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슨이 1879년에 그래핀을 만들었다? 백열등 속에 숨어 있던 노벨상 신소재

에디슨이 1879년에 그래핀을 만들었다? 백열등 속에 숨어 있던 노벨상 신소재

토머스 에디슨. 그는 백열등을 완성하기 위해 6,000종이 넘는 식물 필라멘트를 태웠다. 출처: Wikimedia Commons (Public Domain) / Louis Bachrach

1879년, 토머스 에디슨⁠(Thomas Edison)⁠은 백열전구를 세상에 처음 공개하기 직전까지 무려 6,000종이 넘는 식물을 태웠습니다. 야자수, 대마, 그리고 마지막에 발견한 일본산 대나무까지. 공기를 차단하고 가열해 새카만 잔류물만 남긴 다음, 그것을 가느다란 실처럼 다듬어 유리구 안에 끼워 넣은 거죠. 그리고 그 가운데 하나가 약 1,200시간 동안 꺼지지 않고 빛났습니다.

그런데 약 150년이 지난 2026년, 미국 라이스 대학교 연구진이 흥미로운 주장을 내놓습니다. 에디슨이 그날 만든 검은 필라멘트 속에 21세기에 와서야 노벨상을 받게 될 신소재, 그래핀⁠(graphene)⁠이 포함돼 있었을지 모른다는 겁니다. 정말 그럴 수 있을까요?

이야기를 이해하려면 먼저 그래핀이 어떤 물질인지 알아야 합니다. 그래핀은 탄소 원자가 벌집 모양으로 단 한 층만 깔린 2차원 물질이에요. 두께는 원자 하나, 그러니까 사람 머리카락의 약 10만분의 1 수준이죠. 그런데도 강철보다 약 200배 단단하고, 전기는 구리보다 더 잘 통합니다.

그래핀이라는 이름이 학계에 등장한 건 1947년입니다. 캐나다 물리학자 필립 월리스가 흑연의 전자 구조를 계산하면서 이 단일 탄소층의 존재를 이론적으로 예측했죠. 하지만 실제로 분리해 손에 쥐기까지는 그로부터 약 57년이 더 걸렸습니다. 2004년 영국 맨체스터 대학교의 안드레 가임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박사가 흑연 덩어리에 스카치테이프를 붙였다 떼는 단순한 방법으로 단일층을 떼어내는 데 성공했고, 이 발견은 2010년 노벨 물리학상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렇다면 이 신소재의 흔적이 130년 전 에디슨의 실험실에 이미 남아 있었다는 게 정말 가능한 일일까요?

에디슨의 실험을 재현한 한 대학원생

라이스 대학교의 나노소재 연구자인 루카스 에디⁠(Lucas Eddy) 박사는 대학원 시절부터 한 가지 고민을 안고 있었습니다. 그래핀이 아무리 좋은 물질이라도, 만드는 과정이 비싸고 까다로우면 산업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거죠. 그래서 그는 값싸고 흔한 재료로 그래핀을 뽑아낼 방법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가 주목한 기법은 플래시 줄 가열⁠(flash Joule heating)⁠이라는 방식이었어요. 탄소가 풍부한 재료에 순간적으로 강한 전류를 흘려 약 2,000°C 수준까지 단번에 끌어올리는 가열법이죠.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문득 한 가지 사실을 떠올렸습니다. 에디슨의 초기 백열등이 바로 탄소 필라멘트로 만들어졌고, 점등 순간 그 내부 온도가 그래핀이 만들어지기 딱 좋은 영역에 도달한다는 점이었죠.

에디슨이 최종 필라멘트 재료로 선택한 일본산 대나무. 같은 종류의 대나무가 라이스 대학교의 재현 실험에도 쓰였다. 출처: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 Daderot

문제는 진짜 1879년식 탄소 필라멘트 전구를 구하는 일이었습니다. 에디 박사는 시중의 골동품 전구 여러 개를 사 들였는데, 대부분 후대에 텅스텐으로 바꿔 만든 가품이었다고 해요. 그는 한 인터뷰에서 화학자는 속일 수 없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죠. 결국 그는 뉴욕시의 한 작은 미술품 상점에서 에디슨이 썼던 것과 똑같은 일본산 대나무 탄화 필라멘트를 끼운 전구를 손에 넣습니다.

여기서부터가 본격적인 재현 실험이었습니다. 연구진은 1879년 그대로 110볼트 직류 전원을 전구에 연결한 뒤 정확히 20초 동안 전류를 흘렸어요. 이보다 더 길게 가열하면 탄소 층이 너무 두꺼워져 흑연으로 변해버리기 때문이죠. 그리고 식어 버린 필라멘트에 레이저를 쏘아 분석한 결과, 연구진은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합니다. 그 안에는 분명히 그래핀이 들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연구는 2026년 《ACS Nano》에 발표됐습니다. 다만 에디슨 본인이 그래핀을 만들었다고 단언하기는 어려운데요. 1879년 시연 당시 전구는 무려 13시간이 넘게 켜져 있었기 때문에, 설령 처음 켜졌을 때 잠깐 그래핀이 생겼다 해도 곧 두꺼운 흑연으로 변해버렸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탄소 원자가 벌집 모양으로 한 층만 배열된 그래핀 구조. 두께는 원자 한 개 수준이지만 강도와 전도성이 매우 뛰어나다. 출처: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 AlexanderAlUS

그래도 이 발견은 묘한 여운을 남깁니다. 그래핀의 존재가 1947년에야 이론으로 등장했고, 2010년에야 노벨상으로 인정받았다는 사실을 떠올려 보면, 에디슨은 정작 자신이 무엇을 만들었는지 모른 채 그 신소재의 단초를 손에 쥐고 있었던 셈이니까요. 논문 공저자인 제임스 투어⁠(James Tour) 라이스 대학교 합성화학·나노기술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만약 과거의 과학자들이 오늘날의 실험실에 들어온다면 어떤 질문을 던질까, 그리고 우리는 그들의 옛 실험을 다시 들여다보며 어떤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어쩌면 역사 속 수많은 실험실의 검은 그을음들 사이엔, 아직 발견되지 않은 또 다른 신소재가 조용히 잠들어 있을지 모릅니다.

참고문헌

1. Eddy, L., Tour, J. M., et al. (2026). "Replicating Edison's 1879 Light Bulb Experiments Shows Graphene Formation" ACS Nano. DOI: 10.1021/acsnano.5c12759

2. Wallace, P. R. (1947). "The Band Theory of Graphite" Physical Review. DOI: 10.1103/PhysRev.71.622

3. Novoselov, K. S., Geim, A. K., et al. (2004). "Electric Field Effect in Atomically Thin Carbon Films" Science. DOI: 10.1126/science.1102896

에디슨이 1879년에 그래핀을 만들었다? 백열등 속에 숨어 있던 노벨상 신소재 – 100년 전 과학 – Fin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