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의 나이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새끼 T. rex' 70년 논쟁을 푼 뼛속 나이테

The Finch2026. 4. 17.

공룡의 나이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새끼 T. rex' 70년 논쟁을 푼 뼛속 나이테

Nanotyrannus lancensis 복원도. 지금은 T. rex의 새끼가 아니라 독립된 종으로 정리되고 있다. ⓒ Nobu Tamura /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같은 화석 하나를 두고 두 과학자 집단이 70년 가까이 팽팽하게 갈렸습니다. 한쪽은 "이건 어린 T. rex다"라고 했고, 다른 한쪽은 "아니다, 별도의 종이다"라고 했죠. 육안으로 봐서는 양쪽 주장이 모두 그럴듯했던 겁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이 논쟁의 판도가 한쪽으로 기울었습니다. 결정타를 날린 건 공룡 자신의 뼈였습니다.

오늘 이야기의 주인공은 Nanotyrannus lancensis(이하 '나노티라누스')⁠입니다. T. rex가 살았던 백악기 말 북미에서 함께 발견되는, 몸집이 더 작고 날렵한 폭군 공룡이죠. 그런데 이 "작은 폭군"이 어린 T. rex인지, 아니면 별종인지가 오래도록 결론이 나지 않았습니다. 답을 내려면 고생물학자들이 즐겨 쓰는 한 가지 기술이 필요했습니다.

1942년, 수수께끼의 폭군이 발견되다

나노티라누스가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건 1942년이었습니다. 미국 몬태나주 헬크리크층에서 두개골 하나가 발견됐는데, 길이가 60cm 정도로 T. rex 두개골⁠(최대 1.5m)⁠보다 훨씬 작았죠. 처음에는 Gorgosaurus에 속하는 종으로 분류됐다가, 1988년 배커⁠(Robert Bakker) 등의 연구팀이 이 두개골이 성체의 특징을 보인다며 Nanotyrannus lancensis라는 이름을 새로 붙였습니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습니다. 1990년대 말부터 "이건 그냥 어린 T. rex일 뿐"이라는 반론이 대세를 이뤘는데, 특히 토마스 카⁠(Thomas Carr) 연구팀이 같은 헬크리크층의 다른 작은 폭군 화석들을 포함해 여러 건의 "성장 단계 시리즈"로 해석하는 논문을 냈기 때문이죠. 이 설명이 워낙 유력해서, 교과서와 박물관 전시조차 "Nanotyrannus는 어린 T. rex"로 적어두는 게 한동안 표준이었습니다.

여기서 질문이 생깁니다. 화석 하나만 들고 "이 공룡이 어른이었나, 어린이였나"를 어떻게 결정하나요? 외형만 봐서는 어떤 어른 종은 다른 종의 어린이와 꽤 비슷해 보일 수 있습니다. 해답은 뼈 안쪽, 현미경 세계에 있었습니다.

왼쪽이 성체 T. rex 두개골, 오른쪽이 나노티라누스로 분류되는 "Jane" 표본의 두개골. 크기 차이가 뚜렷하지만, 이 차이만으로는 "어른 vs 어린이"인지 "다른 종"인지 구분할 수 없다. ⓒ Tim Evanson / Wikimedia Commons (CC BY-SA 2.0)

뼈에도 나이테가 있다

나무 줄기를 자르면 나이테가 보이죠. 이건 일 년 단위로 성장이 느려졌다 빨라지는 흔적입니다. 놀랍게도 공룡 뼈에도 비슷한 구조가 남아 있습니다. "성장 정지선⁠(lines of arrested growth, LAGs)"이라고 부르는데요. 우기와 건기, 먹이가 풍부한 시기와 부족한 시기를 겪으면서 뼈가 한 해 한 해 기록한 자국입니다.

LAGs는 뼈의 긴 축을 가로로 얇게 잘라 현미경으로 보면 동심원처럼 보입니다. 일 년에 하나씩 늘어나죠. 현생 파충류·조류·포유류를 비교한 연구들에서 대체로 연 1회 주기임이 확인돼 있어서, 이 선을 세면 해당 개체가 몇 살에 죽었는지 추정할 수 있습니다. 거의 모든 공룡 종에서 이 방법이 쓰이고 있고, T. rex 본인 뼈에서도 다 자란 개체가 약 28~33년 살았다는 추정이 이런 방식으로 나왔습니다.

여기까지는 "몇 살이냐"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나노티라누스 논쟁을 푸는 데 더 결정적인 건 LAGs 그 자체보다 LAGs의 "분포 패턴"이었습니다.

수각류 공룡 Oksoko avarsan의 종아리뼈 박편을 현미경으로 찍은 조직학 사진. 동심원처럼 보이는 선들이 성장 정지선⁠(LAGs)⁠이고, 선 사이 간격이 좁아질수록 그해에 뼈가 덜 자랐다는 뜻이다. 공룡 나이를 추정할 때 바로 이 선을 센다. ⓒ Funston et al. / Royal Society Open Science (CC BY 4.0)

어린이는 계속 자라고, 어른은 멈춘다

골조직학에서 어른인지 어린이인지를 가르는 결정적 신호는 "외곽 기본 시스템⁠(external fundamental system, EFS)"입니다. 성장이 거의 끝난 동물의 뼈는 가장 바깥쪽 표층에 LAGs가 빽빽하게 겹쳐 보이는 층이 생깁니다. 매년 조금씩만 뼈가 더해지니까 선들이 거의 달라붙는 거죠. 이 EFS가 있으면 "이 개체는 다 자란 뒤에도 한참을 산 어른"이라는 강력한 근거가 됩니다.

2024년 논리치⁠(Nicholas Longrich)⁠와 사이타⁠(Evan Saitta) 연구팀은 나노티라누스 표본 여러 점의 사지뼈 조직을 잘라 현미경으로 들여다봤습니다. 결과는 명확했습니다. 가장 바깥쪽 LAGs 간격이 빠르게 좁아지면서 EFS가 뚜렷하게 보였던 겁니다. 즉 이 개체들은 "어린 시절에 죽은 미성숙 T. rex"가 아니라, 이미 성장을 마친 작은 성체였다는 뜻입니다.

여기에 더해 연구팀은 나노티라누스의 형태학적 특징도 다시 정리했습니다. T. rex보다 턱이 좁고, 다리뼈가 상대적으로 길며, 앞다리가 훨씬 크고, 이빨 수가 더 많다는 점입니다. 만약 이 개체들이 어린 T. rex라면, 어른이 되면서 앞다리가 "줄어들어야" 한다는 이상한 시나리오가 필요해집니다. 공룡뿐 아니라 어떤 척추동물에서도 성장하면서 앞다리가 짧아지는 예는 보고된 적이 없죠.

대표적인 나노티라누스 표본 "Jane"의 두개골 복제본. 일리노이주 버피 자연사박물관에 전시된 이 개체의 뼈 조직을 분석한 결과 성장이 사실상 완료된 상태였다. ⓒ Rattis irrittis /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2025년, 이름 하나가 더 붙다

논쟁을 사실상 마무리 지은 건 2025년 Nature에 실린 논문이었습니다. 잔노⁠(Lindsay Zanno) 등이 이끄는 연구팀은 미국 몬태나주 헬크리크층에서 발견된 매우 잘 보존된 두 개체의 골격을 분석해, 이들이 나노티라누스이면서도 기존 N. lancensis와는 조금 다른 새로운 종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름은 Nanotyrannus lethaeus. "망각의 강"을 뜻하는 그리스 신화의 레테에서 따왔는데, 70년 동안 정체가 묻혀 있었다는 의미입니다.

이 연구는 두 가지 의미에서 결정적이었습니다. 첫째, 같은 지층에서 T. rex 성체와 나노티라누스 성체가 동시대에 함께 살았다는 점이 지질학적으로 확인됐습니다. 둘째, 나노티라누스가 한 종이 아니라 최소 두 종 이상으로 갈라지는 독립된 "속⁠(屬)"임이 형태학·계통 분석 양쪽에서 지지됐습니다. 이 논문 이후에는 그동안 "그냥 어린 T. rex일 뿐"을 주장하던 주요 연구자들도 공식적으로 입장을 바꿨습니다.

중요한 지점은 이 모든 전환의 중심에 "뼈 속 나이테"라는 오래된 도구가 있었다는 겁니다. DNA가 남지 않은 화석에서 한 개체가 어른이었는지 아이였는지를 말해주는 거의 유일한 생물학적 증거죠. 현미경으로 잘라 본 한 장의 절편이 70년 논쟁의 무게 중심을 옮긴 셈입니다.

몬태나주 마코시카주립공원에 노출된 헬크리크층의 단면. 백악기 말기 퇴적층이 줄무늬처럼 드러나 있고, 이 지층에서 T. rex와 나노티라누스가 함께 발견된다. ⓒ Joseph H. Hartman / Wikimedia Commons (CC0)

공룡의 다양성은 생각보다 컸을지 모른다

이 논쟁의 또 다른 함의는, 우리가 알고 있는 공룡 종의 수가 어쩌면 "꽤 보수적으로" 계산된 것이라는 점입니다. 비슷해 보이는 화석이 무조건 같은 종의 성장 단계로 해석돼온 경향이 있었거든요. 골조직학이 더 많은 표본에 적용되면, 지금은 한 종으로 묶여 있는 화석들이 여러 종으로 쪼개지는 일이 더 생길 수 있습니다.

T. rex가 "공룡의 왕"이 아니었다기보다, 같은 시대 같은 생태계에 작은 몸의 폭군 공룡이 따로 존재했다는 이야기입니다. 왕좌는 그대로지만, 왕의 옆자리에 누가 있었는지가 바뀐 거죠.

현미경 한 장이 열어 보인 풍경입니다.

참고문헌

1. Longrich, N. R. & Saitta, E. T., "Taxonomic status of Nanotyrannus lancensis and implications for tyrannosaurid ontogeny", Fossil Studies, 2024.

2. Zanno, L. E. et al., "Nanotyrannus and Tyrannosaurus coexisted at the close of the Cretaceous", Nature, 2025. doi:10.1038/s41586-025-09801-6

3. Erickson, G. M. et al., "Gigantism and comparative life-history parameters of tyrannosaurid dinosaurs", Nature, 2004. (T. rex growth curve 원전)

4. Horner, J. R. & Goodwin, M. B., "Major cranial changes during Triceratops ontogeny", Proceedings of the Royal Society B, 2006. (ontogeny 논의 참고)

5. Chinsamy-Turan, A., "The Microstructure of Dinosaur Bone", Johns Hopkins University Press, 2005. (골조직학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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