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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칼럼 · 뇌심리

알츠하이머는 똑똑한 뇌의 대가일까?

과학드림2026.11.06

알츠하이머는 똑똑한 뇌의 대가일까?

우간다에서 찍은 침팬지. 출처 ⓒ Rod Waddington / 위키미디어 커먼즈 (CC BY-SA 2.0)

올해 우리나라 치매 환자가 1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됩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3월 발표한 2023년 치매역학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추정입니다. 이 조사에서 65세 이상 노인의 치매 유병률은 9.25%⁠였습니다. 열 명 중 한 명에 조금 못 미치는 비율이죠. 치매로 넘어갈 위험이 있는 경도인지장애는 28.42%⁠로 그 세 배쯤 됐습니다. 2044년에는 환자가 200만 명을 넘을 것이라는 추정도 함께 나왔고, 지역사회에서 지내는 치매 환자 가족의 45.8%⁠는 돌봄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습니다.

숫자를 보다 보니 엉뚱한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다른 동물도 늙으면 이렇게 기억을 잃을까? 우리와 가장 가까운 침팬지는 어떨까? 이 질문을 붙잡고 가다 보면, 사람을 사람답게 만든 뇌의 진화가 바로 그 뇌를 무너뜨리는 병과 뿌리가 같을지도 모른다는 가설과 만나게 됩니다.

침팬지 뇌에도 흔적은 남는다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은 여러 가지인데, 가장 흔한 것이 알츠하이머병입니다. 이 병에 걸린 뇌에는 대표적인 흔적이 두 가지 남습니다. 뇌세포 바깥에 쌓이는 아밀로이드 베타 덩어리⁠(플라크), 그리고 세포 안에서 실타래처럼 뭉치는 타우 단백질 엉킴입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 조직⁠(해마)⁠을 현미경으로 본 모습. 오른쪽 위 화살표가 가리키는 것이 아밀로이드 플라크, 왼쪽 아래 화살표가 가리키는 것이 타우 단백질이 뭉친 신경섬유 엉킴입니다. 출처 ⓒ Mikael Häggström, brainmaps.org / 위키미디어 커먼즈 (CC BY 3.0)

사람과 침팬지는 유전체 DNA 염기서열이 98.7% 같습니다. 2017년 학술지 《뉴로바이올로지 오브 에이징》에 실린 연구에서 37~62세의 늙은 침팬지 20마리의 뇌를 조사해 보니, 아밀로이드 베타가 플라크로 뭉치거나 혈관벽에 쌓여 있었습니다. 타우 엉킴 같은 병변도 나왔습니다. 연구팀은 알츠하이머 병변이 사람 뇌에만 생기는 건 아니라고 결론지었습니다.

다만 흔적이 있다는 것과 병을 앓는다는 건 다른 문제입니다. 임상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수준의 알츠하이머병은 지금까지 사람에게서만 보고됐습니다. 재료는 비슷하게 갖고 있는데, 본격적으로 무너지는 건 왜 유독 사람일까요.

사람 뇌만 유난히 서둘렀다

단서 하나는 2002년 《사이언스》에 실린 연구에 있습니다. 네안데르탈인 유전체 연구로 202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스웨덴 유전학자 스반테 페보의 연구팀이 사람, 침팬지, 오랑우탄, 마카크원숭이의 혈액⁠(백혈구)⁠과 간, 뇌에서 유전자 발현을 비교했습니다. 유전자 발현은 어떤 유전자가 얼마나 활발하게 쓰이는지를 뜻합니다. 같은 요리책을 갖고 있어도 어떤 레시피를 자주 펼치느냐는 집집마다 다르잖아요.

스웨덴 유전학자 스반테 페보. 출처 ⓒ The Royal Society / 위키미디어 커먼즈 (CC BY-SA 4.0, 일부 자름)

결과는 뚜렷했습니다. 사람으로 이어지는 계통에서는 뇌의 유전자 발현이 특히 빠르게 바뀌어 왔지만, 간과 혈액에서는 그런 가속이 뚜렷하지 않았습니다. 진화가 유독 뇌에서 서둘렀던 셈입니다.

이 흐름을 알츠하이머와 직접 이어 본 연구도 있습니다. 독일 라이프치히 대학교의 신경과학자 토마스 아렌트 연구팀은 2020년, 알츠하이머 환자 뇌에서 발현이 달라지는 유전자들을 분석했습니다. 이 유전자들은 진화 과정에서 새로 생긴 게 아니라 오래된 유전자였습니다. 그런데 그 구조는 유전체 전체 평균보다 빠르게 변해 왔고, 단백질을 만들지 않는 부위에서 특히 변화가 컸습니다. 연구팀은 이것이 사람 뇌의 빠른 진화와 관련된 적응의 흔적일 수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오래된 집을 허물지 않고 급하게 증축을 거듭했는데, 손댄 자리가 하필 병이 파고드는 자리와 겹친다는 얘기입니다.

크게 넓힌 두정엽의 그늘

뇌의 어느 부위를 봐야 하는지에 대한 실마리도 있습니다.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 영상에서는 정수리 쪽 두정엽 부위의 대사 이상이 가장 두드러집니다. 그런데 화석과 비교해부학 연구를 보면, 우리 종인 호모 사피엔스는 바로 이 두정엽 부위가 독특하게 발달했습니다. 두정엽은 고차원적인 인지 기능에 관여하는 곳입니다.

고인류의 뇌 진화를 연구하는 에밀리아노 브루너와 신경과학자 하이디 제이콥스는 2013년 이 두 사실을 하나로 엮었습니다. 두정엽이 신경 퇴행에 약한 것이 우리 종의 기원과 관련될 수 있다는 가설입니다. 두 사람은 특히 두정엽 안쪽 부위가 떠안는 대사 부담, 그리고 진화하면서 바뀐 구조가 알츠하이머가 처음 시작되는 데 중요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두정엽 안쪽 면에는 쐐기앞소엽이라는 부위가 있는데,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하거나 지난 일을 떠올리는 데 관여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아직 검증이 더 필요한 가설이지만, 사람에게서 크게 발달한 부위와 병이 먼저 시작되는 부위가 겹친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합니다.

생각을 붙잡아 두는 값

이번엔 세포 하나로 내려가 보겠습니다. 전화번호를 잠깐 외워 두는 것처럼 정보를 머릿속에 붙들어 두는 기억을 작업 기억이라고 합니다. 자극이 사라진 뒤에도 계속 신호를 내며 정보를 붙잡아 두는 신경세포가 있는데, 이를 지연 세포라고 부릅니다. 이 지속적인 신호가 작업 기억의 바탕으로 여겨지죠. 물론 이 설명에 맞서는 이론도 있습니다.

미국 예일대학교 신경과학자 에이미 안스텐 연구팀은 이 지연 세포에 주목합니다. 신호를 끊김 없이 이어 가려면 세포 안에 높은 수준의 칼슘 신호가 필요한데, 나이가 들어 이 조절이 무너지면 타우 단백질이 엉키기 쉬운 상태⁠(인산화)⁠로 바뀌고 염증이 생긴다는 설명입니다. 불을 쉬지 않고 켜 두려면 전기를 많이 끌어와야 하고, 그만큼 배선이 상하기 쉬운 것과 비슷합니다. 알츠하이머의 타우 병리가 기억·감정과 관련된 변연계, 그리고 진화 과정에서 최근 크게 커진 연합 피질을 먼저, 집중적으로 공격한다는 점도 이 설명과 잘 맞아떨어집니다.

원숭이 연구도 이를 뒷받침합니다. 2021년에는 늙은 붉은털원숭이의 전전두엽에서 칼슘 조절 이상과 타우 병리, 인지 저하가 함께 나타났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2025년에는 늙은 원숭이에게 약물을 써서 염증을 줄이고 칼슘 조절을 되살렸더니 타우가 과도하게 인산화되는 현상이 줄었다는 연구가 발표됐습니다. 예방 치료로 이어질 가능성이 보이지만, 아직은 원숭이 단계의 이야기입니다.

두 발로 걷게 된 우리 조상은 곧게 선 척추 때문에 허리 디스크 같은 문제를 얻었고, 좁아진 골반 때문에 출산이 어려워졌습니다. 진화는 완벽한 설계도가 아니라 그때그때의 타협이 쌓인 결과입니다. 뇌라고 예외일 이유는 없습니다. 생각을 더 오래 붙들고 더 넓게 연결하는 능력을 얻는 대신, 무너지기 쉬운 자리도 함께 물려받았을 수 있습니다.

물론 사람 뇌의 진화와 알츠하이머 취약성이 같은 뿌리를 가진다는 생각은 여러 연구가 뒷받침하는 가설일 뿐, 아직 확정된 이론은 아닙니다. 알츠하이머병은 나이, 유전, 건강 상태, 생활 습관, 환경 같은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해 생깁니다. 진화 이야기 하나로 100만 명에 가까운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을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왜 하필 사람인가라는 질문은 계속 붙들고 있을 가치가 있습니다. 그 답을 찾는 과정에서 병이 뇌의 어디에서, 어떤 세포에서 먼저 시작되는지가 하나씩 드러나고 있으니까요. 지금은 늙은 원숭이의 칼슘 신호를 들여다보는 단계지만, 이런 연구가 쌓여야 우리 곁의 100만 명에게 닿는 치료도 나올 수 있습니다.

참고 자료

  • Enard 외, "Intra- and interspecific variation in primate gene expression patterns", Science(2002)
  • Bruner·Jacobs, "Alzheimer's disease: the downside of a highly evolved parietal lobe?", Journal of Alzheimer's Disease(2013)
  • Edler 외, "Aged chimpanzees exhibit pathologic hallmarks of Alzheimer's disease", Neurobiology of Aging(2017)
  • Nitsche 외, "Alzheimer-related genes show accelerated evolution", Molecular Psychiatry(2020)
  • Arnsten·Datta·Preuss, "Studies of aging nonhuman primates illuminate the etiology of early-stage Alzheimer's-like neuropathology: An evolutionary perspective", American Journal of Primatology(2021)
  • Datta 외, "Age-related calcium dysregulation linked with tau pathology and impaired cognition in non-human primates", Alzheimer's & Dementia(2021)
  • Datta 외, "The etiology and prevention of early-stage tau pathology in higher cortical circuits: Insights from aging rhesus macaques", Alzheimer's & Dementia(2025)
  • 보건복지부, 2023년 치매역학조사 및 실태조사 결과⁠(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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