 실린 논문 한 편이 그 증거를 내놓았습니다. 독일 막스 플랑크 지구인류학 연구소의 고고학자 엘리노어 셰리⁠(Eleanor Scerri) 팀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몰타 북부의 한 싱크홀을 파 내려갔는데, 바닥에서 화덕에서 나온 재와 날카로운 석기, 그리고 도살된 붉은 사슴 뼈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온 겁니다. 탄소연대 측정 결과 이 흔적의 나이는 8,500년. 몰타에 사람이 살았던 시점이 단숨에 1,000년 이상 앞당겨진 거죠.

그런데 진짜 중요한 포인트는 따로 있습니다. 이들은 농부가 아니라 '수렵채집민'이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동안 고고학자들은 수렵채집민은 넓은 바다를 건너지 못한다고 믿어 왔거든요. 농경이 시작되고 정교한 도구가 나온 뒤에야 배를 만들 수 있었다는 가설이었습니다. 셰리의 발굴이 이 고정관념을 정면으로 깬 겁니다.

그러니까 질문은 자연스럽게 이쪽으로 넘어갑니다. 인류는 대체 언제부터 바다로 나갔을까요?

가장 오래된 배는 겨우 1만 년, 그렇다면 그 전엔?

여기서 곤란한 문제가 하나 있습니다. 배는 대부분 나무나 가죽으로 만들기 때문에 잘 썩는다는 거죠. 그래서 '가장 오래된 배'라는 것 자체가 의외로 나이가 많지 않습니다.

현재까지 확인된 가장 오래된 배는 네덜란드의 이탄 습지에서 발굴된 '페세 카누⁠(Pesse canoe)'로, 대략 기원전 8,250~7,550년, 약 1만 년 전에 만들어졌습니다. 그 다음이 쿠웨이트 앗사비야⁠(As-Sabiyah)⁠에서 나온 7,000년 전 갈대배, 그리고 이탈리아 브라치아노 호수 밑에 수몰된 고대 마을에서는 7,900~6,800년 된 카누 다섯 척이 가지런히 누워 있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배로 공인된 '페세 카누'. 약 1만 년 전 네덜란드의 이탄 습지에 묻혀 있던 소나무 통나무 배다. 그 전 시대의 배는 모두 썩어 사라졌을 뿐, 인류는 이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물 위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 Drents Museum / Wikimedia Commons (CC BY 3.0)

문제는 이 배들의 거의 전부가 '농경민'의 물건이라는 점입니다. 페세 카누 하나만 예외적으로 농경 이전 시대에 속하죠. 고고학자들이 오랫동안 "장거리 항해는 농경민의 일"이라고 결론 내린 근거가 바로 이거였습니다.

그런데 지난 20여 년 사이, 이 믿음에 금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옥스퍼드대학의 딜런 개프니⁠(Dylan Gaffney)⁠는 "배가 남아 있지 않더라도, 석기시대 사람들이 '섬'에 있었다는 증거가 나오면 그들이 어떻게든 물을 건넜다는 뜻"이라고 지적합니다. 수영만으로는 닿을 수 없는 거리라면, 무언가를 타고 갔다는 이야기니까요.

대표적인 예가 그리스 펠로폰네소스 반도 남쪽 끝의 프란히티⁠(Franchthi) 동굴입니다. 1973년 고고학자들은 이 동굴에서 흑요석 조각들을 찾아냈는데, 이 흑요석의 원산지는 100km 남동쪽의 멜로스⁠(Melos) 섬이었습니다. 2011년의 재측정 결과, 이 흑요석이 섬을 떠난 시점은 무려 1만 3,000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수렵채집민이 100km 바다를 왕복하고 있었다는 확실한 증거입니다. 스코틀랜드 서쪽 헤브리디스 제도에서도 비슷한 시기, 섬과 섬 사이를 오가던 중석기시대 사냥꾼들의 흔적이 줄줄이 발견됐습니다.

6만 5,000년 전, 순다랜드에서 사훌로

진짜 놀라운 이야기는 동남아시아와 오세아니아 쪽에서 나옵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7만⁠~6만 년 전, 현생 인류는 아프리카를 대규모로 빠져나가기 시작했습니다. 그중 일부는 아시아 동쪽 끝, 오늘날의 말레이시아 반도 부근까지 걸어왔죠. 중요한 건 당시 지도가 지금과 전혀 달랐다는 겁니다. 그 시기 지구는 빙하기 깊숙이 들어가 있었고, 엄청난 양의 물이 빙상에 갇혀 있었습니다. 해수면이 지금보다 훨씬 낮았다는 뜻이죠.

오늘날 얕은 바다로 보이는 곳의 상당 부분이 당시에는 뭍이었습니다. 보르네오·수마트라·자바는 모두 아시아 본토와 연결된 거대한 대륙 '순다랜드⁠(Sundaland)'의 일부였고, 호주와 뉴기니는 서로 붙어 있어 '사훌⁠(Sahul)'이라는 또 다른 대륙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즉 현생 인류는 태국·베트남에서 자바 동쪽 끝까지 바다를 단 한 번도 건너지 않고 걸어올 수 있었던 겁니다.

마지막 빙하기의 동남아시아 지도. 해수면이 지금보다 훨씬 낮아 보르네오·자바·수마트라가 아시아 본토에 붙어 '순다랜드'를 이뤘고, 호주·뉴기니도 '사훌' 대륙으로 연결돼 있었다. 그러나 두 대륙 사이에는 항상 깊은 바다가 가로놓여 있었고, 인류는 이곳을 건너야만 호주에 닿을 수 있었다. ⓒ Maximilian Dörrbecker /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문제는 순다랜드와 사훌 사이에 절대 걸어서 건널 수 없는 깊은 바다와 강한 해류가 놓여 있었다는 겁니다. 그 사이에는 술라웨시·티모르 같은 섬들이 징검다리처럼 흩어져 있었고요. 그런데 인류는 이 바다를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건넜습니다.

2022년 호주 북부 마젯베베⁠(Madjedbebe) 바위 그늘에서 나온 석기들은 최대 6만 5,000년 전 것으로 측정됐습니다. 뉴기니에는 이미 4만 9,000년 전에 인류가 살고 있었고, 개프니 팀이 2024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뉴기니 바로 서쪽 라자암팟⁠(Raja Ampat) 제도에서 5만 5,000년 전 식물 수지⁠(樹脂) 덩어리까지 발견됐습니다. 순다랜드 동쪽 끝에서 사훌 대륙으로 이어지는 '항해 루트'와 중간 기착지들이 그려지는 거죠.

핵심은 이겁니다. 호주·뉴기니로 건너간 사건이 '한 번'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2만 년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여러 차례의 도항⁠(渡航)⁠이 있었다는 증거가 쌓여 있습니다. 개프니는 이를 두고 "눈 깜빡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라며, "이건 사람들이 의도적으로 뭔가를 하고 있다는 뜻"이라고 말합니다. 한두 명이 우연히 떠내려간 게 아니라, 조직적으로 재료를 모으고, 뗏목을 만들고, 사람들을 태워 건너편 섬을 겨냥한 '계획된 항해'였다는 겁니다.

호빗과 수수께끼의 100만 년 전 항해

이 시점에서 상상력이 훨씬 더 먼 과거로 뻗어 나갑니다. 인도네시아 플로레스 섬에 살았던 '호빗', 그러니까 키 1미터 남짓의 소형 인류 호모 플로레시엔시스⁠(Homo floresiensis)⁠는 어떨까요? 플로레스는 역사상 단 한 번도 옆 섬들과 육지로 연결된 적이 없는 섬입니다. 그런데 19만 년 전부터 5만 년 전까지 이 섬에서 호빗의 뼈가 나옵니다. 이들은 어떻게 이 섬에 도착했을까요?

필리핀 루손 섬에서는 2019년, 6만 7,000~5만 년 전의 또 다른 수수께끼의 인류 '호모 루조넨시스⁠(Homo luzonensis)'의 뼈가 공식 보고됐습니다. 그런데 2018년 같은 섬에서는 도살 흔적이 있는 코뿔소 뼈가 무려 70만 9,000년 전 지층에서 나왔습니다. 어떤 인류가 이미 그 시점에 루손에 있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가장 충격적인 건 2025년 8월에 발표된 술라웨시 섬의 석기 일곱 점. 연대 측정 결과는 104만⁠~148만 년 전이었습니다. 현생 인류가 탄생하기 훨씬 전의 이야기인 거죠.

인도네시아 플로레스 섬에서 발견된 키 1미터 남짓의 소형 인류 호모 플로레시엔시스⁠(별명 '호빗'). 이 섬은 한 번도 옆 섬들과 육지로 연결된 적이 없었기 때문에, 이들이 대체 어떻게 바다를 건너 섬에 들어왔는지는 지금도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다. ⓒ Ryan Somma / Wikimedia Commons (CC BY-SA 2.0)

일부 학자는 이를 초고대의 '항해' 증거라고 해석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조심스러워해야 할 이유도 있습니다. 뗏목 없이도 섬에 도달하는 길이 있기 때문이죠. 바로 '우연히 바다에 쓸려 가는 여행'입니다.

브라운대학의 존 체리⁠(John Cherry)⁠는 이렇게 말합니다. "지금도 폭풍이 지나간 뒤에는 식물·나무·동물이 통째로 붙은 거대한 초목 뗏목이 바다로 쓸려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태풍이 잦은 동남아에서는 드물지 않은 풍경이고, 몇 십만 년 단위로 보면 이런 '사고'가 성공하는 사례도 반드시 나옵니다.

고전적인 예가 원숭이입니다. 남미의 신세계 원숭이와 아프리카·아시아의 구세계 원숭이는 수천만 년 전 갈라졌는데, 당시 대서양을 가로질러 아프리카에서 남미로 원숭이들이 떠내려갔다는 게 가장 유력한 가설입니다. 2025년 3월에 나온 연구는 더 기막힌 사례도 보여줬습니다. 피지 섬에 사는 이구아나의 가장 가까운 친척이 북미 사막 이구아나인데, 이들은 대략 3,000만 년 전 태평양을 8,000km 넘게 서쪽으로 떠내려간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체리의 표현대로라면 "아마도 기록적인 장거리 여행"이죠.

그래서 플로레스·루손·술라웨시 같은 초고대 섬 인류 이야기는 아직 '떠내려갔을 수 있음'과 '배를 만들었을 수 있음' 사이 어딘가에 걸쳐 있습니다. 100만 년 동안 몇 번의 도항은 '우연'으로 설명되지만, 6만 년 사이에 여러 번 반복된 도항은 '의도'로 봐야 한다는 게 개프니의 관점입니다.

네안데르탈인도 '끈'을 꼬아 배를 만들었을까

그렇다면 호모 사피엔스 이전의 인류 중 정말로 배를 만들 수 있었을 가능성이 있는 종은 누구일까요. 후보는 거의 하나뿐입니다. 네안데르탈인.

지난 십수 년 사이 네안데르탈인에 대한 평가는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스페인 남부에서 시베리아 알타이 산맥까지 서로 전혀 다른 환경에서 살아남았을 만큼 적응력이 뛰어났고, 망자를 땅에 묻었으며, 동굴 벽에 그림을 그리고 조개껍데기로 장신구까지 만들었죠. 그리고 결정적인 증거 하나가 2020년 『Scientific Reports』에 보고됐습니다. 네안데르탈인이 식물 섬유를 꼬아 '끈⁠(twine)'을 만들 줄 알았다는 겁니다.

끈을 만들 줄 안다는 건 뗏목이나 가죽배 같은 복합 구조물을 엮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리스 쪽 해안은 이 가설에 실제 무게를 실어 줍니다.

네안데르탈인의 복원 모형. 이들이 식물 섬유를 꼬아 '끈'을 만들 수 있었다는 2020년의 증거는, 동시에 뗏목이나 가죽배 같은 복합 구조물을 엮을 수 있었을 가능성을 의미한다. ⓒ Abraham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이오니아 제도에서는 11만 년 전의 석기 유물이 나왔고, 크레타 섬에서는 13만⁠~70만 년 전으로 추정되는 석기가, 가까운 가브도스 섬에서도 비슷한 연대의 석기들이 발굴됐습니다. 결정적으로 2019년의 한 연구는 낙소스 섬에서 9,000점이 넘는 석기 유물을 보고했는데, 가장 오래된 것의 나이가 20만 년이었습니다. 전형적인 네안데르탈인의 제작 기법으로 만들어진 것들이었고요. 보스턴대학의 커티스 러넬스⁠(Curtis Runnels)⁠는 "초기 인류, 그리고 아마도 네안데르탈인이 20만 년 전보다 더 오래전에 그리스의 섬들로 건너갔다는 생각은 이제 점점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바다를 건너려면 뭐가 필요할까요? 체력만으로 되는 일은 아닙니다. 먼저 재료를 모으고, 그걸 엮어 배를 만들고, 사람을 태우고, 식량과 물을 준비해야 합니다. 개프니는 이렇게 말합니다. "그들은 미래를 생각해야만 합니다. 여러 단계를 앞서 계획하는 능력이 필요한 거죠." 혼자서는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합니다. 배를 만드는 데에는 긴 시간과 많은 손이 필요하니까요. 즉 바다를 건넌 인류는 이미 '협력할 줄 아는 공동체'였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어쩌면 가장 설명하기 어려운 능력, '용기'까지 있어야 합니다. 사우샘프턴대학의 스테파니 블랭크샤인⁠(Stephanie Blankshein)⁠은 이렇게 덧붙입니다. "재현된 바이킹 배는 꽤 튼튼합니다. 그런데 가죽배를 타고 수평선 너머로 나간다고요? 지금 사람들 대부분은 절대 못 합니다."

그런데 8,500년 전 몰타로 건너간 수렵채집민도, 6만 5,000년 전 사훌로 간 현생 인류도, 어쩌면 20만 년 전 낙소스에 닿은 네안데르탈인도, 지금 우리가 '절대 못 한다'고 말하는 그 일을 실제로 해냈습니다. 건너편에 땅이 정말로 있는지조차 확신할 수 없었을 텐데 말이죠.

바다 저편을 향한 그 맹신에 가까운 도약 덕분에, 우리 조상들은 지구 구석구석까지 닿을 수 있었습니다. 몰타의 싱크홀에서 나온 숯 한 조각은, 그 도약의 나이가 우리가 생각해 왔던 것보다 훨씬 오래됐다는 사실을 조용히 알려 주고 있습니다.

고문헌

1. Scerri, E. M. L. et al., "Hunter-gatherer sea voyages extended to remotest Mediterranean islands", Nature, 2025.

2. Gaffney, D. et al., "Human dispersal to the Raja Ampat islands, Wallacea, by 55,000 years ago", Antiquity, 2024.

3. Clarkson, C. et al., "Human occupation of northern Australia by 65,000 years ago", Nature, 2017. doi:10.1038/nature22968

4. Carter, T. & Contreras, D. A., "The obsidian industries of Franchthi Cave, Greece: a long-term perspective", Antiquity, 2011.

5. Ingicco, T. et al., "Earliest known hominin activity in the Philippines by 709 thousand years ago", Nature, 2018. doi:10.1038/s41586-018-0072-8

6. Hardy, B. L. et al., "Direct evidence of Neanderthal fibre technology and its cognitive and behavioural implications", Scientific Reports, 2020. doi:10.1038/s41598-020-61839-w

7. Carothers, S. W. et al., "Overwater dispersal of iguanas from North America to Fiji", PNAS, 2025.

8. Marshall, M., "Ancient humans were seafaring far earlier than we realised", New Scientist,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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