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 만에 달 뒷면을 맨눈으로 본 사람들

과학드림2026. 4. 17.

54년 만에 달 뒷면을 맨눈으로 본 사람들

왼쪽부터 아르테미스 II 승무원 제레미 핸슨⁠(캐나다), 빅터 글로버⁠(파일럿), 리드 와이즈먼⁠(선장), 크리스티나 코크⁠(임무 전문가). 이들은 2026년 4월 1일 지구를 떠나 달 뒷면을 두 눈으로 본 첫 인류가 됐습니다. ⓒ Josh Valcarcel / NASA (Public Domain)

2026년 4월 10일 오후,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 앞바다에 우주선 하나가 낙하산을 펴고 내려앉습니다. 네 명이 탄 오리온⁠(Orion) 캡슐이었죠. 이들이 돌아온 곳은, 정확히 252,756마일⁠(약 40만 6,771km) 떨어진 달 저편입니다. 인류가 지구 저궤도⁠(Low Earth Orbit)⁠를 벗어난 건 1972년 아폴로 17호 이후 처음. 무려 54년 만의 귀환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역사적 사건은 아폴로 시절처럼 전 세계를 들썩이게 하지 못했습니다.

4월 1일, 아폴로 이후 처음으로 인간이 달로 향했다

시작은 2026년 4월 1일 오후 6시 35분⁠(미국 동부시간),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 39B 발사대였습니다. NASA의 차세대 대형 로켓 SLS(Space Launch System)⁠가 불을 뿜고 하늘로 솟아올랐죠. 그 꼭대기에 네 명이 탄 유인 캡슐 오리온이 실려 있었습니다. 미션 이름은 아르테미스 II. 그리스 신화에서 태양의 신 아폴론의 쌍둥이 여동생이자 달의 여신의 이름을 딴 프로그램의 첫 유인 비행이고요.

2026년 4월 1일 저녁, 아르테미스 II를 실은 SLS 로켓이 케네디 우주센터 39B 발사대에서 이륙하는 순간. 54년 만에 인간을 달 너머로 실어나른 로켓입니다. ⓒ NASA HQ Photo (Public Domain)

목표는 달 착륙은 아니었습니다. 달 궤도를 살짝 돌아 되돌아오는 '비행 점검용' 미션이었죠. 하지만 의미는 가볍지 않습니다. 2022년 무인 비행이었던 아르테미스 I과 달리, 이번에는 실제 사람을 태우고 달까지 다녀왔으니까요. 향후 아르테미스 III에서 예정된 유인 달 착륙과 장기 거주를 위한 루나 게이트웨이 건설에 앞서, 오리온 캡슐과 SLS의 유인 비행 성능을 지구-달 구간에서 처음으로 검증한 겁니다.

네 명, 네 가지 '첫 기록'을 가진 승무원들

승무원 네 명은 각자 다른 방식으로 '지구 저궤도 바깥에서 가장 먼 기록'을 가지고 돌아왔습니다. 먼저 선장 리드 와이즈먼⁠(Reid Wiseman)⁠은 이번 여정으로 50세 생일을 우주에서 넘겨, 저궤도 바깥으로 나간 역사상 최고령 우주인이 됐습니다. 파일럿 빅터 글로버⁠(Victor Glover)⁠는 지구 저궤도를 벗어난 최초의 흑인 우주인입니다. 크리스티나 코크⁠(Christina Koch)⁠는 저궤도 바깥을 간 최초의 여성이고요. 캐나다 우주국 소속 제레미 핸슨⁠(Jeremy Hansen)⁠은 미국 국적이 아닌 우주인으로는 처음으로 지구 저궤도를 벗어났습니다. 아폴로 계획이 전원 미국 백인 남성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한 발 나아간 풍경인 셈이고요.

오리온 캡슐 창문을 통해 본 초승달 모양의 달. 아르테미스 II 승무원들은 접근 비행 직전에 이런 장면을 실시간으로 바라보았습니다. ⓒ NASA Johnson Space Center (Public Domain)

글로버는 귀환 직후 기자회견에서 동료 승무원들과 지구를 향해 "호모 사피엔스는 결국 우리 모두입니다. 어디 출신이든, 어떤 모습이든 우리는 하나의 사람이죠"라고 말했죠. 40만 km 밖에서 지구를 한 점으로 바라본 우주인들이 공통적으로 느낀다는 '전망 효과⁠(overview effect)'를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낸 말입니다.

인류가 지금까지 가장 멀리 간 거리, 그리고 달에서 본 일식

아르테미스 II가 세운 기록은 단순한 '인간 탑승'이 아닙니다. 승무원들이 지구로부터 가장 멀어졌을 때의 거리는 252,756마일⁠(약 40만 6,771km). 1970년 사고로 달 뒤편까지 떠밀려 갔던 아폴로 13호의 기록⁠(248,655마일)⁠을 약 4,000마일 차이로 갈아치웠습니다. 역사상 가장 먼 곳에 다녀온 네 명의 인류인 거죠. 또한 아폴로 승무원들도 달 뒷면을 비행할 때 잠시 봤지만, 이번 팀처럼 장시간 달의 '완전한' 먼 면을 두 눈으로 관찰한 건 처음입니다.

비행 중 오리온 캡슐이 지구의 그림자 안에 들어간 순간. 승무원들은 달 근처에서 처음으로 일식을 직접 관측한 인류가 됐습니다. ⓒ NASA (Public Domain)

또 하나의 덤. 승무원들은 달 근처에서 태양이 지구 뒤로 가려지는 '월면 일식'을 직접 봤습니다. 지구 그림자가 달에 드리우는 월식은 우리도 지상에서 흔히 봅니다만, 달 궤도 쪽에서 지구에 가려지는 태양을 올려다본 건 이번이 처음이고요. 대부분의 임무 기록이 "최초"로 시작하는 셈인데, 정작 이 소식은 많은 나라에서 "아, 그런 미션이 있었구나" 정도로만 지나가고 말았습니다.

왜 이번엔 세상이 덜 들썩였을까

1969년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당시 전 세계 추정 시청자는 약 6억 5천만 명이었습니다. 당시 세계 인구의 약 5분의 1이 한 장면을 동시에 본 거죠. 흑백 TV 앞에 둘러앉은 가족 단위 시청 문화가 지배적이었던 시대 특유의 풍경이었습니다. 반면 아르테미스 II의 귀환은 실시간 라이브 스트림으로 전 세계에 송출됐지만, 각자 스마트폰 스크롤 한 편에서 소비되다 다른 뉴스에 밀려난 모양새였습니다.

1968년 크리스마스 이브, 아폴로 8호가 달 궤도에서 촬영한 '지구돋이⁠(Earthrise)'. 이 한 장이 한 세대의 환경 운동과 '푸른 구슬' 감각을 만들어냈죠. 아르테미스 II 시대에는 비슷한 이미지를 매일 쏟아내도 같은 임팩트를 주기 어렵습니다. ⓒ William Anders / NASA (Public Domain)

우리가 지금 사는 세계는 단지 '우주에서 지구를 본 사진'이 너무 많아서 그 감각이 희석된 시대이기도 합니다. 1968년 아폴로 8호의 '지구돋이' 한 장이 한 세대의 환경 운동을 바꿨지만, 지금은 국제우주정거장 승무원들이 매일 SNS에 비슷한 장면을 올리죠. 미국 The Atlantic의 작가 갤 베커먼은 4월 7일 기고글에서 이 괴리감을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아르테미스가 인간을 더 먼 시야로 이끄는 동안, 지상에서는 훨씬 더 자극적인 정치·전쟁 뉴스가 사람들의 주의를 끌어당기고 있다고요.

그래도 달로 다시 가는 일은, 시작일 뿐입니다

아르테미스 II는 전체 프로그램의 두 번째 단계에 불과합니다. 다음 미션인 아르테미스 III는 2027년쯤 실제 유인 달 착륙을 목표로 하고 있고, 그 이후는 달 궤도 우주정거장 '게이트웨이' 건설, 장기 유인 달 기지,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화성까지 이어지는 계획이죠. 1972년 아폴로 17호가 달을 떠나며 "우리는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말한 뒤, 반세기가 지나서야 인간이 실제로 돌아가는 셈이고요.

1969년 7월,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을 TV로 지켜보는 가정. 한 장면을 전 세계 약 6억 5천만 명이 동시에 본 마지막 순간 중 하나였죠. ⓒ NASA (Public Domain)

세상이 예전처럼 환호하지 않는다고 해서 이 여정이 가벼워지는 건 아닙니다. 오히려 우리가 아폴로 세대의 감동을 현재에 겹쳐 보지 못하고 있을 뿐인지도 모르죠. 54년을 건너 달 뒷면에 닿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이제 막 한 챕터를 시작했을 뿐입니다.

참고문헌

1. NASA, "NASA Welcomes Record-Setting Artemis II Moonfarers Back to Earth", NASA News Release, 2026년 4월 10일. https://www.nasa.gov/news-release/nasa-welcomes-record-setting-artemis-ii-moonfarers-back-to-earth/

2. Beckerman, G., "What the Astronauts See That Trump Cannot", The Atlantic, 2026년 4월 7일.

3. Britannica, "Artemis II | Mission, Crew, Launch, Landing, Speed, & Moon", Encyclopædia Britannica, 2026.

4. Wikipedia, "Artemis II", 2026년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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