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칼럼 · 생명진화
치와와 몸속에 숨은 코요테 유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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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을 나갔다가 자기보다 몸집이 열 배는 더 큰 대형견을 보고도 기죽지 않고 맹렬하게 짖어대는 치와와를 본 적이 있으신가요? 몸무게가 고작 1.8킬로그램(4파운드) 안팎에 불과해 바람만 세게 불어도 날아갈 것 같은 이 작은 강아지가 도대체 어디서 그런 배짱을 얻었는지 볼 때마다 신기할 따름이죠. 흔히 치와와의 이런 당돌함과 특유의 부들부들 떠는 모습을 두고 겁이 많아서라거나 추위를 많이 타서 그렇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최근 이 작은 강아지의 몸속에 진짜 야생 맹수의 흔적이 숨어 있다는 놀라운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 연구팀이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발표한 논문(유전학자 알렉산더 이오아니디스 박사 참여)에 따르면, 오늘날의 치와와 유전자 속에는 북미 대륙의 야생 개과 동물인 코요테의 DNA가 아주 미세하게 섞여 있다고 해요. 연구팀은 원래 어떤 생물이든 그 조상의 뿌리를 아주 높은 해상도로 정밀하게 추적할 수 있는 새로운 컴퓨터 분석 알고리즘을 개발해 시험하는 중이었습니다. 그러다 정말 우연한 기회에 다른 대부분의 개 품종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코요테의 유전적 흔적을 치와와에게서 발견하게 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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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메리카의 야생 개과 동물 코요테(미국 요세미티 국립공원).
치와와와 아메리카 원주민 토종개의 잃어버린 역사
치와와 몸속에 어떻게 야생 코요테의 DNA가 들어가게 되었는지 이해하려면, 먼저 시계를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에 발을 들이기 훨씬 전으로 되돌려야 합니다. 우리가 집에서 키우는 모든 개는 아주 먼 옛날 구대륙(유라시아 대륙)의 회색늑대에서 갈라져 나왔어요. 그중 일부가 아주 오래전 최초의 아메리카 원주민들과 함께 아메리카 대륙으로 건너가 그곳만의 독특한 토종개로 자리 잡았습니다.
스페인 사람들이 말을 데려오기 훨씬 전부터, 이 원주민 토종개들은 대평원을 가로지르며 무거운 짐을 끄는 튼튼한 사역견이자 일상의 단단한 동반자였습니다. 또한 서기 1000년 무렵 현재의 멕시코 지역에서 번성했던 톨텍 문명에서는 테치치(Techichi)라고 불리는 작고 짖지 않는 반려견을 길렀어요. 안타깝게도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대륙을 식민지로 삼은 이후, 대륙 곳곳을 누비던 수많은 원주민 토종개와 테치치는 역사 속에서 거의 자취를 감추고 멸종해 버렸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바로 이 테치치가 오늘날 치와와의 직계 조상으로 여겨지거든요. 이오아니디스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현대 치와와는 유럽인들이 오기 전 아메리카 대륙에 살던 고대 토종개의 유전자를 여전히 약 4퍼센트 정도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바로 이 4퍼센트의 고대 토종개 유전자 깊숙한 곳에, 아주 먼 옛날 토종개와 야생 코요테가 짝짓기를 하며 남긴 작은 유전적 조각들이 숨겨져 있었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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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멕시코 콜리마 문화의 개 모양 토기(기원전 200년~서기 500년 무렵, 미국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자연사박물관). 유럽인이 오기 전 이 지역 사람들이 기르던 개의 모습을 엿볼 수 있어요.
유전자 조각의 크기로 밝혀낸 아득한 옛 만남
그렇다면 이 코요테 DNA가 최근이 아니라 아주 먼 옛날에 섞였다는 사실을 과학자들은 어떻게 알아냈을까요? 해답은 유전자 조각의 길이에 있습니다. 생물이 자손을 낳을 때 부모의 유전자는 반씩 섞이면서 다음 세대로 전달됩니다. 이를 유전적 재조합이라고 부르는데요, 세대를 거듭할수록 조상에게서 물려받은 유전자 덩어리는 점점 더 잘게 쪼개집니다.
쉽게 이해하기 위해 명절에 온 가족이 모여 긴 가래떡을 써는 장면을 상상해 볼까요? 처음 방앗간에서 뽑아온 긴 흰색 가래떡과 쑥 가래떡을 나란히 놓고 반으로 자른 뒤, 두 조각을 이어 붙이면 꽤 큼직한 쑥떡 덩어리가 남습니다. 하지만 자손이 대를 잇듯 이 떡을 수십 번, 수백 번 계속해서 잘게 썰어 다른 흰떡들과 섞어 놓으면 어떻게 될까요? 나중에는 아주 자잘한 초록색 쑥떡 부스러기만 드문드문 남게 되겠죠.
유전자도 이와 똑같습니다. 만약 치와와의 조상이 불과 몇 세대 전에 코요테와 교배했다면 유전자 속에 코요테 DNA가 커다란 덩어리째 남아 있었을 거예요. 하지만 이번 연구에서 발견된 코요테의 유전자 조각들은 눈에 겨우 보일 만큼 아주 작게 쪼개져 있었습니다. 이는 개와 코요테의 만남이 유럽인들이 아메리카에 도착하기 훨씬 전인 아득한 과거에 일어났음을 보여주는 확실한 증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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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치와와와 진화적으로 가까운 친척 관계인 차이니즈 크레스티드(몸에 털이 거의 없고 머리 위에만 털이 자라는 작은 품종)에게서도 치와와와 똑같은 코요테 유전자 조각이 발견되었습니다. 이는 두 품종이 서로 갈라지기 전, 옛 멕시코 지역에 살던 공통 조상 개들이 코요테와 교배했다는 사실을 뒷받침해 줍니다. 물론 코요테와 토종개의 체격 차이를 생각하면 자연 상태에서 둘이 짝짓기를 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요. 이오아니디스 박사는 역사적 기록들을 볼 때, 콜럼버스 이전 시대 멕시코에서 원주민들이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토종개와 코요테를 교배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코넬 대학교의 개 유전학자이자 반려견 유전자 검사 기업 엠바크(Embark)의 설립자인 애덤 보이코 박사는 이번 연구의 의미를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콜럼버스 이전 시대에 개와 코요테가 교배했다는 증거를 본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지만, 오늘날 살아있는 아메리카 대륙 기원의 현대 개 품종에서 이렇게 섞인 유전자 구간을 정확히 짚어낸 것은 최초입니다."
치와와의 사나운 성격도 코요테 탓일까?
여기서 많은 분이 가장 궁금해하실 질문을 던져 보겠습니다. 치와와가 용감무쌍하게 큰 개들에게 덤비고 야생의 맹수처럼 사납게 구는 이유가 바로 이 코요테의 피 때문일까요? 아쉽게도 답은 '아마 아닐 것'에 가깝습니다.
연구팀의 분석 결과, 현재 치와와의 전체 유전체(한 생물이 가진 모든 유전자 정보의 총합)에서 코요테의 DNA가 차지하는 비율은 고작 0.1퍼센트(10분의 1퍼센트)에 불과합니다. 이오아니디스 박사는 "코요테 DNA가 치와와 유전체의 0.1퍼센트에 불과하기 때문에, 행동 특성에 미치는 영향은 설령 존재한다 하더라도 무시할 수 있을 만큼 미미할 것입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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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생물의 키나 덩치처럼 단순해 보이는 신체적 특징조차도 수많은 유전자가 복잡하게 얽혀서 만들어집니다. 치와와가 지금처럼 작아진 것은 코요테나 특별한 야생 유전자 때문이 아니라, 세포의 성장을 멈추게 하는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 덕분입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사람들이 작은 개들만 골라서 교배시키는 선택적 교배를 반복한 끝에 지금의 아담한 크기가 완성된 것이죠. 눈에 보이는 체구도 이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데, 성격이나 행동 같은 특성은 훨씬 더 많은 유전자와 환경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0.1퍼센트의 코요테 유전자 탓으로 돌리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과학적 정직성을 위해 이번 연구가 가진 한계점도 분명히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연구팀이 이번에 코요테 유전자를 확인하기 위해 정밀하게 유전체를 해독한 치와와는 단 세 마리뿐이었습니다. 표본 수가 매우 적기 때문에, 이 0.1퍼센트의 코요테 유전자가 치와와의 생물학적 특성에 실제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멕시코 기원설이 완벽히 맞는지 확증하려면 앞으로 훨씬 더 많은 치와와의 유전자 데이터와 북미 전역에 걸친 코요테 유전체 지도가 추가로 필요합니다.
그래서 이게 왜 중요할까?
비록 치와와의 까칠한 성격을 설명해 주지는 못하더라도, 이번 발견은 과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가치를 지닙니다. 시민 과학 프로젝트인 다윈스 아크(Darwin's Ark)의 유전학자 엘리노어 칼슨 박사가 짚었듯, 이 연구는 현대의 개 품종이라는 겉모습 너머를 들여다보고 개별 유전자 조각을 추적해 고대 지구상의 생물 집단과 연결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이 작은 유전자 조각은 역사 속에서 사라져 버린 아메리카 원주민 토종개들의 존재를 다시금 일깨워 줍니다. 유럽의 식민지화 이후 대륙 전체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 수많은 토종개들의 비극적인 역사가, 역설적이게도 세상에서 가장 작은 강아지의 세포 속에 작은 유전자 조각으로 남아 우리에게 말을 걸고 있는 셈입니다.
아직 풀리지 않은 질문
이번 연구는 흥미로운 사실만큼이나 새로운 수수께끼들을 남겨 두었습니다. 첫째, 과거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몸집 차이가 크게 나는 토종개와 사나운 야생 코요테를 도대체 어떤 이유로, 어떻게 교배시켰을까요? 둘째, 아메리카 대륙 전역에 그토록 흔했던 원주민들의 개들은 유럽인들이 들어온 뒤 왜 그렇게까지 완벽하게 사라져 버렸을까요? 마지막으로, 수백 마리 이상의 치와와를 추가로 조사해 그 0.1퍼센트의 코요테 유전자 조각들을 모두 모은다면, 그 안에서는 과연 어떤 숨겨진 생물학적 기능이 밝혀질까요? 거실 소파 위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작은 치와와가 어쩌면 아메리카 대륙의 잃어버린 고대사를 푸는 가장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참고 자료
- 원 논문: Hilmarsson 외, "Scalable high resolution ancestry deconvolution for genomic data", Nature Communications(2026) 논문 링크
사진 출처
- 대표 사진: Caterinarufo, 위키미디어 커먼즈, 퍼블릭 도메인
- 코요테: Christopher Bruno, 위키미디어 커먼즈, CC BY-SA 3.0
- 콜리마 개 모양 토기: Eric Polk, 위키미디어 커먼즈, CC BY-SA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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