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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아르테미스 II(Artemis II) 우주선의 좁은 선실 안에서 네 명의 우주비행사가 잠시 말을 잃었습니다. 카메라는 달이 아니라 그들의 얼굴을 향하고 있었고, 캐나다 출신 제러미 핸슨(Jeremy Hansen) 대원은 떨리는 목소리로 철자를 하나씩 불렀습니다. "C-A-R-R-O-L-L." 달의 크레이터 하나에 동료의 먼저 떠난 아내 이름을 붙이자는 제안이었습니다.
아폴로 이후 반세기가 지나 인간을 다시 달 궤도에 올려놓은 이 미션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면은 달 표면의 사진이 아니라 이 이름을 두고 운 우주비행사들의 모습이었다고 The Atlantic의 기자 로스 앤더슨(Ross Andersen)은 적었습니다. 왜 '이름'이 이렇게까지 중요해진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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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4월 1일, 아르테미스 II 미션을 실은 SLS 로켓이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날아오르는 순간입니다. 아폴로 17호 이후 53년 만에 인간이 다시 달 궤도에 오른 비행이었습니다. 사진=NASA HQ PHOTO/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NASA가 이 미션의 이름을 '아폴로(Apollo)'가 아닌 '아르테미스(Artemis)'로 정한 건 꽤 의도적인 선택이었습니다. 아폴로는 태양의 신, 이성과 질서, 조화의 화신입니다. 그 이름은 반세기 전 냉전의 긴박한 분위기와 '합리적 지배'의 에너지에는 잘 어울렸을지 몰라도, 달이라는 대상에는 어쩐지 어긋나 있었습니다.
반면 아르테미스는 달의 여신입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아르테미스는 숲을 누비는 사냥꾼이자 야생의 수호자, 밤의 긴 그림자를 다스리는 존재로 그려집니다. 달이 가진 꿈같고 서정적인 성질, 밤의 갈망과 신비가 이 이름 안에 고스란히 담깁니다. 게다가 이번 미션에는 미션 스페셜리스트 크리스티나 코크(Christina Koch)를 포함해, 사상 처음으로 여성이 달 궤도까지 비행합니다. 여신의 이름이 이보다 어울리는 임무도 드물 겁니다.
이름 붙이기는 본래 시적인 행위입니다.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차기 유인 우주선 계획의 이름을 정할 때 보좌관 피터 플래니건은 "스페이스 셔틀"이라는 이름에 반대했다고 합니다. "셔틀이라는 말은 버스나 통근처럼 '이류 이동수단'이라는 느낌을 준다"는 이유였습니다. 결국 그 이름이 공식 명칭이 되었지만, 우주로 가는 일이 평범한 통근처럼 여겨지기 시작하면서 인류의 달 발걸음도 한참 동안 멈췄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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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여신 아르테미스(디아나)를 그린 19세기 판화입니다. 그리스 신화에서 아르테미스는 야생의 숲과 밤을 다스리는 사냥꾼 여신으로, 달의 서정성과 신비를 상징합니다. 이미지=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이번 비행에서 아르테미스 II의 승무원들은 달 뒷면을 도는 동안 창밖으로 수많은 크레이터를 관찰했습니다. 그중 상당수는 약 40억 년 전, 이른바 '후기 대운석 폭격(Late Heavy Bombardment)' 시기에 소행성들이 지구와 달을 동시에 두들기며 남긴 상처입니다. 이 오래된 분화구들 중 일부는 이미 과학자들이 붙여 놓은 공식 이름을 가지고 있지만, 여전히 익명인 크레이터도 많습니다.
핸슨 대원은 생중계 교신에서 두 개의 크레이터에 이름을 제안했습니다. 첫 번째는 그들의 우주선 이름, Integrity(인테그리티). 달 뒷면 한 자락에 있는 한 크레이터를 이 이름으로 불러 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제안에는 단순한 기념 이상의 의미가 있었습니다. 오리온(Orion) 캡슐을 기반으로 만든 '인테그리티'는 며칠 동안 네 사람을 지구에서 더 먼 곳까지 실어 날랐습니다. 산타마리아호도, H.M.S. 인데버호도, 아폴로 우주선의 어떤 사령선도 가 보지 못한 거리. 얇은 금속 벽 하나가 이 사람들의 부드러운 몸과 우주의 치명적 진공을 갈라놓았던 겁니다. 그 작은 배에 대한 감사의 표현이기도 했고, 동시에 이 이름이 앞으로도 달 탐사선의 덕목으로 남기를 바라는 다짐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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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가 공개한 오리온(Orion) 우주선의 달 궤도 비행 상상도입니다. 아르테미스 II 미션의 '인테그리티'는 이 오리온 캡슐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이미지=NASA/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두 번째 제안은 좀 더 사적인 울림을 담고 있었습니다. 핸슨 대원은 달의 앞면과 뒷면 경계 근처에 있는, 지구에서 어떤 계절에는 살짝 보이는 크레이터 하나를 가리키며 "우주비행사 가족 중 먼저 떠나신 분의 이름으로 부르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 이름은 미션 지휘관 리드 와이즈먼(Reid Wiseman)의 아내, 캐럴(Carroll).
캐럴 와이즈먼은 5년간의 암 투병 끝에 2020년 세상을 떠났습니다. 당시 두 딸은 아직 10대였고, 그 후로 리드 와이즈먼은 혼자서 두 아이를 길러 왔습니다. 핸슨이 철자를 하나씩 불러 이름을 새겨 넣는 동안, 우주선 안의 네 명은 눈물을 훔치며 서로를 끌어안았습니다. 선실의 중력이 없는 공간에서 넷이 천장 쪽으로 떠오르며 포개진 그룹 허그. 앤더슨은 이 장면을 "이 행성이 지금 간절히 필요로 하던 인간적 온기의 이미지"라고 표현했습니다.
크레이터에 사람의 이름을 붙이는 일은 과학자들만의 권한이 아닙니다. 국제천문연맹(IAU)의 심사와 승인을 거쳐야 하지만, 달 이름에는 오래전부터 과학자, 탐험가, 예술가, 그리고 이제는 우주비행사의 사랑했던 사람 이름까지도 새겨져 왔습니다. 인간이 닿은 자리마다 이름이 남는다는 것. 그리고 그 이름이 누군가의 인생 전체를 기억하는 방식이 된다는 것. 이번 순간은 바로 그 상징을 다시 확인해 준 사건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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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보이지 않는 달의 뒷면 모습입니다. 촘촘한 크레이터들로 뒤덮인 이 얼굴의 한 자락에 '인테그리티'와 '캐럴'이라는 이름이 새로 붙을 예정입니다. 이미지=Wikideas1/Wikimedia Commons (CC0)
이번 주 금요일, 아르테미스 II 승무원들은 태평양으로 돌아올 예정입니다. 대서양 연안의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출발했던 인테그리티는 샌디에이고 앞바다에 내려앉습니다. 승무원들은 재진입복(entry suits)을 입고, 캡슐의 열방패를 시속 3만 km의 대기에 겨누게 됩니다.
대기와의 마찰이 만드는 플라스마는 섭씨 약 1,650도, 화씨로 약 3,000도까지 올라갑니다. 이 불덩이 속에서 우주선은 몇 분간 지상 관제소와의 교신이 끊기는 '블랙아웃'을 거칩니다. 그다음, 참나무처럼 단단히 압축된 채 포장되어 있던 낙하산들이 차례로 펼쳐지며 속도를 줄이고, 오렌지색 에어백이 팽창해 캡슐을 수면 위에 똑바로 세웁니다. 미 해군 잠수사들이 헬리콥터로 다가와 회수 플랫폼을 설치하고, 문이 열리면 네 사람이 바다 공기를 한 모금 크게 들이마시게 되겠죠.
집에서는 와이즈먼 지휘관의 두 딸이 그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빠는 달을 돌고, 딸들은 교실과 집 사이를 오가는 '보통의 지구'를 돌며, 그 사이 달 뒷면에는 그들의 엄마 이름을 닮은 '캐럴 크레이터'가 새겨집니다. 과학은 결국, 세계를 측량하는 동시에 사람을 기억하는 방식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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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미스 II 승무원들을 실은 오리온 캡슐이 태평양 위에 스플래시다운으로 내려앉는 모습입니다. 지구에서 40만 km 떨어진 달 뒷면을 돌고 온 '인테그리티'의 마지막 임무였습니다. 사진=NASA/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Andersen, R. (2026). The Most Beautiful Moment of the Artemis II Mission. The Atlantic.
NASA. Artemis II Mission Overview and Crew Biographies (2024–2026).
International Astronomical Union (IAU). Gazetteer of Planetary Nomenclature — Moon.
NASA Johnson Space Center. Artemis II Flight Day Imagery and Press Materials (April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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